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든지 좋아하는 것으로 시작하세요
― 에피소드로 만난 창가의 토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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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13년 4월 23일 (화) 오전 10시
□ 장 소 : 가산 도서관
□ 대상도서 : 창가의 토토(구로야나기 테츠코저/김난주 옮김/프로메테우스)
□ 참 석 자 : 김명화, 김미아, 이승민, 이용태, 정현, 이주연, 오진화, 박찬주
□ 북브리핑: 정현
□ 토론후기 : 이용태
저 먼 곳의 근대식 교육과 이 곳 현대 삶의 부조화로 인하여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자신의 생각이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을 때, 아이는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생각', 즉 사유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는 역사와 철학*이 바탕이 됩니다. 또한 문학을 우리 삶의 안방으로, 거실로 초대할 수 있게 하는 힘 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특이한 것은 이 학교의 수업 방식이었다.
대개의 학교는 첫째시간이 국어면 국어를 하고, 둘째 시간이 수학이면 수학을 하는 식으로 시간표대로 수업을 하는데, 이 학교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첫째시간이 시작될 때, 여선생님은 그날 하루동안 공부할 시간표의 전 과목 문제를 칠판에 가득 써놓고 이렇게 말했다.
"자, 어떤 것이든지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그러니 학생들은 국어든 수학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글짓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글짓기를 하고, 또 교실 뒤쪽에서는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가 알코올 램프에 불을 붙여 플라스크를 부글부글 끓이기도 하면서 뭔가를 폭발시키곤 하는 광경을 어느 교실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다.
-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 p.43~44 중에서
먼저 시작하고 싶은 과목을 먼저 공부하는 학교. 어렸을 때 이런 학교를 다녔으면 ,하루하루 학교에 빨리 가고싶어 했을 것 같습니다.
창가의 토토에서 나온 이 멋진 방식을 따라하여, 제일 먼저 풀어 놓고 싶은 글은 독서토론 참가자들 개개인의 에피소드 입니다.
에피소드*는 우선 재미있고,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래는 오늘 독서토론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가인: 창가의 토토가 소설(픽션)인 줄 알고 읽었으나, 작가 후기에서 이 작품이 실화바탕으로 써졌다는 것을 늦게야 보고 매우 놀랐다. 이런 교육방법이 그 당시에 일어날 수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악마'라는 별명의 수학선생님이 있었다. 그 사람은 학생이 문제풀이가 틀렸을 때, 그 학생이 울음을 터뜨릴 때까지 매를 때리는 사람이었다. 하루는 한 친구가 문제를 틀리게 풀었고, 결국 엎드려서 매를 맞았다. 그 친구는 안구건조증이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 사실을 몰랐다. 친구가 약 오십대 가까이 맞았을 때, 그 친구의 짝꿍이 안구건조증을 대신 말 해주었다. 그제서야 매가 그쳤다. 나도 한 번 매를 맞은 적이 있었다. 일주일동안 멍이 시퍼렇게 있었다.
나인: 내가 어렸을 때 사람들에게 받은 최대의 칭찬은 '개성이 강하다' 였다. 어린이가 돼서는 내가 말을 할 때 사람들이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아서 속상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참석한 술자리에서 술의 힘을 빌려 사람들과 진솔하고 오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중, 내 말을 경청하며 들어주는 친구를 만나기도 하였다.
다인: 어느 날, 손주 딸아이가 실내화 주머니를 집에 놓고 학교에 갔다. 그 일을 아이가 집에 와서야 알았다. 그녀의 발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에게 화가 났다. 나에게 그 사실을 알릴 수도 있었고, 선생님께서 따로 조치를 해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화를 참았다. 아이에게 그런 일쯤이야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라인: 학교 선생님의 조언으로 내 아들이 정신과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다. 진료비가 자그마치 7만원이었다. 그런데, 약 10분간 짧은 상담을 마치고 그를 비정상적인 아이로 분류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10분 상담으로 내린 진료결과는 틀렸단 확신을 했다. 아들이 학교생활에 답답해 할 때마다 한적한 곳으로 놀러 가서 한 없이 놀게 했다. 아이와 놀았던 날들 중에, 한 장면이 떠오른다. 햇살에 비친 아이의 행복한 미소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 아이는 환경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할 뿐 이상이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마인: 사람들이 내 딸을 간혹 '야생녀'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딸이 가끔 말을 함부로 하기도 하고, 행동도 두드러질 때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 때마다 딸의 말과 행동을 교정하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떤 방향이 옳은지 궁금하다.
라인: 앞에서 말한 그 사람들은 당신의 딸의 모습을 나쁘게 보거나 교정하려고 할 수 있지만, 딸의 모습을 이상하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학창시절에 특이한 행동을 하여 학생들 사이에서 왕따였고, 게다가 체력도 좋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일 년 열두 달 미칠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생일선물로 카메라를 받았다. 그 날로 카메라에 미친 그는 결국 현재 유명감독이 되었다.
"교육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든 그것은 독창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어야지, 틀에 맞춘 인간형을 찍어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에게 커다란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창의성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자기 인생에 지표로 삼을 가치관을 세울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 자신이 있는 장소, 자신이 함께 하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정신적 풍요로움을 키워 주어야 합니다. 세상에 중요한 일들이 어떤 것들이고, 사람이 살고 죽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게 해 주어야 합니다."
- 존 테일러 개토의 책 <바보 만들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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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e?p?so?ud, -zo?ud] n.
① (소설·극 따위 속의) 삽화(揷話), 에피소드.
② (사람의 일생 또는 경험 중의) 일련의 삽화적인 사건.
③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합창과 합창을 연결하는) 대화(對話)의 부분[장면]
* 철(哲)
①밝다
② 슬기롭다
③ 알다
④ 결단하다(決斷--)
⑤ 철인(哲人: 도리나 사리에 밝은 사람)
⑥ 높임말
* 철학(哲學) : 인간(人間)이나 인생(人生)ㆍ세계(世界)의 지혜(智慧ㆍ知慧), 궁극(窮極)의 근본(根本) 원리(原理)를 추구(追求)하는 학문(學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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