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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 모이*

by 이우 posted Mar 15, 2020 Views 65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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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이, 모이*
    -배우 강신일에게
  
  이우
  
  고대인의 석상(石像)처럼 어둡고 침침한 그대여
  근대인의 초상(肖像)처럼 우울한 그대여
  잿빛 모자로 얼굴을 가린 사랑하는 그대여
  그리 오래도록 삶의 무대를 딛고 서있었으면서
  그리 많은 이 사람, 저 사람, 이것, 저것, 그것이었으면서
  알록달록한 익살 광대 아를르캥이었으면서
  이 사람 저 사람 그 사람
  이것 저것 그것
  멋드러진 가면을 쓰고 살아왔으면서
  이 사람 저 사람 그 사람이 아니라고
  이것 저것 그것이 아니라고
  소이, 모이, 소이, 모이 말하는 그대여
  모이, 소이, 모이, 소이 사랑하는 그대여
  닿지 못할 나를 찾아가는 그대여
  소이, 모이, 모이, 소이
  이리저리 나누어지고 찢어진 그대여
  이 사람 저 사람 이것 저것
  이리저리 모우는 갈퀴 같은 그대여
  오, 친애하는 그대여
  아, 나를 찾아 떠나는 그대여
  나를 찾거든
  나를 찾아 떠났던 내가 나라고 알게 되거든
  떠난 내가 거기에 있다고 알게 되거든
  내가 그 사람이고 저 사람이며
  내가 이것이고 저것이고 그것이라고 알게 되거든
  테리스의 작은 창문으로 담배연기 날리거든
  팔꿈치 괴어 올리고
  소매 걷어 붙이고
  술이나 한 잔 받으시오.


  ...........................

  *소이(soi, 自己)와 모이(moi, 自我)

  모이(moi)는 사고, 감정, 의지, 체험, 행위 등의 여러 작용을 주관하며 통일하는 주체, 즉 자아(自我)를 말한다. 초월적이고 초자연적이며 초현세적인 세계관에서는 '영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소이(soi)는 신체적인 자기(自己)를 말한다. 한자에서 '기(己, 몸 기)'는 형이하학적인 사물인 '신체로서의 나'를 뜻하고 '아(我, 나 아)'는 사고, 감정, 의지, 체험, 행위 등의 여러 작용을 주관하는 나, 즉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이고 심리적인 나'를 뜻한다.
  근대까지의 철학에서 '나 자신(自, self)'을 소이(soi, 自己)와 모이(moi, 自我)로 분열된 존재로 여겨 왔으나 현대철학에서는 '나'를 소이(soi, 自己)와 모이(moi, 自我)로 나누어지지 않는, 단지 '나 자신'임을 선언한다.
  흔히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나를 찾아서"라는 말을 사용하며 존재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데, 이 말은 문학적인 표현일 뿐 어떠한 존재 의미도 들어있지 않다. 이 말은 "지금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허무 의식일 뿐이다. '나'를 찾으려면 '떠나는 나'와 "찾아지는 나'로 '나'를 분리해야 하는데 분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를 찾을 수 없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가 '나'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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