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맬컴 엑스와 무하마드 알리.
아이들은 모두 맬컴 엑스의 딸들이다.
나는 승패를 가르는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본의 링 위에서 투견들처럼 물고 살갗을 찢고 뼈를 부러뜨리는 격투기는 더욱 싫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인물을 꼽으라면 서슴치 않고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 1942년~2016년)라고 말한다. 어릴 적 나의 영웅이 '알리'였다. 아니, 지저분한 도시의 골목에서 함께 놀았던 꾀죄죄한 동네 아이들 모두의 영웅이었다.
통산전적 61전 56승 5패라는 기록을 세우고 세 번이나 세계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한 유일한 권투 선수인 알리는 권투 선수이기 전에 인종차별을 일삼는 백인들과 맞싸웠던 강경주의의 흑인 인권 운동가였다. 그의 원래 이름은 '캐시어스 클레이(Cassius Clay)'였으며 원래 침례회 신자였다. 1964년 맬컴 엑스(Malcolm X, 1925년~1965년)가 이끄는 '네이션 오브 이슬람((Nation of Islam)'에 가입하면서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으로 개명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캐시어스 클레이'는 백인들이 준 노예의 이름이다. 지금부터 난 자유롭고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으므로, 난 노예가 아니므로, 백인들의 이름을 반납하고 아름다운 아프리칸의 이름을 선택한다."
알리는 미국 흑인들의 전사(戰士)였다. 알리는 이렇게 말했다. "권투란 수많은 백인들이 두 흑인끼리 서로 때리는 걸 지켜보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지 못할 정도로 용감하지 않은 사람은 인생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가장 위대한 자다. 때려 눕혔을 뿐 아니라, 나는 권투 경기를 선택했다."
1965년 헤비급 챔피언 출신인 '플로이드 패터슨'이 '알리로부터 챔피언 벨트를 되찾아 미국에 바치는 것이 내 의무다'라며 알리에게 도전했다. 심지어 알리를 두고 알리가 개명하기 전 이름인 '캐시어스 클레이'라고 부르며 거세게 비난했다. 알리와 반대로 패터슨은 기독교 신자, 흑백통합주의자, 온건파였다. 화가 난 알리는 '패터슨을 줘패겠다'라고 호언했다.
이슬람 신자와 기독교 신자, 흑백분리주의자와 흑백통합주의자, 강건주의자와 온건주의자 간의 이 싸움에서 알리는 TKO로 승리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 주류 언론들은 온건파이자 기독교 신자인 패터슨을 옹호했고, 강경파에 이슬람 신자였던 알리를 '고의적으로 경기를 질질 끈 후 잔인하게 징벌했다'고 비난했다. 몇 년 후 알리는 패터슨과 한 번 더 붙게 되는데 그 때도 승자는 알리였다. 이 경기를 두고 사람들은 "사상적 측면에서 흑인혁명의 정신적 승리, '독립적인 흑인'이 '굴종적인 흑인'을 징벌하는 상징적인 승리"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2년후인 1967년 '어니 테럴'과의 매치에서도 반복된다. 어니 테럴도 계체량 측정 도중 알리를 '캐시어스 클레이'라는 이름으로 불러 알리를 도발했다. 분노한 알리는 경기 당일, 링 위에서 테럴에게 펀치를 꽂아 넣으며 "내 이름이 뭐라고? 내 이름이 뭐라고?(What's my name? huh? what's my name?)"라고 소리쳤다. 결국 테럴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 사람들은 알리의 이런 모습을 보고 "정말 야만적이고 잔인한 전사(戰士)였다"고 말했다.
1974년 알리의 가장 유명한 경기가 열린다. 알리는 흑인혁명을 위하여 '조지 포먼'과의 대결을 아프리카 콩고의 '킨샤사'에서 경기를 벌였다. 32세의 알리와 24세의 젊은 챔피언 조지 포먼과 맞붙은 'The Rumble in the Jungle'이었다. 이때 알리는 베트남전쟁 징병 거부로 인해 선수 자격 박탈을 당해 신체적 최전성기인 25세부터 29세까지 4년간 선수 생활 자체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알지도 못하는 유색인종한테 총을 쏘라구? 왜 쏴야하지? 날 '깜둥이'라고 부른 적도 없고 날 줘팬 적도 없고 기르는 개를 시켜서 날 물게 한 적도 없고 내 국적을 박탈한 적도 없는데? 나는 당신들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챔피언이 되겠다. 베트콩들은 우리를 검둥이라고 욕하지 않는다. 베트콩과 싸우느니 흑인을 억압하는 세상과 싸우겠다."
알리는 베트남전쟁에 반대하여 징병 거부를 하다가 챔피언 자리를 박탈당하고 주류 미국 사회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으면서 약 4년간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너희들 모두 포먼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거 다 알아. 하지만 두고봐라. 내가 얼마나 위대한지! 난 저번 주에 돌을 죽여버리고 바위를 박살내고 벽돌을 병원으로 보내버렸어!" 알리는 조지 포먼에게 맞으면서 그에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그게 다냐?" 알리는 포먼을 8라운드 KO로 꺾고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았다.
"사람들은 나에게 영화 속 록키의 백인 이미지를 덧칠했다. 예수, 원더우먼, 타잔, 록키. 미국은 늘 그렇게 백인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나는 미국이다. 나는 당신이 모르는 한 부분이다. 흑인이고, 자신감 넘치고, 건방지다. 내 이름도, 내 신앙도 당신과 다르다. 내 목표는 나만의 것이다. 내게 익숙해져라."
나는 세상에다 "내게 익숙해져라"고 외쳤던그 건방짐이 부럽다. "내 이름이 뭐라고? 내 이름이 뭐라고?" 나는 그 자신감이 부럽다. "곰팡이가 핀 빵에서 페니실린이 나올 수 있었다면 당신에게서도 뭔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불가능이란 주어진 세상에서 더 쉽게 살 수있는 길을 찾는 소인배들이 내뱉는 허풍일 뿐이다. 불가능이란 사실이 아니라 의견이다. 불가능이란 선언이 아니라 도전이다. 불가능이란 잠재력이다. 불가능이란 일시적이다. 불가능이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가능성을 믿는 그가 정말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