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붉은 수수밭

 

 

제목 : 붉은 수수밭(Red Sorghum)

감독 : 장예모

출연 : 공리, 강문, 등여준, 계춘화

개봉 : 1989년 9월 9일

장르 : 드라마, 전쟁

원작 : 모옌의 소설 <홍까오량 가족>

 

 

오진화

 

 

  붉은색과 감성을 자극하는 악기의 소리는 사건을 암시하는 것 같은 긴장감을 주었다. 나에게 ‘붉은 수수밭’은 강렬함이었다. 넓은 벌판, ‘위잔아오(餘??)’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 ‘또우꽌(豆官)’이 부르는 진혼곡에서 무력으로 평화롭던 삶이 파괴되어 버리는 것에 무기력함을 느껴서 인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

 

  영화는 ‘쥬얼(九兒)’이 양조장 리씨에게 나귀 한 마리에 팔려 시집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결혼 며칠 만에 리씨는 살해되고, ‘쥬얼’이 양조장을 운영하게 되고 수수밭에서 엮어진 인연 ‘위잔아오’는 술에 취해 본인이 양조장의 주인이라며 밀고 들어온다. 그리고 9년 뒤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의 도로공사가 마을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사람들은 강제 동원되고, 사라졌던 ‘루어한(劉羅漢)’은 항일게릴라라며 잡혀와 살아있는 채로 살 껍질이 벗겨진다. ‘쥬얼’은 ‘루어한’의 복수를 종용하고 양조장 사람들은 고량주를 마시며 결의한다. 일본군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오랜 기다림에 지쳐 보인다. 나른해 보이기까지 한다. 사건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쥬얼’은 점심을 사람들에게 가져가는 중 총에 맞아 죽고 만다. 포탄이 터지고 일본군과 양조장사람들은 모두 죽고 ‘위잔아오’와 ‘또우꽌’만이 살아남는다. ‘또우꽌’은 붉은 태양 아래 진혼곡을 부른다.

 

  엄마 엄마 극락에 가 순풍에 돛달고 큰 배 타고

  엄마 엄마 극락에 가 탄탄대로에 좋은 말 타고

  엄마 엄마 극락에 가 이 세상 근심일랑 모두 떨쳐버리고

  엄마 엄마 극락에 가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 ‘홍까오량 가족’에서는 동료들을 다 읽고 돌아온 ‘위잔아오’에게 “울긴 왜 울어? 이게 대승리가 아니고 뭔가? 중국에는 인구가 사 억도 넘는데, 일 대 일로 겨룬다면 한 뼘 크기만큼 작은 일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어서 우리와 겨루겠는가? 만 명이 목숨을 내건다고 해도 그놈들을 멸종시킬 수 있는데, 우리는 그래도 삼만 명이 남았단 말이오. 그러니 이게 큰 승리가 아니고 뭔가? 위 사령관! 우린이긴 거요!”

 

  붉은 수수밭은 중국의 민중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씨를 뿌린 적도 없는 수수밭을 일본군이 와서 밝고 또 밝아도 아직도 많이 남은 수수밭처럼 한명 한명 죽어서라도 중국을 지키겠다는 의지인 것 같다. ‘루어한’ 또한 죽는 순간까지 욕설을 멈추지 않았듯이 내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삶은 행복할 것이다. 내 삶을 내가 선택할 수 있을 때 행복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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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 : 이번 영화는 이상하게 생각이 모아지지가 않아요 자꾸 흩어지는 생각을 정리하려니 안 그래도 힘든 글쓰기가 더 힘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