○ 대상도서 :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김수영연구회 · 민음사 · 2018년)
○ 일시 : 2019년 1월 25일(금) 오후 7시 30분~10시
○ 장소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사직동 사무실
○ 진행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정현
○ 사진 : 서성광
○ 토론 후기 : 정현
김수영 50주기 시 해설집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을 읽고, 낭독하고, 토론했습니다. 이 책은 김수영 연구자 모임의 회원 열네 명이 집필한 책으로, 시인의 작품 중에 시 116편을 선정하고 해설을 덧붙여 시 읽기의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에게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문학평론가에서부터 시인에 이르기까지, 김수영연구회는 4년 동안 매월 한 달 이상 모임을 가지며 김수영 시를 분석하고, 합평회를 통해 글을 가다듬어, 해설집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토론하면서, 철학적 용어와 개념, 문학이론 용어들이 다소 어려워 시 이해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시 해설집의 제목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는 김수영 시인이 1953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놓여나 부산에서 혼자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쓴, 전후 첫 작품 「달나라의 장난」의 일부분입니다.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우리는 「달나라의 장난」을 낭독하고, 지금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한사코 도는 팽이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회전하며 직립해’ 살고 있는지 질문하고 답했습니다.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가 아닌 단독성을 지키기 위해, 자유를 위해, 온 몸으로 서서 도는 시인 김수영을 만났습니다.
시 <방 안에서 익어 가는 설움>, <거미>, <예지>를 읽으며, 김수영 시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정서인 ‘설움’은, ‘끊임없이 다시 살아나는 자기 갱신의 방편이자, 스스로 도는 힘을 지니고 있는, 김수영 미학의 기원이자 자가 발전소 노릇을 해준다는 해설에 공감했습니다. 또한, 1960년 <잠꼬대>라는 제목을 달까 망설이다 <김일성 만세>라는 시를 쓰지만, 1961년 5.16쿠데타가 일어나 어쩌면 김수영이 <김일성 만세>라는 시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안도하며, 시인의 삶을 돌아봤습니다.
1968년 부산에서 열린 문학세미나에서 연설한 산문 <시여, 침을 뱉어라>를 읽고, 시인 김수영이 당시의 언론인과 문학인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며, 현재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봤습니다. 토론 마무리를 하며, 한 토론자가 물었습니다.
“시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예!”
“어떤 시를 쓰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고 그 내용은 형식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한다. 바로 그처럼 형식은 내용이 되고 내용은 형식이 된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
- 김수영의 <시여, 침을 뱉어라> 중에서
왈책 1월 독서토론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개요
(http://www.epicurus.kr/Group_Walchaek/423619)
그리고 끊임없이 밀고 나가는 시인의 온몸을 통해서 발생시키는 그 사건들.
김수영의 시에서는 충분히 전복의 지점들이 보입니다.
이런 '시'라면 세상이 변할 수 밖에 없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