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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절망적인 언설(言說), 아싸ㆍ인싸ㆍ마싸

by 이우 posted May 26, 2020 Views 59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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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수상한, 의미심장한, 슬픈, 절망적인 신조어가 있다. '인싸', '아싸', '마싸'.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신조어는 우리를 실망케하고, 절망케 하고, 고개를 가웃거리게 만든다. '인싸'는 영어 '인사이더(in-sider)'의 준말로 직역하면 '안에 있는 사람'이란 말이다. 이 말은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뜻하는 모양이다. 이와 상대가 되는 말로 사람들은 '아싸'를 등장시켰다. '아싸'는 영어 '아웃사이더(out-sider)'의 준말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러더니 기어코 '마싸'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마이 사이더(my-sider)'의 준말로 '다른 사람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뜻대로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당연하게 '안(in)'과 '밖(out)'이 있으려면 그 사이에 경계, 다시 말해 울타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울타리를 치고 을 나누고, 를 나누고, 우리그들을 나누고 있다. 이 단순한 신조어가, 다시 말하면 이 언설(言說)의 탄생이 이기적인, 테두리 쳐진, 울타리가 둘러진 경제체-정치체-법체-예술체-종교체의 연쇄, 다시 말해 이기적인, 슬픈, 절망케하는 우리 사회체의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과언일까?
 
  '아싸'를 뜻하는 아웃사이더(out-sider)라는 말은, 1942년에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l'Etranger)』을 미국에서는 『The Stranger』, 영국에서는 『The Outsider』으로 번역하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해, 1955년 영국인 작가 콜린 윌슨(ColinWilson)이 그의 저서 『아웃사이더(The Outsider)』에서 작품의 주인공·철학자·작가·모험가 등을 묶어 '아웃사이더'라고 부름으로써 문학상의 중요한 술어가 되었다(예술체). 이후 아웃사이더는 국외자(局外者)·문외한 등을 뜻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경제학에서는 몇 개의 기업이 카르텔·트러스트·동업조합을 결성하고 있는 경우, 그 협정에 참가하지 않은 채 경쟁적 입장에 있는 기업을 말하고(경제체), 사회학에서는 내집단(內集單)에 대한 외집단(外集單)을 말한다(사회체). 문화적으로 아웃사이더는 기성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머무르지 않고 그 틀 밖에서 사물을 자유롭게 보고 비판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문화체). 이 울타리는 사실 오래전 사람들의 상상에도 존재했다. 천국과 지옥, 고성소(古聖所, limbo), 이승과 저승(종교체).

  윌슨 뿐만 아니라 영국인들은 울타리 치기를 좋아했다. 흔히 '인클로저 운동(enclosure)'이라고 알려진 '그 울타리' 말이다. 인클로저(enclosure)는 ‘둘러싸기’, ‘울타리 두르기’를 의미한다. 16세기 영국에는 봉건 영주들이 소유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을 토지에서 강제로 몰아내고 너나 할 것 없이 목축업에 뛰어들었다. 농사를 짓는 것보다 을 길러서 당시 최대 산업인 모직물 공업의 원료로 양털을 팔아넘기는 편이 더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다. 농지울타리가 둘러지면서, 땅이 없는 농민들은 쫓겨났다. 소유 개념이 모호한 공유지(共有地)에도 양이나 가축이 도망가지 못하게, 혹은 자신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 울타리를 치고 개인 소유의 자산으로 만들었다(경제체). 야산과 들판 같은 공유지에 울타리가 쳐지고 무단채취처벌되자 가난한 사람들은 더이상 예전처럼 땔감용 나무를 벨 수 없었고 야생색물을 채취할 수도 없었다(법체). 농지와 공유지에 의존하던 농민들은 이곳저곳을 떠도는 부랑자(浮浪者, rogue)가 되었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하여 약탈하기도 했으며, 저항운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땅의 울타리 등을 부수며 일어났던 1549년 케트의 난(Kett's Rebellion), 1607년 중북부에서 일어난 농민반란, 1607년 뉴턴의 난(Newton Rebellion) 등이 그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영국은 1572년 생활의 근거지를 잃은 부랑자들을 처벌하는 행려병자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토지나 주인이 없는 사람,  합법적 수입원이 없는 이를 부랑자로 규정하고 체포된 부랑자는 피가 날 때까지 채찍질한 뒤 오른쪽 귀에 낙인을 찍었다. 낙인이 찍힌 뒤 두 번째로 체포당하고 1년 내로 마땅한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중범죄에 준하여 처벌했다. 세 번째로 체포된 부랑자는 2년간 고용해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형에 처해졌다(법체). “양이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토머스 모어의 유명한 말은 이렇게 탄생했으며, 루소가 법이란 소유권을 가진 자를 보호해주는 장치라고 확정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울타리 치기는 영국에서 자본주의의 초기 단계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울타리 치기로 번창한 영국의 모직물 산업은 양모를 가공해 유럽 각지에 수출하면서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울타리 치기는 영국의 자본주의를 성숙시키고 해가 지지 않는 식민지 대국 ‘대영 제국’의 발판을 마련했다. 토지에서 쫓겨난 농민들은 도시로 흘러들었다. 가진 것 없던 이들은 자신의 날품을 팔아 연명하는 도시 노동자가 되었고, 이들의 값싼 노동력은 영국 산업혁명의 풍부한 동력이 되었다. 인클로저를 통해 자본을 축적한 농장주들은 젠트리(gentry, 신사)라는 새로운 계급을 형성했다. 마르크스영국농민층 3분화설(지주, 부농인 차지농, 임금노동자가 된 빈농)은 이렇게 탄생했으며, 푸코는 이 나눔의 문제로 분절ㆍ계열ㆍ담론과 관련된 자신의 철학을 탄생시켰다. 이 울타리 친 인식에 반대해 스피노자는 자연의 무한을, 들뢰즈는 덩어리진 세계, 나눌 수 없는 세계를 주창했다. 세계는 나누어져 있지 않다. 우리가 분할(分割, division)할 뿐이다.
 
  '인사', '아싸', '마싸'는 슬프게도 우리 사회의 울타리 치기(인클로저, enclosure)의 결과물이다. 울타리를 쳐놓고, 경계를 만들고, 안에 있는 사람을 '인싸'라고 말하고, 밖에 있는 사람을 '아싸'라고 말하며, '인싸'와' 아싸' 모두에게 실망한 사람을 두고 '마싸'라고 말할 뿐이다. 테두리가 쳐진 사회, 네 것 내 것으로 사유화된 사회, 편 가르기, 이런 사회를 지지하고 보호하는 경제체ㆍ정치체ㆍ법체ㆍ예술체종교체 등의 연쇄, 그리고 이 안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 낸 이 언설(言說)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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