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인타임>

by 묵와 posted Mar 2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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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타임> 리뷰

 

이용태

 

 

  영화의 겉모습만을 본다면,인타임에서의 엉성한 장면구성과 액션들은 유치하다. 느릿느릿한 자동차 추격 신과, 몰입을 방해하는 CG들은 중간 중간 무료함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영화의 안 쪽 곳곳에서 문득 나의 일상을 채찍질하는 대사들은 기억에 남는다. 실비아가 윌에게 고작 하루 분의 시간으로 어떻게 불안하게 사느냐는 질문에 윌은 그래서 늦잠 자는 일은 없다며 무심하게 말하고 요즘 부쩍 늦잠이 늘고 있는 나는 뜨끔하다. 8시간은 넘게 자지 말아야지.

 

  오늘 날 월급 통장에 찍힌 숫자들은 이제 종이 지폐가 되어 내 손을 거치지 않고도 쉴 새 없이 빠져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오늘 하루를 돌이켜 보자. 버스카드 리더기로 빠져 나간 이천 원, 점심 값으로 치른 오천 원, 모 인터넷 서점에서 전자결제 오만 원. 모두 지폐 지불 없이 카드로 터치, 긁기, 타자기로 번호쓰기 등으로 통장 속 숫자만 또 줄어들고 있겠지.

 

  ‘피 같은 돈이라는 표현이 있다. 저 문구를 이보다 더 분명히 해석해 주는 영화가 있을까 싶다. 이 영화에서 돈, 그러니까 시간은 말 그대로 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25세가 되면 노화가 멈추고, 그에 따라 주어지는 1년이라는 생존시간이 주어지는 사람들. 사람의 몸에서 피가 다 빠져나가게 되면 죽게 되듯이 그 시간이 0초가 되면 바로 죽어버리는 이 잔혹한 운명. 이 영화의 주민들은 1년이라는 시간을 화폐 대신에 거래수단으로 이용하고, 노동을 통해 그 대가로 시간을 벌어 수명을 늘리는 구조에서 살고 있다. 해밀턴에게 110년을 기부 받은 윌은, 그리니치의 호텔에 가서 스위트룸에서의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 날, 호화로운 아침식사를 하며 105년이나 남은 삶을 확인한다. 이 호텔에서 100년을 호화호식하며 남이 수발해 주는 대로 살 수 있지만, 그는 거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혁명을 시도하고, 멈추지 않는다. 육신은 영생할 수 있지만 정신은 죽을 수 있다는 말을 남기고 죽은 해밀턴, 그를 대신해 얻은 시간이라는 도구로 윌은 정신을 놓지 않고 따뜻한 인간애와 더불어 어려움을 해쳐 나간다.

 

  근데, , 이상하지가 않다. 이 모습은 지금의 현실 그대로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랴라는 말이 있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용산 참사, 노인의 자살, 실직가장이 저지른 일가족 살해 등 너무나도 비슷한 현실에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 상황을 자각하니 더 끔찍한 기분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현재의 최저임금제의 실상을 보자. 1시간을 일해서 받는 시급이 2012년 현재 4,850원으로 밥 한 그릇 값인 5천원을 넘지 못한다. 이 상징적인 의미는 우리 목을 옥죄어 오는 듯한 이 나라의 구조적 한계를 실감케 한다.

 

  혁명을 해야 한다는 맘 속 외침은 현실에서나 영화속에서나 같다. 실비아 아버지의 금고 안 일백만 년이라는 시간이 사람들에게 뿌려지자, 타임키퍼의 직원 중 한 명이 총을 내려놓으며 모두 집으로 가라고 한다. 이 장면에서 묘한 쾌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었지만, 내심 그 이후는 어떻게 하지?’ 라는 걱정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덕에 수많은 죽음을 되살릴 수 있었기에,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행동이었다.

 

  20121221일에 지구 종말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여전히 다시 찾아 올 2013년을 맞이해야 한다. 우리에게 다시 주어진 1. 대통령이 누구든지 간에, 1년이라는 시간은 우리 손에 모두 다시 주어질 것이다.

 

살아서, 1년 후에 또 만나길.

 

( 201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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