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37] 구조주의(構造主義, structuralism)

by 이우 posted Mar 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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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주의(構造主義, structuralism)는 인문학과 사회 과학 등 다양한 학문에 영향을 미친 사상 흐름(사조)이다. 근본 요소들 사이의 상호 관계 위에 정신적, 언어적, 사회적, 문화적 '구조'가 성립하며, 그 구조에서 특정 개인이나 문화의 의미가 생산된다고 보는 것이다. 원래 소쉬르의 언어학에서 출발하였지만 점차 그 적용 범위를 넓혀가면서 언어, 문화, 정치, 사회를 분석하는 가장 유명한 접근 방법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구조주의의 출발은 보통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언어학 연구라고 하며, 프랑스 학자들이 소쉬르의 구조적 접근법을 다른 학문에 적용시키면서 유행하게 되었다.

 

  구조주의가 학계에 등장한 것은 20세기 중반 무렵이었다. 그 이후에 구조주의는 영향력을 넓혀 나갔는데, 특히 인류학, 신화학 등 문화, 언어, 사회와 관련된 학문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20세기에 등장한 구조주의의 시작은 ‘페르디낭 드 소쉬르’가 연구한 언어학으로 여기며, 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블라디 미르 프롭’의 신화분석 등의 작업에도 나타나 있다. 이로써 프랑스에서는 구조주의가 크게 유행하며, ‘미셸 푸코’와 ‘루이 알튀세르’ 및 정신분석학자 ‘라캉’이 구조주의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마르크스 구조주의’에도 나타난다. 구조주의는 기호학과도 큰 연관성이 있으며, 그 이후에는 구조주의의 영향을 받은 ‘포스트구조주의’와 구조주의를 넘어서는 ‘탈구조주의와’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시간이 흐르면서 초기구조주의는 포스트구조주의나 탈구조주의에 비해 영향력을 많이 잃었다. 특히, 구조주의가 개인이나 요소보다는 결정론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편적 구조를 설정하였기 때문인데, 68운동과 같이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일어난 정치적 변동이 학계에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의 관심이 정치적 변동과 권력의 분산에 집중되자 보편적 구조주의에 반대되는 이론이 다수 등장하였다. 1980년대에는 언어학에서 구조주의의 엄밀한 규칙보다는 다원적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의 언어의 모호성이 인기를 끌었다.

 

  구조(構造, structure)란 ‘관계에서만 존재하는 하나의 전체’를 말한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에게 구조는 체계의 성격을 지니며, 이들은 어떤 것이든 하나의 요소가 변하면 다른 모든 것들이 변한다. 모든 구조 모형은 이런 변형들에 속하는데 이 변형들의 총합이 일군의 모형을 이룬다. 위에서 지적한 속성들은 요소들 가운데 하나가 변경될 경우 어떻게 모형이 반응할지 예견될 수 있어야 한다. ‘장 피아제(Jean William Fritz Piaget)’에게 구조는 총체성, 변형, 자체조정을 가져야 한다. 총체성이란 구성 요소들이 하나의 전체로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변형이란 어떤 질서가 미리 고정되거나 결과로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자체조정’이란 외적인 변수에 좌우되지 않고 스스로의 법칙에 따라 존재한다. 따라서 구조란, ‘일정한 원리에 따라 상호 영향관계를 맺고 있는 구성 요소들의 체계적 총체’를 말하는 것이다.

 

  이 구조 개념을 모든 인식의 중심에 두는 것이 ‘구조주의(構造主義, structuralism)’다. 구조주의는 어떤 대상을 고립시켜 인식하지 않고 그것과 관련되는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를 통해 총체적으로 인식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어울리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근본 요소들 사이의 상호관계에서 정신적?언어적?사회적?문화적 구조가 성립하며, 이 구조에서 특정 개인이나 문화의 의미가 생산된다고 보는 사상의 흐름이다. 구조주의에서 바라본다면,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해서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구조에 갇혀 구조에 따라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성이 상실된 시대에서 인간의 주체성과 사회에의 참여를 주장하는 실존주의 이후 생겨난 구조주의는 실존적인 인격 대신에 무인격성을, 정신적 가치를 주장하는 대신에 물질 체계의 법칙을, 주체의 자각 대신에 객체의 자각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로부터 시작한 구조주의는 ‘인간 주체성에 대한 회의’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철학에서 말하는 명증적 실체는 존재하지 않고 구조의 결과물인 인간이 있을 뿐이며, 인간의 사상은 구조적적 결과물일 뿐이다.

 

  구조주의자 ‘레비스트로스’는 실존주의자 ‘장 폴 사르트르’와 주체에 관해 대립했다. 이 논쟁은 레비스트로스가 <야생의 사고>에서 사르트르의 <변증법적 이성비판>의 역사관을 비판하면서 시작되었다. 논쟁을 통해 레비스트로스는 이미 구조에 의해 인간은 결정되어 있으며 역사를 발전시킨다는 인간의 주체성은 허구라고 했다. 이와 같은 주체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는 ‘라캉’과 ‘푸코’에게서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라캉은 주체가 자기의소외의 과정을 통해 오로지 타인이 되었을 때 문화적 규칙인 언어 사용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것은 주체보다 구조가 더 선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욕망의 금지와 허용을 명시하는 질서를 알게 되어야 나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으며, 이런 과정을 거치더라도 이것이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보았다. 결코 욕망은 완벽하게 충족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욕망의 원인인 원억압 상태에 인간은 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푸코도 데카르트적이고 실존주의적인 ‘변화지 않는 주체’를 거부한다. 푸코에 따르면 인간관계는 선험적인 형태 속에서가 아니라 니체적인 ‘권력의지’ 속에서 만들어지며 인간은 정치적 관계, 성적 관계 등 여러 관계 속에서 각각 다른 형태의 주체로 형성될 뿐이다.

 


책_비평의해부.jpg  ‘페르디낭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의 체계 개념을 먼저 구조로 발전시키기 시작한 것은 ‘프라하 학파’이다. 니‘콜라이 트루베츠코이(Nikolai Sergeevich Trubetskoi)’와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이 ‘구조’라는 어휘를 먼저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이론화하고 발전시켰다. 그들은 소쉬르가 제시한 체계의 밑그림에 음운분석을 적용하여 구체적인 원칙과 실천적 방법론을 개발했다. 그러나 광범위한 분야에 파급되면서 확장된 구조의 개념은 통일된 정의를 갖기 힘들게 되었다.
  

노드롭 프라이(Northrop Frye)의 <신비평>

 

   1950년대 북미사회가 점점 더 과학주의적, 경영관리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비평적 기술주의가 요구되었다. 과거의 신비평은 고립된 문학텍스트에만 관심을 집중하거나, 감수성의 계발에만 사로잡혀 문학의 거시적인 측면을 놓치고 말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신비평의 ‘형식주의적’ 성향. 즉, 심미적 대상으로서의 문학에 관한 신비평의 태도를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이 모든 것들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만들 문학이론이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노스롭 프라이의 <비평의 해부>(1957)를 통해 제기되었다.

 

  프라이는 비평이 비과학적 혼란, 주관적 가치판단, 한가한 잡담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체계에 의한 단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문학을 자세히 검토해보면 어떤 객관적 법칙들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비평은 그 법칙들을 공식화함으로써 체계적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법칙들이란 여러 가지 양식, 원형, 신화, 장르들이었다.

 

  프라이는 가치판단을 배제할 뿐만 아니라, 체계는 문학사 이외의 어떤 역사도 추방해야 한다고 했다. 문학작품들은 다른 문학작품들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지 문학체계를 벗어난 외부의 소재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학은 개별적인 작가들의 자기표현이 아니라 인류라는 집단적 주체로부터 출현하는 것이므로, 문학이 원형들이나 보편적 의의를 띤 형상들을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문제된 것이다.

 


구조주의 언어학

 

소쉬르.jpg   문학적 구조주의는 1960년대에 현대 구조언어학의 창시자인 소쉬르의 방법과 통찰을 문학에 적용하려고 시도하면서 번성했다. 페르디낭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인간의 언어활동을 구체적인 현실과 유리된 추상적인 상태로 가정하였고, 역사적인 맥락과도 분리했다. 이를 통해 현대 인문 사회과학의 전개에 새로운 면모가 부여되었다. 소쉬르의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랑그와 파롤의 구분, 통시태에 대한 공시태의 우위, 그리고 ‘기호체계의 닫힘’이라는 개념이다.

 

  ① 랑그와 파롤

 

  랑그(Langue)와 파롤(Parole)은 구조주의 언어학의 시초인 소쉬르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언어 활동에서 사회적이고 체계적 측면을 ‘랑그’라고 했고,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발화의 실행과 관련된 측면을 ‘파롤’이라고 불렀다. 랑그와 파롤은 서로 상반되지만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한다. 언어는 다른 이와의 의사소통이기 때문에 서로 공통된 규칙이 존재한다. 여기서 우리가 '개별적' 으로 대화하는 것을 ‘파롤’, 공통된 문법이나 낱말들에 존재하는 서로간의 규칙으로 고정적인 것이 ‘랑그’다. 사람들은 ‘살다’라는 낱말을 인식할 수 있는데 이를 ‘랑그’라고 볼 수 있고, 실제 대화할 때 상황에 따라 ‘살다’는 조금씩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이를 ‘파롤’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말이라도 상황이나 억양에 따라 받아들이는 뜻이 달라지는 것도 이 ‘파롤’ 때문이다.

 

  랑그와 파롤을 처음 사용한 소쉬르는 언어학의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랑그’ 뿐이라고 보았는데, 이는 ‘파롤’은 상황에 따라 쓰이는 느낌, 또는 뉘앙스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정적이고 본질적인 랑그만을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랑그’는 언어활동의 사회적인 부분으로, 모든 이가 의사소통을 위해 반드시 복종해야 할 체계이다. ‘파롤’은 랑그가 개인에 따라 자유롭게 실현되는 현상이다. 발화자는 오직 자신이 배운 랑그를 파롤을 통해 반복하며 재생산할 따름이다. 소쉬르는 랑그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현상에 대한 구조의 우위’라는 중요한 기틀을 닦았다.

 

  ② 공시태와 통시태 : ‘공시태(共時態)’는 언어학에서 ‘한 시기의 한 언어에 공존하면서 체계를 형성하는 사항들 사이의 관계’를 말하며, ‘통시태(通時態)’는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말한다. 소쉬르는 통시태보다 공시태를 우위에 두면서, 그 결과로서 파생되는 ‘역사성의 배제’를 체스 게임으로 비유한다. 시합은 이 순간 체스판 위에 놓여 있는 장기의 위치와 결합을 통해 이해될 뿐, 이 장기들이 어떤 길을 통하여 그곳에 도달하였는가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공시적인 면이야 말로 유일한 현실이다. 실제로 대중은 언어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할뿐더러, 그 사실을 모르더라도 언어를 사용하는 데에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므로 언어 상태를 연구해야 할 언어학자는 과거를 제거해야 한다.

 

 

  ③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시니피앙(signifiant)은 ‘외계(外界)에 의해 인지된 의미 표상을 대체하는 형식. 즉 표현되어진 기호(문자)를 의미하며, 시니피에(signifi?)는 언어에 의해서 표시된 내용, 즉 그 기호가 의미하는 내용을 말한다. 20세기초까지만 해도 기호는 구체적인 사물을 나타내는 표시로 간주되며 사물과의 필연적인 관계를 지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소쉬르는 기호란 분리 가능한 두 개의 요소인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로 구성되어 있다 주장했다. 이것은 기호와 사물의 관계는 우연적인 결합에 불과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호란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결합으로, 이 둘 사이의 결합은 자의적인 것이다. 기호는 외부세계의 대상과 무관하게 존재하며, 변별적 차이가 낳는 이항적 관계, 그리고 단위들이 관여하고 있는 ‘대립’에 의해서만 정의된다. 여기서 언어기호를 외부세계와 단절시키고, 언어현상을 오로지 그 자체로만 보는 “기호세계의 닫힘”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생겨난다. 기호체계가 오직 내적 메커니즘에 따라서만 지배되고 있다는 이 개념은 후에 구조주의 패러다임의 특징이 된다.

 

  소쉬르의 이러한 이론은 언어학뿐만 아니라 구조주의에 영향을 주었다. 구조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라캉(Jacques Lacan)은 시니피앙의 우위를 나타내며,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사이의 경계선 결여가 정신병을 초래한다며 이를 정신병리학에 원용하였다.

 

  예술에 있어서도 작품의 감각적 표현 양식과 그 이념적 내용의 관계가 이 같은 상호 불일치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바르트(Roland Barthes)는 시니피앙이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이미지 자체이고, 그 뒤에 숨어 있는 함축적인 의미와 내용이 시니피에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신화>(Mithology, 1957)에서 어떤 사물에 점점 이야기를 붙여서 눈사람처럼 확대되어 가는 것을 신화라고 설명하였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를 둘러싼 언어학적 방법론은 현대 미술에도 적용되었다. 신구상회화 화가들은 그림에 어떤 의미를 담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바르트의 언어이론인 시니피에와 시니피앙을 미술에 도입함으로써 해결하였다.

 

  예를 들어 아이요(Gilles Aillaud)의 동물원 연작에서 동물원 그림 자체는 시니피앙이고, 동물원과 같은 인공적인 환경에 갇혀있는 현대인의 모습은 시니피에인 것이다. 신구상회화 작가들이 바르트의 <화>를 읽었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1967년 <일상의 신화>라는 그들의 전시회 명칭에서도 알 수 있다.

 

  언어학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언어의 체계 자체가 랑그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발화되는 파롤은 랑그의 체계에 적용이 될 때 소통이 일어나고 그렇지 않으면 의미전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절대적인 체계, 정해진 것 그 랑그가 중요시 여겨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시니피에는 원래 처음부터 그 의미가 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랑그처럼 어떤 절대적인 체계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물론 사회의 관용적인 의미로서의 시니피에는 분명 존재하지만 시니피에 자체에서 절대적인 의미만을 갖는 것이 아니다. 즉, 다원성을 갖게 된다. 이 다원성은 ‘포스트모더니즘’에 영양을 끼친다. 시니피앙에는 저마다 다른 다양함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니피앙에 '내'가 담은 시니피에를 상대방이 해석할 때  마음대로 해석해 버리면 엉뚱한 의미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니피앙의 너머에 있는 시니피에를 찾아내는 일이 매우 중요하게 된다. 이를 찾아냐지 못한다면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란, 옛날처럼 단순하게 어떤 절대성 아래서 그저 향유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각양각색의 다양함 너머에 있는 시니피에를 파악하기 위해서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프라하 언어학파,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

  
야콥슨.jpg   프라하 언어학파는 러시아 형식주의에서 현대 구조주의로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형식주의자들의 생각을 다듬어서 소쉬르의 테두리 안에서 더 엄격하게 체계화시켰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은 구조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실제 내용은 괄호로 묶어버리고 전적으로 형식에 집중했다. 또한 시를 자체의 내부에서 기호의 복잡한 관계에 의해 통제되는 기능적 구조로 파악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낯설게 하기’를 통해 여전히 문학을 외부 세계와 연결시키고 있었다. 또한 단지 기호 자체를 음미하기 위해 지시대상에의 관심을 유보할 뿐, 이항 대립적 의미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문학 텍스트 밑에 깔린 심층의 법칙이나 구조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로만 야콥슨은 러시아 형식주의와 현대 구조주의의 중요한 연관을 마련하게 된다. 그는 언어의 기능에 대한 연구, 은유와 환유가 구성하는 수사학적 두 축의 정의를 통해 구조주의에 중요한 공헌을 한다.

 

  ① 언어의 기능 : 야콥슨은 모든 의사소통이 발신자, 수신자, 전언, 접촉, 약호체계, 상황이라는 여섯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어느 쪽이 우위냐에 따라서 여섯 가지의 언어 기능을 구분한다.

 

  ② 은유와 환유 : 발화는 두 가지 기본적인 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코드 혹은 공통의 어휘목록에 속해 있는 언어 단위들을 선택하는 작용. 둘째, 더 큰 단위가 이루어지도록 이 단위들을 결합하는 작용. 선택은 유사성을 바탕으로 하며, 한 용어가 다른 용어로 대체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결합은 인접성을 바탕으로 하며, 연쇄적인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그리고 언어 전체는 이 두 축에 의해서 구분된다. 야콥슨에 따르면 “시적 기능은 선택축의 등가성 원리를 결합 축에 투영하는 것이다.” 야콥슨은 이를 은유와 환유 개념으로 발전시켜 흥미 있는 분석효과를 낳았다. 은유란 계열적 관계에서 서로 대신할 수 있는 기호들 사이에 맺어지는 비유를 뜻하고 환유는 통합의 관계에서 전체와 부분, 또는 부분들 사이에 맺어지는 비유를 뜻한다.

 

  
  □ 기호학

 

  기호학은 기호에 대한 체계적 연구, 즉 ‘특정한 연구 분야’를 의미하며, 구조주의는 ‘특정한 연구 방법’을 의미하는데 이 두 용어는 프라하학파에 의해 대체로 동일하게 되었다. 구조주의는 모든 것을 기호체계처럼 다루고, 기호학은 구조주의적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① 찰스 퍼스(Charles Peirce) : 미국 기호학의 창시자인 퍼스는 기호를 세 단계로 구분한다.

       - 아이콘 : 기표와 기의의 실제적인 유사성에 따라 작용한다.

       - 이미지 : 이미지를 통해서 기표는 기의의 특질을 다시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동물그림은 동물을 재현한다. 예) 사진

      - 도표 : 이것을 통해서 기표들 사이의 관계가 기의들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다.

      - 지표 : 기표와 기의 사이의 사실적인 인접성에 따라 작용한다. 기표에 의해 기의를 유추할 수 있다. ex) 발자국과 사람, 연기와 불.

     - 상징 : 기표와 기의 사이의 학습된 인접성에 따라 작용한다. 다만 이 관련성은 법칙에 의한 것일 뿐, 둘 사이의 어떤 유사성이나 연관성에 의한 것이 아니다. 예) 소쉬르의 기호

 

 
  ②유리 로트만(Juri Lotman) : <예술적 텍스트의 구조>(1970) 와 <시적 텍스트의 분석>(1972)이라는 저서에서 로트만은 시적 텍스트를 의미가 문맥에 따라서만 성립하며 유사성과 대립에 의해 지배되는 층진 체계로 본다. 모든 문학텍스트는 여러 개의 ‘체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체계들 사이의 부단한 충돌과 긴장을 통해 그 효과를 얻는다(=낯설게 하기). 텍스트의 각 단어는 형식적 구조들 전체에 의해 여러 다른 단어들에 연결되고, 그래서 의미는 항상 ‘다중규정’된다. 각각의 기호는 여러 가지 다른 연합적 패턴, 또는 체계들에 동시에 관련되며 이런 복잡성은 기호가 편입되는 통합적 사슬, 즉 ‘수평적’ 구조들에 의해 더욱 복잡해진다. 그러므로 로트만에게 시적 텍스트는 체계들의 체계요, 관계들의 관계이다. 다만 로트만은 시나 문학이 내재적인 언어적 특질에 의해서만 규정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학과 사회 전체에 존재하는 다른 텍스트, 약호, 규범과 맺고 있는 관계 안에도 들어있다고 본다. 또한 텍스트의 의미는 독자의 기대범위에 따라 상대적이다.

 

  
  □ 서사학

 

레비스트로스.jpg  체계와 구조에 대한 논의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의 구조 인류학의 등장과 더불어 그 적용영역이 현저히 확장되었고, 이를 통해 전혀 새로운 문학과학인 설화학이 탄생했다. 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실천자들은 그레마스, 쯔베탕 토도로프, 제라르 쥬네트, 끌로드 보르몽, 롤랑 바르트였다.

 

  ① 레비스트로스 : 레비스트로스는 이질적인 신화들의 배후에는 어떤 신화라도 환원될 수 있는 보편적 구조(랑그)가 있다고 가정한다. 먼저 그는 신화들을 음소적으로 쪼갠다(=신화소). 이 신화소들은 대립되는 짝들이 논리적 기능 아래서 묶일 때만 그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신화 속의 무수한 인물들과 사건들은 독립적 실체가 아니며, 관계 대립에 의해서만 의미가 규정된다. 이 신화소들이 묶이는 규칙은(=문법) 인간의 마음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신화를 연구한다는 것은 구조를 부여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신활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후에 레비스트로스는 신화학에서 범위를 넓혀 모든 사회의 차이점을 ‘표층’으로 규정하고, 그 배후에 감춰져 있으나 모든 사회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요소를 ‘심층’으로 규정하였다.

 

  ② 서사학 : 서사학은 종족의 신화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이야기에까지 이 모델을 일반화시키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프롭(Vladimir Propp)은 <민담의 형태학>에서 모든 동화를 7개의 역할 영역과 31개의 고정적 요소 혹은 기능으로 환원시켰다. 그레마스(A.J. Greimas)의 <구조의미론>은 이를 발전시켜 주체와 객체, 발송자와 수신자, 구원자와 적대자의 관계로 이루어진 행동소 모델을 제시하고 그 아래에 있는 심층구조를 구성하여 레비스트로스의 이론을 패턴화하였다. 츠베탕 토도로프(Tzvetan Todorov)는 『데카메론』에 대해 비슷한 문법적 분석을 시도하였는데 거기서 등장인물들은 명사로, 그들의 속성은 형용사로, 행우는 동사로 간주된다. <데카메론>의 각 이야기들은 이 단위들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결합하는 일종의 확장된 문장인 셈이다. 이렇게 구조주의는 이제 모든 것을 언어를 통해 생각할 뿐만 아니라 마치 모든 것의 주제가 언어인 듯이 생각하게 되었다.

 

  
구조주의의 장점

 

  ①구조주의는 과학적이다. 구조주의는 다른 인문사상에 비하여 훨씬 보편성과, 일반성, 정밀한 과학성을 지닌 우수한 연구업적을 낳았다.

 

  ②구조주의는 문학을 탈신비화했다. 구조주의를 통해 문학작품은 다른 언어의 산물들과 마찬가지로 만들어진 구조물이며, 그 구조는 다른 과학들의 대상처럼 분류되고 분석될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영혼이 시에도 들어있다고 믿는 낭만주의적 편견, 문학을 물신화시키는 것, 비평엘리트들의 권위를 강화시킨 미신 등은 거침없이 폭로되었다. 문학에 존재론적으로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렵게 되었다.

 

  ③구조주의는 인간 주체의 절대권을 뒤흔들었다. 구조주의는 주체를 사유의 중심이 아닌 언어의 산물로 간주하면서 부르조아지의 믿음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구조주의는 우리의 가장 내밀한 경험조차도 구조의 영향이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폭로한다.

 


구조주의의 한계

 

  ①구조주의는 비역사적이다. 구조주의에서는 관찰자와 대상이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 해석학적 순환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변화는 갈등 없는 체계속의 일시적 혼란일 뿐이다. 그러나 여러 갈래의 길을 만나면서 실제 어느 길을 택하느냐는 문학체계와 외부의 역사가 상호 작용하며 낳은 결과이다. 인간의 역사와 전통은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것이고, 거꾸로 해석행위가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역사와 전통 속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②구조주의는 비실천적이다. 구조주의 분석에는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맥락과 의미내용이 빠져있다. 그리고 노동, 성, 정치 등 담론으로 환원할 수 없는 실체들까지 환원된다. 실천과 생산으로서의 문학 개념은 제거되고 추상적인 것에 대한 공허한 엘리트 놀이만이 남는다.

 

  ③구조주의는 반인문주의적이다. 구조주의자들에게 있어 작품은 대상을 지시하는 것도 아니고 개별 주체의 표현도 아니다. 남는 것은 규칙들의 체계일 뿐이다. 여기서 주체는 숙청당하며 비인격적인 구조의 기능으로 축소된다. 아무리 구조에서 규칙이 모든 것을 선행한다 할지라도 언어는 분명히 인간 주체와 그의 의도, 인간정신의 역동성을 포함하고 있는데 구조주의는 이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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