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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빨래』 리뷰 (4/4) - 연대의 힘

by 서성광 posted Apr 22, 2018 Views 408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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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의 중간에 어설프게 끼어있는 나는 위아래를 둘러보며 언제나 스스로에게 되뇐다.

  "우리는 분노가 아닌 투정을 부린다. 부조리한 사회구조 안에 갇힌 우리는 정작 화를 내야 하는 곳에서 침묵하며, 연대를 해야 하는 주변의 동료들에게 투정을 부리며 구조 변혁의 씨앗을 제거한다."

  빨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부조리한 사회구조 안에 갇혀있다. 우리와 같은 모습이다. 그들의 투정은 정당하다. 충분한 숙면을 취한 후 내일도 일터로 나아가야 한다. 폐지를 주워야만 한다. 쥐꼬리만 한 월급이지만 그 쥐꼬리라도 부여잡기 위해서 타인에게 눈을 돌릴 여유는 없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옆집, 윗집에서는 이혼녀 희정엄마와 애 딸린 이혼남 구씨가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애정행각을 한다. 그렇다. 우리의 윗집, 아랫집, 옆집에서 마주하게 되는 흔한 층간소음이다. 이때 우리가 동원하는 흔한 방법은 이렇다.

  "층간소음 갈등 끝에 이웃 살해한 60대, 징역 15년"(연합뉴스, 2017.11.17)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살해한 50대 징역 20년"(뉴시스, 2017.10.13)


IMG_20180419_193629 - 복사본.jpg


  하지만 뮤지컬 빨래에 등장하는 '개별자'들은 다른 방법을 동원한다.

  "밤늦게 계속해서 신음소리가 들리길래, 무슨 일이 있나 걱정했어. 119를 불러야 하나?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한참을 고민했어!!" (주인할매)

  그렇다. 이들에게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층간소음이 아닌, '개별자'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것이다. 사회구조를 정확하게 바라볼 경우 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층간소음'이 아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쥐꼬리만 한 월급이라도 받은 후 밀린 월세와 카드값을 내야 하는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연대해야 할 위아래 옆집의 그들은 동료가 아닌 내 출근을 방해하는, 내 생존을 방해하는 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구조 안에서도 뮤지컬 빨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변 동료들에 대한 투정이 아닌 사회 구조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특히 세입자에게 갑질을 할 수 있는 셋방 주인은 인접한 그들에게 권력을 부리는 것이 아닌 공감과 연대의 손길을 건넨다. 그렇다. 우리가 분노해야 할 대상은 우리 주변에 있는, 연대해야 할 그들이 아니다. 우리를 분노시키는 대상은 사회구조이다. 그 구조를 만들어내고 고착화시키는 것은 자본가의 행태와 정부의 정책인 것이다. 애초에 건설사들이 폭리를 취하지 않고 분양가에 합당한 자재를 사용하며 층별 설계구조를 변경하면 층간소음은 발생하지 않는다.

"2017년 각 건설사별 영업이익: 현대건설 9,861억 원, GS건설 3,187억 원, 삼성물산 8,813억 원, 대우건설 4,290억 원"

  또한 층간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회에서도 입법 활동을 해야 한다. 건설 단계에서부터 층간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건축 관련 법안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건설회사에서 각 세대 사이에 바닥 차음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고, 층간소음 대책을 위한 실내 설계 이격 한도를 따로 마련해야 하며, 바닥 두께를 24~28cm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상태로 시공하도록 법안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법률을 보게 되면 층간소음의 원인이 건설회사의 부도덕함에 있는 것이 아닌 각 개인들의 일탈로 보고 있다.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층간소음의 방지 등)와 소음ㆍ진동관리법 제21조의 2(층간소음기준 등)를 보게 되면 소음을 일으키는 주체를 공동주택의 입주자로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약 7,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인류 문명은 연대와 협동을 이어왔다. 그런데 어느 날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줄 세우고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서로 돕지 마. 너희끼리 경쟁해. 너희끼리 치고받아서 그중 이긴 놈들에게만 살 길을 열어줄게!”

  300년 동안 유지됐던 자본주의가 자본주의가 단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던 분할통치, 즉 민중들을 둘로 갈라놓고 피 터지게 싸우도록 하는 그 모습이 재연된 것이다.

  "노동자와 자영업자는 최저임금으로 맞서지 말고 지대 개혁으로 연대해야 한다."(민중의소리, 2018.1.14)

  이러한 상황에 내몰리면 개인들은 정작 수직적으로 싸워야 할 대상인 정부와 자본가들에게는 침묵하며, 수평적으로 연대하고 협동해야 할 대상인 윗집, 옆집, 아랫집과 싸우며 이러한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고착화시킨다. 이러한 문제는 노동 문제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정부와 기업은 뒷짐 지고 뒤에 숨어서, 고용부가 기업을 감싸고, 기업은 어용 노조를 만들어 기존 노조를 무너뜨리며, 노동자들이 와해되고 서로 싸우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노조파괴 의혹 문건 관련…檢, 삼성전자서비스 압수수색" (노컷뉴스, 2018.04.12)
"신세계, 인수기업 노조는 포섭… 신설되는 노조는 철저히 탄압 "(경향신문, 2013.01.22)
"민주 '고용부, 이마트 흑기사 노릇 좌시하지 않겠다.' " (폴리뉴스, 2013.01.29)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수직적 분노를 내보이면서도 수평적 연대를 포기하지 않으며 그들의 동료들에게 손을 내민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 흘러(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픈 니 눈물도 마를 거야.
  자, 힘을 내."

  - <슬플 땐 빨래를 해'>(주인할매)

  빨래에 등장하는 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세상일 것이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이 생각난다. 이들은 감각적으로 '시지프스의 형벌'이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는 홈 패인 공간을 매끈한 공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홈 파기와 매끈하게 하기라는 조작에서의 다양한 이행과 조합이다. 즉 어떻게 공간은 그 안에서 행사되는 힘들에 구속되어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홈이 파이는 것일까? 또 어떻게 공간은 이 과정에서 다른 힘들을 발전 시켜 이러한 홈 파기를 가로질러 새로운 매끈한 공간을 출현시키는 것일까?" (『천 개의 고원』,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새물결·1980년)

  외국인 노동자, 서점에서 일하는 강원도 아가씨, 폐지 줍는 늙은 할머니, 이혼한 중년 여인, 애 딸린 이혼남 등의 등장인물은 빨래를 하며 개별자가 되었으며 뿐만 아니라 홈 패인 공간을 매끈한 공간으로 만들어낸다. 그렇게 그들은 현재의 움직임을 통해서 미래를 당겨오고 있다.

IMG_20180419_193500 - 복사본.jpg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 뮤지컬 『빨래』(서나영)

  "현재는 과거의 '다시당김(retentions)'인 동시에 미래의 '미리당김(protentions)'이다. 그러므로 현재는 '움직임(mouvement)'이다." (『천 개의 고원』,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새물결·1980년)


  자, 이제는 우리의 차례이다. 차이를 긍정하는 개별자로서 천 개의 고원을 만들기 위해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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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뮤지컬을 지원해주신 J쌤과 리뷰 작성을 위한 강의를 제공해주신 U쌤께 감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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