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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時論)] 루소에게 역사 교과서를 묻다

by 이우 posted Sep 19, 2015 Views 1247 Replies 0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리강


시론_이미지.jpg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가 테레즈 르바쇠르(The?re?se Levasseur)와의 사이에 태어난 5명의 자식들을 모두 고아원에 보냈다는 것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그런 그가 나중에는 그 유명한 교육 소설 <에밀>을 썼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그의 교육 철학을 따라서 자국의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유럽의 국가들은 어째서 이런 ‘부모 같지도 않은’ 루소의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가르치는 것일까? 혹시 루소가 이런 파렴치한 짓을 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까?

  <에밀>의 서문에는 “아버지로서 의무를 완수할 수 없는 사람은 아버지가 될 권리가 없다. 가난도 일도 체면도 자식을 양육하고 직접 교육시키는 일에서 면제받을 수 없다. 독자들이여, 이 점에서는 나를 믿어도 좋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루소는 자신이 5명의 자식을 버렸다는 점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버젓하게 <에밀>의 서문에서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런 당당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런 부끄러운 짓을 해 놓고도 그는 어째서 꼭 교육 소설을 쓰고야 만 것일까?

  루소는 문명사회 속의 인간이 지닌 노예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배내옷에 꼭꼭 싸여 태어난 인간은 관 속에 갇혀 죽을 때까지 속박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문명사회 속의 인간은 순응하거나 굴종하도록 아주 어릴 때부터 강요받거나 훈련되어 나중에 커서도 스스로 자신의 자유를 박탈해 버리고 노예가 되는 지경에 이른다고 통탄한다. 자연 상태에서 인간이 가졌던 자율성과 자유, 그리고 능동적인 윤리성은 문명사회에 접어들면서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루소는 무슨 욕을 먹든지 간에 자신의 교육 철학을 널리 공표하고야 만다. 5명의 버린 자식과 또 더 많은 유럽 문명 속의 어린 아이들이 문명사회의 노예 상태에서 풀려나, 자연인으로서의 자유와 능동적 윤리를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루소는 <에밀>을 쓴다. 멀리서라도 그리고 뒤늦게라도 아비 노릇 못한 것을 참회하면서, 만약 곁에 있다면 너희들을 이렇게 교육시키고 싶다는 생각으로 루소는 <에밀>을 쓴다.

  루소는 에밀에게 주입하듯 교육하지 않는다. 오히려 에밀에게 강요와 강제가 가해질까봐 걱정하며 보호한다. 루소는 에밀에게 질문만 한다. 그래서 에밀이 스스로 고민하고 경험하고 스스로 깨닫도록 한다. 에밀이 배워야 할 것은 에밀이 결정한다. 루소는 다만 에밀의 결정을 도와줄 뿐이다. 루소는 지식 교육을 하지 않는다. 에밀은 그 어떤 사상도 주입받거나 세뇌 받지 않는다. 에밀은 자연인으로서 자유롭게 느끼고 마침내 스스로 윤리적으로 완성된다.

  21세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한국사를 국정 교과서로 만들어 가르쳐야 하느니, 말아야 하느니 논란이 많다. 교육부장관은 집안의 족보가 둘이 될 수 없듯 한 국가의 역사가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언성을 높인다. 그런데 이런 목소리를 들으면 왜 루소가 떠오르는 것일까? 루소가 살아 있다면 대한민국의 교육부장관더러 뭐라고 할까? 한 국가의 정권을 쥔 자들이 제 입맛에 맞게 역사를 서술하여 어린 학생들 머릿속에 획일적으로 주입할 수 있는 이런 시도를 보고, 루소는 과연 올바른 교육을 하려 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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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역신문공동체 <은평시민신문>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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