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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화요세미나 담론 - 배턴을 물려받으며

by posted Feb 12, 2019 Views 166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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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턴을 물려받으며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담론」을 읽고


Feb. 12' 19 장우현

  신영복 선생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20년 만에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선생이 1941년생이니 27세라는,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수식어들이 아깝지 않을 나이에 감옥에 들어가 1968년 중년을 바라보며 출소를 한 셈이다. 선생의 글에서는 직접 찾아 볼 수 없었지만 한 인간으로 그 긴 세월의 억울함과 분노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며 말로 쉽사리 옮길 수 없는 것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같은 수감자들이고 대다수의 경험담 역시 수감생활에서 나오는 글들이다.  그가 이 시대의 어른으로 자리매김을 한 이유가 자신의  분노를 발산하기 보다는 수렴을 통해 그 세월 동안 공부한 것들을 재담꾼의 입담처럼 어렵지 않게 서술하고 강의 하고 풀어냈기 때문이다.  한 주제를 다양하게 접근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주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아마도 수감생활에서 그가 체득한 많은 경험과 공부들이 쌓이고 쌓여서 응축되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능력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글들이 매력적인 것은 “감옥”이라는,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경험할 수 없고 익숙하지 않은 공간속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선생의 공부와 만나면서 가르침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선생의 평범치 않은 관계들이 공부와 조우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특별한 공간, 환경이 있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정치 사상범들이 이렇게 시대의 어른으로 거듭나지는 않지만 말이다.)  감옥이라는 공간에서 그가 할 수 있었던 최대한의 것은 “사유”였다.  공부를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분석하고 사유를 통해서 최대한 가장 단순한 수준까지 해체하고 다시 종합으로 나아가 이를 적용 하는 것이다.  그가 그 특별한 공간에서 할 수 있었던 과정에서 “실천”이라는 적용의 단계에 한계를 겪었을 테지만 적어도 그 작은 사회에서 실험을 할 수는 있었던 것이다.  선생의 글들에서 그가 작게나마 실천해 보고 행동해 보면서 타인들과의 마주침을 통해 변화를 직접적으로 만나는 감동들을 느꼈다.  그래서 선생이 「담론」에서 주구장창 입이 닳도록 설명한 것이 “관계”였던 것이다. 

  하지만 선생이 수많은 창살의 감옥에서 한 바닥의 햇볕이 너무나도 감사한 생활을 했다면 나는 창살이 없는 세상에서 내리쬐는 햇볕을 눈살을 찌푸리며 피하는 생활을 한다.  창살이 없고 눈이 없는 무수한 감시와 규율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담론 속 제약 속에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매순간 선택을 강요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세상이 수감생활과 바꿀 만큼 끔찍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리 자유롭고 실천함에 있어 막힘이 없는 공간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담론」전에 읽었던 「감시와 처벌」이 말했던 것처럼 진정한 감옥이 어디인지 모를 노릇이다.  물론 선생처럼 공부하는 자의 대쪽 같은 마음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 역설적인 논리가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와 닿는다.

  우리가 세상에 던져져서 인식당하고 수많은 교육과 관습 속에서 타의에 의해서건 자의에 의해서건 만들어진 관념 속에서 세인으로 공부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무기수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다.  더 많은 선택이라는 명목 하에 강요당하며 억지로 누려야 하는 권리덕분에 의무감이 더 많아지지는 않았는지.

  반면 선생이 타의에 의해 감금이 되면서 자의로 선택한 삶의 방법은 “공부”였으며 그 방식은 머리에서 인식하고 가슴으로 공감하고 변화하여 발로 실천하는 형태의 것이다.  그래서 감각적으로 깨닫고 우리를 가두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감옥을 드러내야 함을 강조하면서 선생이 짚어낸 것은 탈근대 = 탈자본이라는 사실이다.  이 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  미세하게 박혀있는 권력의 구조 속에서 자본의 구조는 부지불식간에 우리를 잠식하고 있다.  맑스 역시 「자본론」의 시작을 “상품”으로 시작하지 않는가!  상품의 가치가 교환가치로만 환원되는 프레임만으로 세상을 보니 “인간의 관계”는 보지 못한다고 개탄하고 있는 것이다.  19세기 맑스의 한탄은 21세기 신영복 선생의 탄식과 다르지 않으며 결코 나아지지 않고 더욱 심화되어 우리를 옥죄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맑스가 말한 대로 자본의 모든 상품에는 모두 ‘노동’이라는 것이 들어 있으며 이 노동을 통해 상품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관계”속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고로 선생은 이와 같은 현상이 인간관계 =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천민적 사고를 만들어내는 자본이라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함을 마지막에 강조하고 있다. 즉, 선생의 탈근대는 결국 탈자본인 것이고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자본이라는 감옥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선생은 공자의 「논어」에서부터 들뢰즈의 노마디즘까지 언급하면서 혹은 그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같이 수감되었던 이들 까지 모두 동원해서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세계의 본질 = 인간의 관계로 참된 인식으로 나아간다고 못 박는다.  

  어린 시절 운동회의 꽃은 relay다.  모든 아이들이 선수가 들고 있는 배턴을 떨어뜨리지나 않는지, 선수가 넘어져지지나 않는지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한다.  relay는 이처럼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relate ‘관련시키고’ ‘말을 들려주는’것이다. 그래서 relation ‘관계’를 만들어 낸다.  신영복 선생은 우리에게 배턴을 이어주는 relay 선수가 되어 손에 꼭 쥐어 주고 싶었나 보다.  놓치지 말라고 넘어지지도 말라고 계속해서 당부하고 반복해서 담론을 만들어 내고 이 담론이 계속해서 relay 되기를 원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주인공을 기억하는가? 진짜 주인공은 키팅 선생이 아니다.  늘 내성적이고 어눌했지만 마지막 키팅 선생이 떠날 때 책상위에 제일 먼저 올라간 학생 토드 (에단 호크 역)다.  키팅 선생은 가르침을 주고 떠났고 그를 이어 받아 앞으로를 살아야 하는 토드가 마지막으로 클로즈업 되면서 영화는 끝난다.

  우리는 신영복 선생의 배턴을 받은 ‘토드’들이다.  이제 사력을 다해서 전력 질주하여 다음 선수의 손에 잘 쥐어 줘야 한다. 제발 배턴을 떨어뜨리지 말 것이며 걸려 넘어져서 포기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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