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움직이지 않는다
단단한 저마다의 땅 속 깊이
뿌리 내리고 천 년 만 년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다
저마다의 땅 위로 솟아
저마다의 잎사귀 꽃 달고
저마다 자랑스럽다
참 훌륭하다
앞으로 또 천 년 만 년
꿈쩍 않는 이 방법 물려줄 게다
이 자리만 지키라고
세찬 비바람 몰아쳐
가지 부러지고 잎사귀 다 떨어져도
이 자리만 지키라고
폭설에 뒤덮혀
나무라 할 수 없을지라도
이 자리만은 꼭 지키라고
지키는 게 잘 사는 게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할 게다
그리하여
저마다의 땅에 붙박혀
숲도 이루지 못하고
깃드는 짐승도 없고
자꾸 뜨거운 사막 넓어져
마침내
나무도 나무 아닌 것도
제 자리에 없을지라도
그러나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다
나무는
저마다의 앙상함으로
온 몸 깊이
저마다의 땅에 묻고
저마다 고개 숙인 채
아주 잘 말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