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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슬럼독 밀리어네어_김명화

by 명화 posted Dec 2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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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02.jpg

 

 

 

  2006년 뭄바이 빈민가 출신의 차 심부름꾼인 18살의 고아 자말은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 라는 최고 인기 퀴즈쇼에 출연하게 된다. 사회자 필립의 조롱과 방청객의 웃음으로 시작된 퀴즈쇼는 예상을 깨고 그가 최종라운드에 오르게 되자, 이기심 때문에 불안해진 필립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된다. 배경도 없고 정규교육도 받지 못한 그에게 경찰은 부정행위를 의심하여 온갖 폭력을 휘두른다. 경찰이 심문하는 과정에서 그가 살아온 삶이 정답을 맞출 수 있는 단서가 되었다는 것과 퀴즈쇼에 출연한 이유가 밝혀진다. 그가 퀴즈 왕에 오르고, 그의 형 살림의 생이 비극으로 마감되고, 험난하기만 했던 삶의 역경을 딛고 사랑하는 여인 라티카와의 운명적인 재회로 끝이 난다.

 

  영화는 단순이 주인공이 답을 맞춰나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퀴즈쇼와 경찰의 심문은 소재일 뿐, 주인공의 삶의 과정과 함께 트라이앵글 형식을 취한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욕망이 있는 곳에는 우리 삶의 모든 곳에서 권력(포괄적 의미)이 작동됨을 발견할 수 있는데 권력의 위험성은 그것을 유지하고 영속시키는 수단으로 폭력이 이용된다는데 있다.

 

   그 첫 번째로 형제의 엄마가 종교가 다른 광신도들에 의해 무참히 죽는 장면이 나오는데 종교의 이름(힘)을 빌어 폭력이 행사된다. 두 번째, 보통 속임수는 선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쓰레기 더미를 뒤져 연명해 가던 삼총사에게 낯선 신사들이 찾아와 친절을 베풀며 아동보호소로 데려온 후 상상하기 힘든 아동의 인권이 유린된다. 여기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어른의 이미지는 따뜻하고 선하며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른이란 명칭만으로도 이미 권력이다. 세 번째, 자말이 어려운 문제는 맞히고 쉬운 것을 모르자, 경찰이 윽박지르는 장면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는 인간의 습성과 왜곡된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실적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공권력에 의한 폭력은 합리화된다. 네 번째, 기존의 퀴즈왕인 필립은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데, 자말이 자신보다 유명해질까봐 초조한 나머지 편법까지 동원한다. 이것은 기득권자가 지키고자 하는 권력이 아닐까? 자말이 끝내 퀴즈 왕에 등극하자 무대에서 신이 난 듯 춤을 추는 장면은 인간의 이중성을 잘 보여준다. 다섯 번째,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여겨 볼 인물은 살림이다. 어린 시절 자말이 똥통에 빠지면서까지 유명배우의 사인을 받아온 것을 그는 동생 몰래 팔아먹는다. 가족 간에도 권력은 존재한다. 아동 보호소에서 그는 처음 완장을 차게 되는데 폭력배 보스인 마만에 의해 호출 받는 것이다. 잠깐의 권력을 누리지만 동생이 신체의 위협을 받게 되자 애정이 욕망을 저지하면서 첫 번째 탈주선(주어진 배치를 전복하여 다른 배치로 변환시키는 것)을 탄다. 우여곡절 끝에 마만을 죽이고 다시 만나게 된 삼총사. 살림은 자말과 라티카가 서로 좋아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육체적 욕망을 위해 동생을 내쫓음으로써 두 번째 탈주선을 탄다. 살림은 또 다른 보스 자베드를 만나서 두 번째 완장을 차게 된다. 자베드가 어떻게 해서 부를 쌓아 올렸는가를 잘 알고 있는 그는 그 어둠의 세계가 거부하기 힘든 욕망이었겠지만 포기할 줄 모르는 동생의 라티카에 대한 끈질긴 사랑을 보면서 마음을 바꿔 자베드를 배신함으로써 세 번째 탈주선을 타게 된다.

 

  철학자 지젝은 ‘이데올로기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행동에 있다’ 라고 주장한다. 라티카는 자신의 풋사랑인 자말을 잊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이 권력에서 권력으로 옮겨가는 삶을 살게 된다. 자말이 찾아와 함께 도망가자고 했을 때, 그녀는 “왜 왔어? 뭘 어쩌려구!” 라고 말한다. 익숙해진 현실은 가까이에 있고 사랑은 공허할 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살림의 도움과 자신의 내부에서 소리치는 이성의 명령에 따라 탈주선을 타고 사랑을 완성한다.

 

  자말이 퀴즈 왕이 되고 난 후의 삶을 미루어 짐작해 본다. 처음 자말은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하였지만 결국 그는 운명적으로 백만 달러의 사나이가 된다. 그렇다면 그는 이전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언제까지나 사랑만으로 행복해 할 수 있을까? 리스먼은 ‘내가 세상의 출발점이 아닌 사회의 결과물 속에서 다른 사람이 지향하는 것을 욕망하면서 살아간다’라고 했다. 어쩌면 그는 그에게 부족한 학력 자본과 문화 자본을 쌓아나가면서 대를 이어 부단히 상류계급으로의 진입을 시도할 것이다. 아니면 전혀 다른 가치의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지만 산업자본주의의 구조상 인간의 허영심을 떨쳐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허영은 그것이 행복일지 허상일지 난 잘 알지 못한다. 사람은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선택해야 하지만 그 선택이라는 것도 어쩌면 혼자만의 순수한 결단이 아니라 타자와의 합일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닐까?

 

 

 

 ....................................

 

  P.S. 지난 번 영화 붉은 수수밭은 잘 맞춰진 퍼즐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영화라고나 할까요? 이번 영화 리뷰쓰기는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재미있게 보았는데(이우 선생님께서는 무척 화를 내실 일이지만) 그렇다고 감동까지는 아니구요.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줄거리를 쓰기도 애매하고 해서 그동안 인문학에서 배웠던 철학적 사고를 접목시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두 달간의 글쓰기는 저에게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초안을 작성하고, 수정하고, 발표하고, 글을 올리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매 순간 가슴 떨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삶에 가장 집중력을 발휘한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두 분 선생님의 따뜻하고 과분한 댓글 고맙습니다. 다른 모든 댓글에서도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이나 특수문자에서조차 두 분의 인품과 호흡이 느껴집니다.♥♥

 

 

 

 

  • profile
    이우 2012.12.21 17:30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저도 이 시간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가산인문학 그룹, 밖에서 힘들고 지쳤다가 여기와서 위로를 받고 갑니다. 따뜻했습니다. 즐거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 profile
    에피 2012.12.22 18:29

    올 가을, 참 힘들었습니다. 함께 공부한 사람들과 교감하지 못한 일로 이우 쌤과 절망에 빠졌지요... 그 와중에 가산 인문학에서 만난 분들이 있어 우리의 공부가 헛되지 않음을 확인하고 위안받고 돌아오곤 했지요. 특히, 명화님의 고민하고 애쓰시는 모습이 힘이 되었습니다. 감동의 순간이었구요, 열 여섯 딸아이에게 '가산 세자매' 이야기를 들려주니, 아름다운 분들이라고 합니다. 엄마도 그렇게 나이들어가라고 당부하네요. ㅋ 한 해동안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내 년에도 즐거운 공부, 계~ 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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