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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와 읽기 : 말 더듬기

by 이우 posted Jun 14, 2020 Views 719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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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기와 읽기
 -말 더듬기 
 
  글을 쓰거나 읽을 때, 언어 규칙(랑그, langue)에 사유가 갇히는 경우와 언어 규칙이 전개되는 사유를 가둘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 표현이 내용을 장악하고 있어 글 쓰는 이는 표현이 어려운 내용이나 자신의 능력으로 표현할 수 없는 내용을 잘라내어 버린다. 어휘의 사용과 연결, 문장 구성력은 훌륭하지만 속 빈 강정처럼 내용은 비어 있다. 이런 글을 읽는 경우 리듬 좋은 명문이긴 하지만 내용이 없다. 내용을 숨기고 다시 말해 솔직하지 않으면서, 멋져 보이는 말을 찾아 수집하고 보기 좋게 진열하기만 한다면 작가라고 말할 수 없다. 이 경우 글 쓰는 이유, 글을 읽으려는 이유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문장력을 가르치거나 문장력을 기르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글을 쓸 필요도 읽을 필요도 없다. 
 
  후자의 경우에는 글을 쓰지만 풍부한 내용을 언어 규칙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적절한 어휘를 찾아내지 못하고 문장이 거칠다. 전달력이 떨어져 그 내용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하다. 글을 읽지만 어휘력이 부족하거나 이해도가 떨어져 그 내용을 확정할 수 없다. 그러나 어렴풋하게나마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어 전자의 경우보다는 훨씬 낫다. 쓰기를 되풀이하면 문장이 정렬되고, 처음에는 내용을 확정할 수 없지만 고민하고 사유해보면 그 내용을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용 없이 깔끔한 글보다 거칠고 서툴어도 내용이 담겨 있는 글이 훨씬 낫다. 언어 사용의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깊게 사유하는 것이 더 낫다. 
 
  글쓰기나 글읽기의 어려움은 여기에 있다. 언어는 규칙을 따르고, 내용은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느낌은 느닷없이 솟구치거나 사라지며 사유는 이곳저곳에서 예기치 않게 질서 없이 나타난다. 언어는 규칙으로 이것들은 낚아채고 붙들어서 매어두어야 한다. 들뢰즈모든 작가들은 말을 더듬거리며, 모든 작품은 '말 더듬기'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색과 선, 소리, 질감이 하나의 언어(기호, signs)로 사용되는 예술 또한 '말 더듬기'이며, 이런 의미에서 모든 예술가는 더듬거리면서 말을 한다
 
  기술자는 더듬거리지 않는다. 정해진 규칙을 따라 규격에 맞게 공정(process)을 만들고 빠르게 생산한다. 규격에 맞지 않으면 내용을 잘라내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면 그만이다. 그런 면에서 기술자는 예술가보다 정교하며 생산품은 예술 작품보다 유용하다. 그런 면에서 생산품은 예술품보다 규격화되어 있으며, 생산품이 예술 작품보다 더 완전하다
 
  예술 작품이 규격화되고 완전해지면 생산품이다. 하나의 음악 재생기는 언제 어디에서나 완전하게 노래하지만 한 명의 가수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차이날 수밖에 없는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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