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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時論)] 폴리스, 메르스

by 이우 posted Jun 20, 2015 Views 1431 Replies 0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리강



 시론_이미지.jpg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했다는 교과서적인 설명도 잘못된 설명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런 말한 적 없다. 대신 그는 인간은 폴리스적 동물(Zoon politicon)이라는 말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말은 하게 된 계기는 기원전 12세기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12세기 경 그라키아(Graecia) 지역은 북방 도리아인의 침입으로 더 이상 왕정 체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왕도 죽고, 왕자도 죽고, 신하도 죽어서, 쑥대밭이 된 상황이니 정치 권력자가 궁궐에 앉아 한가하게 지내는 정치 체제를 세우려야 세울 수가 없다.


  언제 다시 도리아인이 쳐들어올지 모르니 우선 가장 급한 것은 전쟁이 났을 때 부녀자, 어린 아이, 노인 등을 대피시킬 곳을 마련하는 일이다. 높은 언덕에 아크로-폴리스(acro-polis)를 만들어 신전도 세우고, 성벽도 높이 쌓아 전쟁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을 대피시키거나 전쟁에 져서 후퇴할 때 최후의 보루로 삼는다. 또 이곳은 평상시에 군사 훈련을 하기에 적당한 광장(agora)이 있다. 광장에서 군사 훈련도 하고 산촌, 어촌, 평지 사람들이 모여서 경제 활동도 한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적은 수의 성인 남성들을 군사적으로 잘 조직해서 효과적으로 외적과의 전쟁을 수행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내부적 결속이 중요하다. 내부에서 분열하면 외적의 침입에 속수무책이다. 외적의 숫자는 부지기수로 많은데, 적은 군사로 막아내어야 할 처지에서 내부 분열이 있다니 말도 안 된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왕정 체제에서 민주정 체제로 바꿀 수밖에 없다. 산촌에서 2명, 어촌에서 2명, 평지의 귀족 마을에서 4명의 집정관을 파견해서 상호 긴밀한 연락 체계를 갖춘다. 이것이 고대 그라키아 폴리스이다.


  폴리스 시민들은 모두 평등하다. 평등하지 않은데 어떻게 내부 결속을 다질 수 있겠는가? 폴리스 시민들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직접 참여해서 고민하고 발언하고 실천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정치적 사안이 시민 자신, 가족들, 이웃들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너나 할 것 없이 모여서 목숨 걸고 싸운다. 결혼한 성인 남성은 아들이 십대가 되기 전에 1/3이 전쟁터에 나가서 죽고, 아들이 이십대가 되면 겨우 1/4도 살아남지 못한다. 폴리스 시민들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토론하고 함께 웃고 울다가 함께 죽는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자는 모름지기 폴리스와 함께 살고 폴리스와 함께 죽는 폴리스적 동물이다.


   요즘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고대 그라키아 폴리스가 자꾸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 국민을 보호해 달라고 군사 주권을 영구히 미국에 내어주질 않나, 그 군사 주권을 받은 미국은 한국이 만만한지 95%의 치사율을 자랑하는 탄저균을 들여와 실험했단다. 같은 시기 메르스, 중동 호흡기 증후군이 퍼져 수천 명이 격리되고, 확진 환자가 500명이 넘고, 벌써 죽은 사람의 숫자가 20명이 더 된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후 만들어진 국민 안전처는 어디 갔는지, 청와대와 정부는 그때처럼 가만히 있으라, 손만 씻으면 된다고 한다. 자꾸 폴리스가 그립고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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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역신문공동체 <은평시민신문>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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