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인문학 수업 『~되기』 세 번째 시간. 문학으로 철학하기는 김유정의 문학세계를 살펴봤습니다. 작가 김유정(金裕貞, 1908년 1월 18일 ~ 1937년 3월 29일)은 ‘만석지기 지주집안에서 태어났고 서울에도 100여 칸 되는 집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부유했지만, 김유정이 일곱 살 때 어머니를, 아홉 살 때는 아버지를 여읜 뒤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연희전문학교를 중퇴하고, 1930년 학교가 없는 고향 실레마을에 내려와 금병의숙을 짓고 약 2년간 우리글을 야학에서 가르치며 박록주와의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김유정은 빼어난 문학작품을 남겼지만, 결혼도 못하고 29세의 일기로 짧은 생애를 마칩니다.
? 우리는 김유정의 단편 소설 <봄봄><동백꽃><만무방>을 읽고, 드라마로 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름의 딸인 점순이에게 당당하지 못한 ‘나’ (동백꽃), 악랄하기로 유명한 마름 봉필의 세 번 째 데릴 사위 ’나‘(봄봄), 자신이 농사 지은 벼를 훔쳐야만 했던 응오와 만무방이 된 응칠. 김유정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일제 강점의 혹독한 현실 가운데에서 어둡고 삭막한 농촌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농민들이며 대부분 가난하고 소외된 인물입니다. 응칠은 왜 만무방(염치가 없이 막된 사람)이 되었을까요? 만약 우리가 식민지 농촌의 궁핍한 삶을 살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토론을 하면서 우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지주와 마름, 소작농으로 나눠져 있는 ?신분제 속에서 대부분의 농민들은 선택의 자유가 없었습니다.
? 혹자는 김유정의 문학 세계를 ‘해학과 비애를 동반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해학(諧謔)’이란, ’諧(어울릴 해)‘와 ’謔(희롱할 학)‘이 결합한 한자어로 ‘서로 어울려 희롱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해학은 그냥 웃기는 말과 행동을 의미합니다. 해학은 사람을 웃게 하여 편안하게 만든다는 특징을 지닙니다.?반면에 ‘풍자’의 한자어는 諷刺. ‘諷(풍자할 풍)은 ‘바람 같은 말’입니다. 풍자(諷刺)는 ‘바람처럼 하는 말이지만 가시처럼 찌르는 말’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찌르는 말’이지만 ‘바람처럼’ 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것이 아닙니다. 사실 ‘찌르는 말’은 상대에게 아픔을 줄 수 있으니 미움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풍자’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김유정이 살았던 당시는 일제 강점기라는 혹독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김유정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삭막한 농촌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곤궁한 농민들입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왜 작가는 ‘풍자’가 아니라 ‘해학’적으로 글을 썼을까요??
? 작가 김유정은 1933년 8월 일제 강점기 결성된 문학 문인 단체인 구인회(九人會) 회원입니다. 구인회는 ?1930년대를 풍미했던 프롤레타리아 문학에 대항하여 순수 문학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조선문학가동맹(朝鮮文學家同盟, KAPF)>은 <참여예술>에 속하는 문학인들이 모인 곳입니다. 프랑스 소설가인 프루스트는 “예술에게 특정한 목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사회의 지침이 없어도, 예술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또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인간의 희원(希願)과 필요에서 절대로 멀리 떨어져 나가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순수예술을 주장합니다. 반면 “사회가 어느 때 어떤 문제에 몰입하여 있으면, 예술 역시 그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우선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라고 참여예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만약 여러분이 단편소설을 쓴다면, ‘순수예술’ 유형의 글을 쓰고 싶은가요? ‘참여예술’에 해당하는 글을 쓰고 싶은가요? 누군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 “순수 예술과 참여 예술이 명확히 구분이 될 수 있나요?”
? “맞아요. 명확히 구분짓기 어려워요.”
? 현대 철학자 카를 하인리히 마르크스 (Karl Heinrich Marx,1818~1883)는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인간은 사회적으로 규정된다’ 라는 의미이지요. 그렇다면 오롯한 순수 예술이나 오롯한 참여예술은 없겠지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개인과 사회, 국가, 세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요.
? 김유정의 문학세계를 여행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당시의 농민들의 궁핍한 삶을 해학적으로 읽어 내고, 더 나아가 ‘사람을 웃게 하여 편안하게 만’드는 해학을 넘어, 왜 <봄봄><동백꽃>의 ‘나’와 <만무방>의 ‘응칠’과 ‘응오’는 열심히 일하면서 힘들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적인 구조를 들여다봤습니다. 또, 현재에는 과거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지 질문해 봤습니다. 해답은 동현, 수지, 지영,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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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학가동맹>의 5대 강령은, ①일본제국주의 잔재의 소탕 ②봉건주의 잔재의 청산 ③국수주의의 배격 ④진보적 민족문화의 건설 ⑤조선문학의 국제문학과의 제휴입니다. 이 중에서 광복 후 이 그룹에 속한 대부분의 문인들은 ①과 ②의 이유로 월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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