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 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
○ 모인 시간 : 2013년 7월 6일(토요일) 오후 3시
○ 모인 장소 : 동묘공원(전철 1호선?6호선 동묘앞 3번 출구)
○ 헤어진 시간 : 2013년 7월 6일(토요일) 오후 8시
○ 헤어진 장소 : 신당동
○ 사진촬영 테마 : 잉여
열일곱번째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 황학동 풍물시장을 찾았습니다. 이번 탐방의 주제는 잉여(剩餘). 사전적 의미로는 '쓰고 난 나머지'를 의미합니다만, 경제학에서는 여러 의미를 갖습니다. 잉여가치(剩餘價値)라고 할 때에는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지불하는 임금 이상으로 노동자가 생산하는 가치를 말하며, 노동자가 생산한 생산물의 가치와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지불한 임금과의 차액으로 기업 이윤, 이자, 지대(地代)를 만들어냄으로써 소득의 원천이 됩니다. 또, 잉여노동(剩餘勞動)이라고 할 때에는 노동자가 자기의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한도 이상으로 생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제공하는 노동을 의미합니다. 마찬가지로, 잉여생산(剩餘生産)은 노동자가 자기의 생존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한도 이상으로 생산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본주의의 구조는 이 잉여(잉여가치·잉여노동·잉여생산)를 이용해 이윤을 창출합니다. 잉여노동과 잉여생산으로 잉여가치를 만들어내고, 잉여가치의 합을 경제성장의 지표로 삼습니다. 그러나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物, 자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잉여노동과 잉여생산은 물(物, 자연)을 황폐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잉여가치는 물(物)적으로 보았을 때 '텅 빈 가치'입니다. 추상적으로 존재할 뿐 물(物)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일행들이 동묘공원에서 만나 풍물시장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동묘공원 담 아래에서는 매일 벼룩시장이 열립니다. 한 장에 천 원밖에 하지 않는 옷부터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골동품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는 시장이지만, 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잉여생산물입니다. 아직 사용할 수 있지만 자본 시장의 구조 속에서 밀려난 폐기 직전의 상품들이 마지막으로 거래됩니다. 시장을 위한 거래(자본의 공리)가 아니라, 최종 효용만을 위한 거래(원시적 교환)이니 이 시장에서의 거래를 '원시의 교환'이라고 명명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있는 상인들도 '잉여'입니다. 자본 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저마다 거리에서 난전을 엽니다. 그들은 '잉여인(剩餘人)'입니다. 잉여로 남은 사람들이 잉여의 물건을 팔아 삶을 살아가는 곳이 이곳입니다.
↑ 삼일아파트입니다. 1969년에 건립된 삼일아파트는 지금 '쓰고 난 나머지', 즉 잉여 상태입니다. 건립 당시 1층과 2층에 상가가 자리하고 3층에서 7층은 주거용인 주상복합건축물이었지만, 노후화 되면서 1984년에 주택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재개발 시공을 맡은 건설회사의 부도로 장기간 방치되어 황폐화되었고, 2001년 다시 시공사를 선정해 본격적인 재개발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곳 저곳 금이 간 벽체와 너덜너덜한 창문, 붉은 스프레이로 쓰여진 철거반대 구호들…. 풍경은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지금은 1층과 2층만 남아 황학동 벼룩시장의 상인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추상화된 잉여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보수하기보다는 폐기하려는 이 구조.... 실재하는 물(物, 자연)은 낡고 황폐화되어가는데 경제는 성장하는 이 이상한 구조…. 이 딜레마 안에 자본 구조의 문제와 해답이 함께 함축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