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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36] 구조주의 언어학

by 이우 posted Mar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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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주의 언어학(構造主義 言語學, Structural linguistics)은 소쉬르에 의해 시작되어 20세기 전반 언어학계를 지배했던 언어철학 및 언어 연구 방법론을 말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언어는 하나의 체계로 존재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문법요소보다는 요소 간의 관계를 통해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말의 소리의 층위에서 'ㅂ'소리는 그것 혼자로는 어떤 가치도 없으며, 그것과 'ㅃ' 및 'ㅍ', 나아가 'ㄷ','ㄱ'과의 대립 관계에서 그 가치가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조주의 언어학이라는 개념은 학파에 따라 상이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그 의미와 연구 대상을 정의하기가 어렵다. 고전 구조주의 언어학에는 일반적으로 세 학파의 이론이 중점적으로 다뤄지는데, 이들은 각각 프라하의 기능 언어학, 코펜하겐의 씨앗 단어론 그리고 미국의 기술주의이다. 이 세 학파들은 그들의 상이한 연구방법 및 관심분야에도 불구하고, 언어 간의 밀접한 관계체계 그리고 언어의 내면에 상존하는 구조에 공통적인 기본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므로 '구조주의'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일 수 있다.

 

 
고전 구조주의 언어학 : 젊은이 문법학파(Junggramatiker), 소장문법학파, 신문법학파(neo-grammarian)

 

  1870년대에 들어서면서 독일의 라이프치히(Leipzig) 대학을 중심으로 그 이전 시기의 언어 연구의 성향과 두드러진 차이점을 보이는 일군의 학자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그 당시에 비교적 젊은 새로운 세대의 학자들이었기 때문에 젊은이 문법학파라고 불렸다. 레스킨(Leskien), 브루크만(Brugmann), 오스토프(Osthoff), 델브뤽(Delbr?ck) 등의 학자들과 이들의 연구방법론을 이론적으로 집대성한 헤르만 파울(Herman Paul)이 이들 젊은이 문법학파의 중심 멤버였으며, 베르너(Verner), 드 소쉬르(de Saussure), 휘트니(Whitney) 등도 이들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었다. 이들은 당시의 자연과학에서 발휘된 실증주의적 연구의 성과에 자극을 받아 언어학에서도 실증주의적인 방법을 도입하여 언어학을 정밀과학으로 다듬고자 했다. 이들의 연구는 '관찰할 수 있는 사실만이 과학의 유일한 연구대상'이라는 실증주의적 사고에 큰 영향을 받았다.


    ① 특징

 

  그들의 연구방법론의 특성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언어학은 역사과학으로 정의된다. 언어에 대한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은 실증주의적 관점에 의해 거부된다. 대신 언어에 대한 연구는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나타나는 여러 구체적인 언어자료를 통해서 경험적으로 이루어질 때에만이 비로소 이론적인 확실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들은 언어가 역사과학일 때에만 경험과학의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겼다. 즉, 언어학에서 역사과학과 경험과학의 뜻이 동일시된 것이다. 언어 연구에서 의미의 객관적 연구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관찰 가능한 형태가 언어학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언어연구에서 형태, 특히 그중 가장 관찰이 쉬운 소리를 주요 관찰대상으로 하였다. 실증주의적 입장에서 그들은 언어가 독자적인 유기체로 전제되는 것을 거부했다. 그들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개인적 언어사용만이 언어연구의 유일한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보았고 따라서 언어가 개인적 언어사용과 개별적으로 존재한다고 보는 유기체적 관점을 거부하고 음성변화를 물리적인 법칙과 같은 것으로 보고 필연적이고 인과적인 법칙을 찾아내려 하였다.

 

  ② 연구 대상

 

  그들의 연구대상은 언어변화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과 인구어 공통조어를 재구하는 것에 집중되었다. 이들은 언어변화의 원인을 음운법칙과 유추에서 찾았다. 베르너의 법칙에 의해 그림의 법칙의 예외현상을 규칙적인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 이들은 겉으로 불규칙하게 보이는 음운변화의 모습들도 충분한 자료와 정확한 방법론을 적용한다면 그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음운변화의 법칙이 음성생리학적인 측면에서 이해되는, 인간의 의지가 결여된 무의식적 과정이며 기계적인 법칙으로간주되어 '음운규칙에는 예외가 없다'라는 견해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래서 음운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들로 차용을 제외하고는 심리적인 현상인 유추 하나만을 인정하였다.

 

  인구어 공통조어의 재구에서 그들은 현단계의 언어에 대한 관찰과 그 언어들의 역사적 자료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그 안에서 나타나는 음운변화의 규칙들을 정확히 찾아내고 그렇게 찾아진 음운법칙의 토대 위에서 공통조어를 재구하고자 하는 자세를 취하였다. 이런 그들의 태도는 언어에 대한 역사적인 연구라는 점에서는 그 이전 시기의 연구자들과 동일하나 그 접근방법에서 현재의 언어보다 고대의 언어들에 대한 연구에 중점을 두어 공통조어를 재구하려 하였던 이전 시기의 연구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음운법칙의 규칙성과 무예외성에 대한 믿음은 이들의 연구에 큰 영향을 끼쳐서 비교방법을 엄밀히 다듬게 하고 음운변화연구에 큰 진전을 가져오게 했다. 오늘날의 역사비교언어학의 연구의 밑바탕이 되는 인구제어에 대한 수많은 구체적인 지식의 축적은 바로 이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젊은이 문법학파가 그들의 연구에서 보여준 정밀한 방법론과 구체적인 언어사실에 대한 지식의 축적은 젊은이 문법학파가 언어학에 기여한 가장 큰 공헌으로 평가된다. 또한 그들은 인구어족 분화의 최종 단계인 현존방언에 처음으로 진지한 관심을 보인 학자들이기도 하다. 방언학과 음성학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 것 역시 그들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③ 한계

 

  그러나 그들의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갖고 있었다. 첫째, 그들은 언어를 하나의 완전한 체계로 파악하려 하지 않고 언어의 형태적 요소들에 대한 개별적 분석에 치우쳤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의 연구는 개별적인 음성과 형태의 역사가 되었고, 체계에 대한 접근이 결여되어 있었다. 둘째, 그들은 언어의 내용이나 정신적인 측면과 형태, 물리적인 측면과 분리해서 사고했기 때문에 그들의 언어연구에서 인간을 제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셋째, 그들이 내세운 중요한 이론적 전제의 하나인 음운법칙의 무예외성이 끊임없이 논쟁 및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음운법칙을 자연법칙과 같은 필연적인 인과법칙으로 간주하는 것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그들 내부에서도 견해차이가 있었고, 그 결과 이 기계론적 음운법칙에 대한 제한이 점점 뒤따르게 되었다. 그래서 음운법칙을 자연법칙이 아닌 가설적인 원리로 본다든지 음성생리학적인 면보다 발화와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적인 면을 통해 음운법칙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젊은이 문법학파 내부에서도 발견이 된다. 넷째, 통시적인 연구에 관심이 집중되어 공시적인 연구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지지 못했다.

 

  ④ 극복

 

  그래서 젊은이문법학파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게 된다. 언어의 내용이나 정신적인 면과의 관계를 등한시했던 점에 대해 심리학이나 정신사적인 부문에서 극복의 시도가 있었으며, 음운규칙의 무예외성은 방언학의 연구결과에 의해 도전을 받는다. 통시적인 면에 기울었던 점은 드 소쉬르에 의해 문제제기를 받게 되며, 결국 구조주의 언어학의 시대에 언어 연구의 중심이 공시적인 연구로 옮겨가게 된다.

 

   한 가지 지적할 만한 것은 이들의 연구가 지닌 약점들에 대해 젊은이 문법학파 내부에서도 극복의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이론이 집대성된 헤르만 파울의 <언어사 원리>(Prinzipien der Sprachgeschite)를 살펴보면 공시적 방법(기술언어학)과 통시적 방법(역사언어학)의 근본적 차이를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언어학에서 지나치게 역사성을 강조하는 점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언어학을 역사적인 이해를 필요로 하는 사회과학 및 문화과학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한계에 대한 적극적인 극복은 역시 그 후의 구조주의 언어학의 몫으로 돌려진다.

 


 
후기 구조주의 언어학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구조주의의 기원을 스위스의 언어학자인 소쉬르로부터 찾는다. 그가 언어를 파악한 관점이 구조주의의 시작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언어를 “랑그(langue)”와 “파롤(parole)”로 구분했는데, 여기서 ‘랑그’란 일종의 언어규칙이고, “파롤”은 그 규칙이 사용된 실제의 언어행위를 가리킨다.  예컨대 지금 이 강의에 사용되고 있는 모든 말은 구체적인 발화로서의 ‘파롤’이지만, 이 언어행위는 한국어라는 일종의 규칙체계인 ‘랑그’에 근거한 것이다.  그렇다면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것은 샘(랑그)에서 물(파롤)을 퍼올리는 행위인 셈이다.  여기서 랑그는 언어의 ‘구조’인 반면, 파롤은 그 구조의 지배를 받는 ‘행위’ 혹은 ‘현상’ 된다.

 

  구조란 사회를 거시적이고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관점으로서, 이에 따르면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의 태도와 행위는 사회적 조건에 의해서 결정될 뿐, 어떤 능동성이나 자율성도 갖지 못한다. 개인은 사회의 생산자가 아니라 생산품일 뿐이다. 일단 완성된 사회구조는 스스로의 생명력을 지닌 유기체가 되어 스스로 움직이고 성장해 가기 시작한다. 사회구조는 분명히 개인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지지만, 일단 사회체계가 형성되고 나면 도리어 사회성원들을 규제하고 지배하는 주체로 군림하게 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소쉬르의 전통에 입각한 기호학에서 기호는 외부대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의미의 그물망 속에서 기호들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만을 언급할 뿐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혁명적인 것이었다. 이 관점에 따르면 언어는 저 밖의 현실(reality)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독립적 구조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의미는 ‘저 밖의 현실’에 내재된 것이 아니라,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자의적인? 독립적 구조인 언어에 의해서 자의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언어는 나름의 독자적인 ‘총체성(wholeness),’ ‘가변성(transformation),’ 그리고 ‘자율성(self-regulation)’을 지닌 채 스스로를 복제해 가는 유기적이고 자기 완결적 구조다.

 

  랑그와 파롤을 처음 사용한 소쉬르는 언어학의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랑그' 뿐이라고 보았는데, 이는 파롤은 상황에 따라 쓰이는 느낌, 또는 뉘앙스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정적이고 본질적인 랑그만을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구조주의에서 “구조(structure)”는 관계의 체계이며, 통시적(diachronic)이기보다는 공시적(synchronic) 특성을 지닌다. 구조주의의 이러한 특성은 소쉬르의 언어학에서 유래한다. 소쉬르는 의미를 기호간의 관계의 체계(“가치”; value) 파악했을 뿐 아니라, 당시 지배적이었던 (언어의 역사적 변천과정을 연구하는) 통시적 접근 대신 공시언어학을 채택하였다. 그의 강의 명칭이자 자신의 유고집의 제목이 되기도 한 <일반 언어학 강의>라는 이름 자체가 소쉬르의 공시 언어학의 특성을 잘 말해준다. 특히 언어의 일반적 구조인 “파롤(parole)”에 초점을 맞춘 소쉬르의 기호학은 이후 구조주의 분석과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언어로 기표한 ‘개’(기표)와 실제 살아있는  ‘개’(기의)는 같지 않으며, 기표인 ‘개’가 기의인 ‘개’를 지칭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둘은 갖게 생각하는 것은 순전히 관습, 즉 문화적 동의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횡단보도 신호등에서 빨강 신호와 초록색 신호, 혹은 노랑색 신호를 보았다고 하자. 빨강색은 ‘정지’ 의미로, 초록색은 ‘진행’의 의미로 노랑색은 준비 단계로 인식된다. 여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초록이라는 ‘기표’와 진행이라는 ‘기의’ 사이의 관계는 인위적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초록’과 ‘진행’이라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호가 원래 본질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대립과 대조라는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언어를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의미’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차이’와의 관계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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