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명 : 왈책 4월 독서토론 『다윈에 대한 오해』
○ 대상 도서 : 『다윈에 대한 오해 - 문명의 진화적 승리』(파트리크 토르·글항아리·2019년·원제 : L'effet Darwin, 2008년)
○ 일시 : 2020년 4월 24일(금) 오후 7시 30분~10시 30분
○ 장소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www.epicurus.kr) 사직동 사무실
○ 진행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유재철
이 독서토론은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는 Open Group입니다.
저자 '파트리크 토르(Patrick Tort)'가 다윈의 저서에 나타나는 약육강식·적자생존·생존투쟁이라는 식민주의에 대한 오명을 풀려고 힘겹게 노력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다윈이 식민지 개척선 영국 군함 비글호(The beagle, 사냥개)를 타고 다니면서 발견한 세계는 약육강식·적자생존·생존투쟁이라는 논리에 부합하는 생물들뿐만 아니라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생물들도 있었습니다(『종의 기원』, 1859년). 그러나 영국인 다윈은 자신의 시대를 지배하고 있던 식민주의 담론인 사회진화론(社會進化論, Social Darwinism)의 약육강식·적자생존·생존투쟁이라는 개념을 차용하고, 여기에 어긋나는 사례들을 제거하거나 무시해버림으로써, 그러니까 다수성(majorite, majority)을 선호하고 소수성(minorite, minority)을 제거함으로써, 스스로 '약육강식'하는 식민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 발간 12년 후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1871년)을 펴내 자신의 자연선택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다양한 질문들 속에서 인간을 해석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번에는 지배적인 사유체의 담론인 칸트의 자연목적론과 도덕법칙, 헤겔의 관념론적 변증법을 차용함으로써 다시 국가주의·계몽주의(문명인이 비문명인들을 교육해야 한다는 논리)를 신봉하는, 그러니까 억압받는 자가 아니라 억압하는 자의 논리를 펴는 식민주의자가 됩니다. 다윈의 개인적 삶이야 어떻든, 우리는 그의 저서들에 나타나는 논리가 약육강식·적자생존·생존투쟁이라는 식민주의 논리라는 것을 확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발견물을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폭력적인 담론 체계로 정리해, 식민지 개척이라는 시대에 딱 들어맞게 된 이 과학적 담론은 다시 정치체, 경제체, 예술체 등의 식민주의 담론으로 재생산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윈은 유죄입니다.
다윈이 가진 문제는, 식민지 개척시대의 지배적인 담론들, 즉 식민지 지배자의 담론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발견한 무규정적인 사실들의 기준으로 삼고, 차이들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무규정적인 사실들을 약육강식·적자생존·생존투쟁이라는 폭력적인 개념으로 규정했던 것입니다. 자연은 비결정 상태입니다. 다만 결정 상태로 표상(表象, representation)할 뿐입니다. 느닷없이 나타나는 변이들, 힘센 수컷 영양에게 차여 죽어가는 불쌍한 사자, 강물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내는 코끼리, 인간에게 나타나는 꼬리뼈, 조류에게 나타나는 팔뼈(흔적기관) 등 용불용설((用不用說, Theory of Use and Disuse)의 자취, 약한 수컷, 강한 암컷, 억센 여자, 부드러운 남자, 인간보다 더 월등한 도덕심을 가진 벌, 인간보다 더 월등한 공감 능력을 가진 개미, 날기를 포기하고 땅으로 내려오는 도도새,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가는 포우류(고래), 채식하는 곰(판다), 약자를 보호하는 호랑이, 지능 높은 비버, 암컷을 데리고 도망가는 수컷 뇌조, 동물을 먹는 식물, 걸어다니는 식물, 광물이고 식물이고 동물인 산호, 성(性)을 바꾸는 개구리…. 비결정 상태인 자연에서, 그러니까 다양성을 가진 유기체들에게서 차이를 제거하는 유일한 규칙, 보편적인 질서란 없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이리저리 옮겨 다닙니다(분자생물학, 分子生物學, molecular 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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