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내 어머니의 모든 것
Todo Sobre Mi Madre/ All about My Mother
감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연 : 세실라 로스(마누엘라 역), 마리사 파리데스(위마 로조 역), 캔델라 페나(니나 역),
페널로페 크루즈(로자 수녀 역), 안토니아 산 후앙(아그라도 역)
개봉 : 2000. 01 29 프랑스, 스페인 / 105분
이주연
헐리우드나 중국이외 국가의 영화를 접하는건 나에겐 아주 드문 일이다. 그래서 스페인 영화를 보고 낯선 이질감을 느끼는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스페인 문화에 문외한인 이유로 스페인 사회에서 용인되는 도덕적, 사회적 문화의 범주를 가늠할수가 없었다. 순전히 감독 페드로 알레 도바르 본인의 취향이라 하더라도 나의 머리와 가슴 모두가 뒤죽박죽이 되버려 한참을 헤맸다.
아들의 죽음과 아들의 장기기증이야기를 시작으로 주인공 마누엘라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녀의 과거와 현재에는 그녀가 남편을 만나고, 남편과의 아이를 얻고, 그 아이 생일날 아이를 잃게 만드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있다. 이 연극은 감독이 이야기하고자하는 주요한 메타포가 된다.
영화에서의 욕망은 여성성의 갈망이다. 그 욕망의 충족은 "사정하는 그걸 가진 년"처럼 불완전하다. 또한 그 불완전한 성취로 영화 속 인물들은 상식적인 관계가 거의 없다. 하지만 주인공 마누엘라는 아들을 죽게 만들었던 연극 주인공 우마를 위해 일했고, 트랜스젠더가 된 남편 롤라가 임신시킨 수녀 로사를 친동생처럼 간호했으며, 로사가 낳은 아이를 지성으로 길렀다. 마누엘라가 준 사랑은 자신의 아들 에스테반은 죽었지만 로사가 낳은 아이 이름을 에스테반으로 짓고 아이아빠인 롤라에게 안아보게 했다.
사실 영화 도입부를 볼 때는 주인공 마누엘라가 극단적인 어떤 일을 저질를 것 같아 불안하였다. 하지만 영화는 어쩌면 미움과 애증으로 얽혀야 할 사건들과 관계들이 아무 꺼리낌없이 아무일이 아닌듯 감정들을 흘러 보낸다. 그런 이유인지 화면 중간중간 보이는 붉은 색의 강렬함은 인간 욕망의 상징으로 다가왔다. 이야기 전반부에 보인 붉은 색채는 불안함에 핏빛으로 느껴졌고, 후반부에 느껴지는 붉은 색의 강렬함은 따스함의 온기로 다가왔다.
트렌스젠더인 롤라의 전 이름이었던 에스테반, 마누엘라의 죽은 아들 에스테반 그리고 로사가 낳은 롤라의 아들 에스테반으로 이어지는 따스함은 여성성에서 진일보한 모성성으로 발현된다. 모성성으로 연결지어진 작지만 꺼지지 않는 희망이 말미에 쓰인 "연기하는 모든 여배우들, 여자를 연기한 남자 배우들, 여자가 된 남자들, 어머니가 되고자 하는 모든 여자들 그리고 내 어머니에게 바친다"라는 글귀에서 잔잔하게 전해진다.
간결하지만 줄거리와 느낌이 잘 전해집니다.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