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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빨래 』 리뷰 (2/4) - 차이와 긍정

by 서성광 posted Apr 22, 2018 Views 548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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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빨래>에는 외국인 노동자, 서점에서 일하는 강원도 아가씨, 폐지 줍는 늙은 할머니, 이혼한 중년 여인, 애 딸린 이혼남 등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아무리 내가 사회적 기득권층이 아니라고 해도 나는 저 정도는 아니지'라는 생각과 함께 그들과 나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다. 그리고 그들과 나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다. 그로 인해서 나는 '정상'적인 범주에서 그들을 바라보게 되며 그들은 '비정상'적인 범주에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참아요 외로워도
  나를 기다리는 가족 때문에
  참다 보면 가끔 잊어요
  우리도 사람이란 사실을

  반말하고 욕하는 사람들 앞에
  주먹 쥐고 일어서고 싶지만
  고향 형제 때문에
  한국 오느라 진 빚 때문에

  참아요 참다 보면 사람들은 잊어요
  우리도 사람이란 사실을
  우리도 때리면 아프고
  슬프면 눈물 나는 사람인데..."

  - <아프고 눈물 나는 사람>(솔롱고)

  하지만 장면이 이어질수록 그들의 '비정상'적인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며 극의 1/3이 지난 시점부터는 그러한 '비정상'이 '정상'으로 느껴지게 된다.

20171119151415_youxdkih - 복사본 (2).jpg


  "존재와 사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차이’는 존재와 사물을 규정하는 근원적 요소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그 자체로서 ‘차이화’의 과정이다. 닮은 것들은 오직 다름(차이)으로 인해 닮으며, 다름(차이)만 이 서로 닮음을 인증하는 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 (『차이와 반복』, 질 들뢰즈·민음사·1986년)

  들뢰즈의 차이로서 존재한다는 명제와 함께 보편성에 포획되지 않는 인물 하나하나는 드디어 모두 개별자로 드러난다. 그리고 관객들은 개별자가 된 인물들의 이야기에 가까이 귀를 기울이게 될 수밖에 없다. 몽골청년 솔롱고와 강원도 아가씨 서나영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솔롱고의 셋방 주인이 한마디 한다.

  "너(솔롱고) 불법체류구나, 이거 신고하면 된다. 신고. 우리나라 남자들이 결혼할 여자를 못 구해서 베트남에서 처녀를 사 오고 있는데, 지금 니(서나영)가 몽골이나 만나고 있으면 어떡하냐!!!"(셋방 주인)

  "하지 마세요!! 사람이 어떻게 불법일 수가 있어요! 그리고 여자가 물건이에요? 사고팔게!!"(서나영)

20171119151415_youxdkih - 복사본 (3).jpg


  셋방 주인은 솔롱고를 '몽골', '외국인 노동자', '불법 체류자' 등으로 보편성에 포획시킨다. 하지만, 서나영은 솔롱고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얼굴색이 다른, 말투가 어눌한, 가난한 세입자, 월급이 밀린 공장 노동자, 불법 체류자가 아닌 솔롱고라는 개별자를 바라본다. 보편성에 어긋나는 엄청난 차이가 드러나지만, 서나영은 차이 그 자체를 긍정하며, 솔롱고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비치던 그들은 이내 개별자가 되어서 '긍정'의 대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스포일러) 주인 할매의 딸이 오물을 쏟아낸 모습을 보고 역겨워하며 돌아서는 공익근무 요원에게...

  "놀래지 말고 똑바로 봐. 이놈아. 살아있으니까 싸는 거여! 싸니까 냄새도 나는 거고... 니는 냄새 안 나는 줄 알어!! 산 것들은 죄다 지 냄새 풍기고 사는 거여..."(주인 할매)

20171119151415_youxdkih - 복사본 (4).jpg


  우리 삶은 이 차이의 끊임없는 반복이다. 이때 반복은 동일한 것의 반복 이 아니라 바로 ‘차이’의 반복이다. 하나의 연극, 하나의 오페라, 하나의 교향곡도 연 주할 때마다 연주 시간이 다르고 연주 방 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어떤 경우에도 동 일한 반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반복은 항상 차이를 전제로 한 반복인 것이다. 종 (種)과 유(類)로서 인류 역시 생명과 죽음을 반복하지만, 동일한 것으로서의 반복이 아니라 차이를 머금은 채 반복한다." (『차이와 반복』, 질 들뢰즈·민음사·198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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