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곳에 서 있는 나무여
겨울 지나 봄 와도
차가운 땅 온 몸 박고 선 나무여
참 착하게만 선 나무여
연분홍 바람 불 때
설렘 한 번 없고
노란 빨간 꽃 필 때
곁눈질 한 번 않구나
깎아지른 높은 나무여
좀 비틀거려도 좋을 텐데
하늘까지 숭고한 나무여
가끔 병 들어도 좋을 텐데
싱그럽고 푸른 나무여
처녀는 아직 순결한데
아무도 도둑질 않는데
너무 맑은 나무여
건강하고 숨 막히는구나
평화롭게 딱딱하구나
오래 얼어 있는 나무여
킬킬대면 좋겠는데
자위라도 하며
웃어 재끼면 좋겠는데
엄청 엄숙한 나무여
타락이 두려운 나무여
꽤,?타락한 나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