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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강독 후기 · 2_김미정

by 정현 posted Mar 26, 2018 Views 105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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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를 읽고


강독후기.jpg

  2017년 겨울, 혹독한 추위만큼이나 “온 몸을 떨게 한” 책 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를 겁 없이 만났다! 한마디로 나에게는 “장님 코끼리 더듬기”의 책 읽기로, 몇 줄 넘기지 못하고 행간에서 길을 잃었고 텍스트에 걸려 넘어졌다. 그의 독설과 탁월한 유머에 감탄했고 “절벽 앞에서도 말고삐를 당기지 마라!”는 지독한 가치 탐구와 냉철한 의식, 혹독한 자기자각의 강요 앞에서는 깊은 숨을 고르며 호흡을 다듬어야 했다. 

  “우리는 진리를 원한다고 가정했는데, 왜 오히려 진리가 아닌 것을 원하지 않는가? 왜 불확실성을 원하지 않는가? 왜 심지어 무지를 원하지 않는가?”P.15 진리만큼이나 오류도 중요하다는 니체,  문장마다 가치가 흔들리고 속물의 내가 드러나고 의도가 파헤쳐졌다. “만약 아끼는 척하면서 죽이는 손을 본 적이 없다면, 인생을 제대로 본 것이 아니다.”p.108 이 책을 통해 만난 니체는 잔인하고 무책임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가치와 인식들을 잔인하게 뒤흔들어 놓았고,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주인도덕의 책임감을 주는가 하면 모든 사상은 생성과 동시에 낡은 것이므로 맹목과 무리에 걸려들지 말 것이며 지금 대면한 자신도 이미 자신이 아니므로 믿고 따르지 말라는 무책임함으로 나를 날카롭게 했다. 과거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에 붙들리지 말고 더 높이 더 깊이 더 넓게, “아름답게” 자유로이 스스로의 시간과 의지로 오늘에 머물기....나에게는 어질어질한 헤머의 충격이었고 무중력 상태로 분리불안에 휩싸이는 만남이었다. 
 
  작가 고병권은 이 책의 해설서인 다이너마이트 니체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선악의 저편》은 니체가 작정하고 독하게 쓴 책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책에 구사된 심리학에는 ”노골적인 냉혹함과 무자비함”이 묻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독자를 향한 일종의 도발이며 ‘개전 선언’이다. 그는 독자를 시험 한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면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고기들이 없는 것이다.” 당신들은 나를 견딜 수 있는가? 나는 악마다.”P.45-[다이너마이트 니체]- 더듬거리며 흐트러진 발자국을 듬성듬성 남긴 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읽기는 그러나 어느새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변화된 나를 만나게 만들었다. 이 불편한 만남의 과정 속에서 물렁한 나는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니게 되었고 어느새 달라져 있는 사고와 행동으로 향하는 나를 발견하게 했다. 

  “우리의 양심에는 음악이, 우리의 정신에는 춤이 있으며, 그 어떤 청교도의 연도連禱도 그 어떤 도덕의 설교나 속물주의도 거기에 음조를 맞출 수는 없을 것이다.199P (....) 어디로 가는가? 무엇 때문에 가는가? 멀리 떨어져서 굶어 죽으려고? 자신의 기억으로 인해 질식하려고?p.302(....) 물론 자기 통제란 끊임없이 오해를 받는 점잖은 원인이나 동인을 제공한다. 이러한 취미와 도덕성의 실질적인 사치스러움을 허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멍청한 정신을 지닌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서는 안 되며, 오히려 오해와 실수까지도 그것이 정교한 것이라면 즐거워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p.303(....) 철학자란 끊임없이 이상한 일들을 체험하고 보고 듣고 의심하고 희망하고 꿈꾸는 인간이다. 그는 자기 자신의 사상에 의해 밖이나 위나 아래에서도, 그리고 또한 자기에게 독특한 사건이나 번갯불에게 얻어맞는다. 그 자신은 아마 새로운 번개를 잉태하는 뇌우(雷雨)인 것이다.”308P 자신만의 음악에 춤추며, 체험하고, 보고, 듣고, 의심하고, 희망하고, 꿈꾸는 이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고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 욕구의 싹이 내안에 돋아남을 느꼈다. 
 
  나는 니체를 2016년 “권력과 진리에 관한 니체와 푸코의 차이를 설명하시오.”라는 과제물을 통해 처음 만났다. 그동안 이름만 들었던 니체에 대해 “지식탐구와 보편타당한 합리주의에 열광하고 부조리로 얼룩진 19세기 유럽 철학에 해체의 헤머를 휘두른 철학자.”로 요약했었고, 짧은 생을 살았고  루 살로메를 사랑했고 말년을 정신질환으로 지낸 것 정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1년 후 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로서의 니체와의 두 번째 만남, 이것은 120여년을 가로질러 그의 전 생애(1844~1900) 만큼의 시간을 아무런 생각 없이 살고 있었던 동양의 한 인간의 의식에 강펀치를 날려 전환점을 돌출시킨 하나의 사건이 되었다. 이렇듯 “혹독한 추위”로 다가온 니체의 책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읽기는 이미 누렇게 퇴색한 생각들을 하나 둘 떨구어낸 자리에 새 순을 틔우는 아픈 희열의 경험을 내게 주었다. 물론 여전히  “장님 코끼리 더듬기”일 때가 많지만 “오류”도 중요하다 하지 않았는가! 아직도 어려워 길을 잃고, 걸려 넘어지지만 그것마저 즐거움으로 느낄  만큼 니체에게 익숙해짐이 놀라울 뿐이다. 이제 봄이다! 좁은 바늘귀를 통해 저 멀리 낙타가, 사자가, 어린아이가 아지랑이처럼 어른거린다. 과연 “짜라투스트라”는 무엇을 말했을까? 겁도 없이 또?


2018년 3월 19일 아침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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