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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33]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

by 이우 posted Mar 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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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슨.jpg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 1896년~1982년)은 러시아 태생의 미국의 언어학자·슬라브어 학자다. 러시아 형식주의자 중 한 사람인 그는 형식주의와 현대의 구조주의 사이에 중요한 연결고리를 마련하였다. 야콥슨은 1915년에 창설된 형식주의자의 집단인 모스코 언어학파의 지도자였다. 1920년엔 프라하로 이민 가서 체코 구조주의의 주요 이론가 중의 한 사람이 되었지만, 그 뒤 다시 나치스를 피하여 1939년 스칸디나비아 제국을 거쳐 미국으로 귀화하였다. 그 후 모스크바와 프라하에서 언어학회를 결성하고 프라하학파의 창시자가 되었으며, 프라하대학교를 비롯하여 1967년 하버드대학교 및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의 연구 분야는 일반언어학·시학·운율학·슬라브언어학·언어심리학·정보이론 등 여러 방면에 걸치는데, 그는 언어학과 인접과학과의 통합을 시도하였다. 주요저서로 <성분석 서설―판별적 특징과 그 관련량(關聯量(Preliminaries to Speech Analysis>(1952), 저작집 <Selected Writing>(7권, 1962년), 1942년~43년 사이 뉴욕에서의 강의록인, <Six Lectures on Sound and Meaning>(1976) 등이 있다.

 

  일찍이 러시아 형식주의 운동에 관여하고 10개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 천재적 언어학자는 사실상 ‘구조주의의 시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소쉬르의 언어학이 갖고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일찍이 간파하고 ‘레비 스트로스’나 ‘자크 라캉‘ 같은 학자들과 교류하며 구조주의라는 20세기 최고 흥행의 지적 흐름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그는 러시아 형식주의 운동 초기에 일상 언어와는 달리 시적인 언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시란 일상 언어에 가해진 조직적 폭력이다‘라고까지 말하였다. 일상 언어가 의미를 전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면 시적 언어는 언어 자체로의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것이다. 이른바 러시아 형식주의의 ‘낯설게 하기’의 개념을 계승한 것이다.

 

 

소통이론

 

  언어학에서 기능(機能)이란 주로 발화(發話)가 지니는 역할을 가리키는데, 야콥슨(R. Jacobson)은 그의 논문 <언어학과 시학>에서 언어의 기능을 여섯 가지로 제시한다. 언어 활동을 요소는 대체로 ①화자(話者) ②청자(聽者) ③전언(message) ④말이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  ⑤말이 쓰여진 분위기 내지 경로(접촉) ⑥ 메시지를 해독할 언어(Code). 이 여섯 가지 요소 중 어느 요소가 강조되느냐에 따라 언어의 기능이 여섯 가지로 분화된다.   ④가 강조되면 표현의 기능이 된다. 달리 전달(傳達)의 기능이라고 한다. ②에 초점이 놓이면 감화적 기능이 된다. 흔히 지령적(指令的)기능이라고 한다. ⑤가 강조되면 친교적 기능이 된다. 이 때는 ④가 거의 무시된다. ①에 초점이 놓이면 표출적 기능이 된다. ③이 강조되면 미학적(美學的)기능이 된다.

 

야콥슨_소통구조.jpg

 

 

  (1) 정보적 기능 : 이것은 ④상황에 관련된 기능이다. 즉, 관련 상황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내용을 알려 주는 기능이다. 대상을 지시(指示)한다고 지시적 기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기능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정도에 비례하여 이루어진다. 그러면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에 대하여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 한 그루의 나무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것을 나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 한 그것은 나무로서 행세를 못한다. 퀴리(Curie)부인이 라듐이라는 원소를 발견하여 그것을 ‘라듐’이라고 이름 붙이기 전까지는 라듐은 인류에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라듐은 천지가 창조된 태초부터 있었을 것이지만 그 존재를 인식하고 거기에 이름을 붙이기까지 그것은 인류에게 무의미한 것이요 없는 것이다. 인류의 지식이라는 것은 대상에 대하여 이름을 붙이는 작업에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해도 좋다. 어떤 사물이건 거기에 이름이 붙으면 그 사물의 개념이 형성된다. 다시 말하면, 그 사물의 의미가 확정된다. 그러나 사물이 지닌 의미는 사물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요, 사물 자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름이 사물과 맺고 있는 관계는 그 사물의 의미 (또는 개념)와 맺고 있는 관계보다는 강한 것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름과 사물과 의미의 삼각 관계는 다음 도표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2) 표출적 기능 : ①번, 즉 말하는 사람에 초점이 맞추어진 기능을 ‘표출적 기능’이라고 한다. 이것은 표현적 또는 ‘정서적 기능’이라고 하는데, 어떤 표현, 즉 쓰여진 말이 말하는 사람의 태도를 나타내 준다. 우리 속담에 "`에'해 다르고, `애'해 다르다"는 말이 있거니와 말은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발음의 높낮이와 길고 짧음으로 나타낼 수 있다. `오천 년의 장구한 역사'라는 구절에서 `장구한'을 강조하여 `자앙구한'이라고 `장'을 아무리 길게 발음하여도 `오천 년의 역사'가 육천 년이나 칠천 년으로 더 길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것은 다만 말하는 사람이 오천 년을 대단히 길게 느끼고 있다는 표현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때에는 정상적인 발음 이외의 특이한 발음이 나타나는 수가 있다. `흥!' 하고 코웃음을 칠 때, `쯧쯧' 하고 혀를 차며 안타까워할 때 그것을 문자로 표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소월의 시구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를 낭송할 때에는 누구든지 그 내용에 자기 감정이 감염되어 `사뿐히'를 롬고 경쾌하게 발음한다. 이러한 것이 모두 언어의 표출적 기능의 모습들이다.

 

   (3) 명령적 기능 : 말이란 말을 듣는 상대방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말은 반드시 듣는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행동하도록 요구한다. 이와 같이 말을 듣는 사람(②번)에게 초점이 맞춰진 기능을 `명령적 기능' 또는 `욕구적 기능'이라고 한다. 명령문은 이 기능을 극대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 친교적 기능 : 말은 반드시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사무적인 목적으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언제고 필요하기만 한다면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전제의 인식과도 같은 언어 행위가 있다. 이웃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인사말이나, 여행 중에 차 안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과 나누는 날씨 이야기, 경치 이야기 따위는 말을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간에 말이 전달하는 의미를 그렇게 중요시하지 않는다. 이때에는 다만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는 사실만을 귀중하게 여긴다. 이러한 언어적 기능은 말을 주고받는 사람끼리의 접촉(⑤번)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5) 관어적 기능 :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말을 통하여 새로운 말을 배운다. 이때에 말( ⑥번)은 말에 대하여 말한다. 즉, A계열에 속하는 B계열에 속하는 언어에 대하여 설명한다. "춘부장은 남의 아버지를 가리킨다"는 말에서 `춘부장'은 한자어이고 `남의 아버지'는 고유어이다. "영어의 Father는 우리말의 아버지라는 말이다"라고 했을 경우에는 영어와 한국어가 서로 관계하고 있다. 이처럼 언어가 언어끼리 관계하고 있다고 해서 이것을 관어적 기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 기능을 통해서 지식을 증진시키고 또 지식을 체계화한다. `물'이라는 것은 일상의 언어지만 `H2O'는 과학의 언어다. 자연 과학 분야에서는 어떤 물질 간의 결합과 변화를 화학 방정식으로 표현한다. 그것을 일상의 말로 표현하면 번거롭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새로운 어휘를 습득하고 외국어를 배우며 어떤 특정한 지식을 체계화하려 할 때 언어의 관어적 기능이 없다면 우리는 대단히 큰 불편을 겪어야 한다.

 

  (6) 미학적 기능 : ③전언(message) 자체에 초점을 맞추려는 언어의 표정에 대하여 생각할 차례가 되었다. 화자에 의하여 씌어진 말은 그 말하는 사람의 의식적 · 무의식적 노력에 의해서 되도록 듣기 좋은 짜임새를 가지려 한다. 즉, 전언은 아름다운 구조를 가지려고 한다. 말은 그 말 자체 속에 더 듣기 좋은 표현을 가지려는 본능적인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이것은 ‘시적 기능’이라고도 부른다. 언어를 예술적 재료로 삼는 문학에서는 이 미학적 기능을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삼는다.

 


은유(metaphor)와 환유(metonymy) ? 유사성과 인접성

 

  야콥슨은 소쉬르의 결합관계와 계열관계를 이용하지만 기호의 구조를 인간의 사용능력으로 보았다. 소쉬르의 결합관계와 계열관계가 언어의 구조를 뜻하는 것이었다면, 야콥슨은 언어는 인간의 사용 능력이라고 인식한 것이다.

 

선택_결합.jpg

 

   먼저 그는 소쉬르가 하나의 문장을 이루는 구조를 분석한 선택의 축과 결합의 축이라는 개념을 빌어 왔다. “철수는 빵을 먹는다”란 문장이 있다. 이 문장에서 철수나 빵 대신에 다른 단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선택의 축’이라고 한다. 소쉬르에 의하면 인간의 언어 행위는 ‘빵’을 다른 단어를 바꾸어 끼여 넣은 행위이다. 그런데 아무거나 바꾸어 끼어 넣는 것이 아니라 원래 관념과 유사한 것들(유사성에 의해서)을 끼여 넣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위의 예에서 ‘철수’ 대신에 ‘가족’이라는 테두리 중의 ‘영희’나 ‘엄마’ 등의 다른 사람을 끼여 넣을 수도 있고 ‘빵’ 대신에 유사한 다른 먹을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빵’ 대신에 유사성이 없는 ‘나무’나 ‘바위’를 선택할 수는 없다. 또한 ‘철수’, ‘빵’, ‘먹는다’는 각각의 단어는 ‘철수는 빵을 먹는다’로 결합하여 하나의 문장(결합의 축)을 만든다. 이처럼 철수와 빵이 선택되면 빵이랑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는(인접성에 따라) 먹는다는 단어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야콥슨은 전통적인 수사법에서 은유(metaphor)는 유사성에 따른 선택이고 환유(metonymy)는 인접성의 원리에 따른다고 말한다. 은유는 수사법에서 하나의 관념을 다른 관념으로 대체시키는 것이다. ‘내 마음은 호수요.’나 ‘노년은 인생의 황혼이다’라는 문장에서 호수는 마음의 은유이고 황혼은 노년의 은유이다. 이처럼 은유는 A=B로 표현할 수 있는 등가의 원리가 작용한다. 야콥슨은 이처럼 시란 단어와 단어가 결합될 때 등가의 원리에 따라 결합되는 것이라고  한다.

 

  환유(metonymy)란 하나의 단어가 즉각적이고도 자연스럽게 인접한 다른 단어를 연상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인접성의 원리에 따르는 것이다. 나이프하면 포크가 생각나고 청와대하면 대통령이나 권력이 연상되며 머리를 빡빡 민 사람은 중이나 죄수가 연상되는 것과 같다. 또한 부분이 전체를 대표하거나 특정한 기표가 무엇을 상징하는 것도 환유적 작용이다. 예를 들면 치마는 여자를 뜻하고, 펜은 글이나 지식을, 십자가는 기독교를 뜻한다. 이처럼 환유는 어떤 사물을 그와 관련 있는 다른 사물을 빌어 나타내거나, 기호로써 나타내는 것을 대신한다. 야콥슨은 주로 산문의 경우 환유가 많이 쓰인다고 주장한다. 산문이란 문장을 계속적으로 부가해 가는 글쓰기 방식인데 작가는 자기도 모르게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을 환유적 방식(인접성의 원리)에 의해 결합해 간다는 것이다.

 

 야콥슨은 1920년대 러시아 형식주의 운동에 관여하면서부터 필생에 거쳐 시(詩만)이 갖고 있는 구조를 밝히려는데 애를 쓰다가 40년 만에 “시는 선택의 축에서부터 결합의 축에로 등가의 원리를 투사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달리 말하면, 시에 있어서는 유사성이 인접성에 덧붙여진다는 것이다. 단어들은 일상대화에서처럼 단지 그들이 담고 있는 의미 때문에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유사성, 대립, 병립 등의 패턴과 소리, 의미, 리듬과 함축에 의해 생겨난 패턴에 따라 결합한다. 어떤 문학형식들, 예를 들면 사실주의 산문은 연상작용에 의해 기호들을 결합하는 환유적인 경향이 있고, 낭만주의나 상징주의 시 같은 다른 형식들은 고도로 은유적이라는 것이다.

 

  야콥슨은 시는 기표들이 등가의 원리에 따라 병렬로 늘어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평행성의 원리>라고 부른다. 그는 이러한 평행성의 원리가 기표뿐만 아니라 소리나 리듬에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적 시에서 나타난 운율의 반복현상을 고찰한 홉킨슨의 논문을 인용하여 홉킨슨이 파악한 압운이나 각운 등이 시에서 반복되는 병행성은 시에서 쓰이는 단어뿐만 아니라 소리나 리듬 또한 등가의 원리(기능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기능의 반복, 즉 평행성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라 주장한다. 드디어 확고부동한 시의 구조를 밝혀냈다고 흥분한 야콥슨은 1962년 레비 스트로스와 공동으로 보들레르의 <고양이들>이란 시를 구조주의적 관점으로 분석한다. 이 논문은 프랑스 비평계에 <고양이 논쟁>을 불릴 정도로 화제를 일으켰지만 도대체 전문가들이 아니면 도무지 알 수 없는 분석이 비평으로서 무슨 의미를 갖는가는 비판을 받는다.

 

 로만 야콥슨의 최대 공적은 그가 최초로 언어의 기능을 밝혀냈다는 점이다. 언어를 메시지를 매개로 한 발신자와 수신자 간의 소통으로 파악한 그의 이론은 오늘날 문학비평뿐만 아니라 매스 미디어에서 상품 광고에까지 여러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그리고 은유와 환유의 연구를 통하여 그것이 단순한 수사법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언어 구조의 본질적인 측면에 속한다는 것을 밝힘으로서 구조주의라는 사상의 기초를 닦았다.

 

  그러나 언어학 분야의 지대한 공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론(詩論)은 오류가 있다. 시는 선택의 축에서 결합의 축으로 등가성의 원리가 투사한 것이라는 그의 시론은 시를 지나치게 은유적인 것으로만 보는 문제점이 있다. 환유에 의한 시도 있고, 또한 음악성이 배제된 산문시도 있다. 그의 은유와 환유 이론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은유와 환유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표현에서 마음과 호수는 은유이지만 이런 은유는 너무나 많이 쓰여 이제는 은유로서의 가치를 잃고 환유에 가까운 것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은유라도 상투적으로 많이 쓰이면 오히려 인접성에 따른 환유적인 것으로 되어 버린다. 결국 어떠한 가치라는 것은 불변의 것이 아니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사회적, 역사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시를 등가성의 원리로 병렬한 것’이라는 그의 이론에 따라 모든 기표들을 등가성의 원리에 따라 병렬했다고 해도 어떤 것은 시가 되고 어떤 것은 시가 안 되는 것을 그의 이론은 설명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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