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희망을 말하는가
언제 희망이 있었다고
그렇게 화사한 낯빛으로
위대한 주먹 불끈 쥐고
꺼끌한 목소리 높여
노래하는가
절망은 어디 갔는가
그 많던 눈물과
어지럽게 널린 탄식과
몰래 들썩이던 울음은
다 어디 가고
금세 이리 밝아졌나
사실 희망은 없다
애초 없었다
추위와 배고픔과
굴종과 배신만이
가득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아가는 것
캄캄한 곳에서
더욱 캄캄한 곳으로
나아가더라도
절망을 희망 삼아
나아갈 수 있는 것
그것이 나의 일이다
그것이 짐승처럼 태어난
나의 임무다
희망은 없으나
희망 향해 나아가는
나의 빛나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