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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여행의 이유-김영하 산문』 : 김영하는 말(言語)을 수집한다

by 이우 posted Jul 22, 2019 Views 12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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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이유-김영하 산문』(김영하 · 문학동네 · 2019년)

  수집가(蒐集家, collector). 이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사물들을 수집한다. 미술품이나 우표, 화폐, 책, 골동품, 나아가 피규어(figure, 다양한 동작을 표현할 수 있도록 관절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인간이나 동물 형상의 장난감), 마그넷(magnet, 냉장고 자석), 따조(딱지의 일종), 미니카(mini-car, 장난감 자동차), 병뚜껑, 유명한 사람들이 소유했던 소소한 물건들……. 이들이 모으는 것은 영어 ‘collection’이 의미하듯 먼지와 같은 퇴적물들이다. 수집가는 사물을 그것 자체의 기능적인 연관들로부터 떼어내 자신의 체계, 자신의 진열대에 진열하면서 자신만의 기쁨을 느낀다. 이때 수집된 사물의 기능성은 수집가가 정한 규칙에 따라 분류된다. 사물이 자신에게만 관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발터 벤야민이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말한 것처럼 “수집은 상기(想起)의 한 형식이며 '가까이 있는 것'의 온갖 세속적인 현현 중에서 가장 구속력이 강한 현현”이다.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수집가들은 자신의 수집품현금화한다. 신비화된 소유 형식. 카를 마르크스는 "사유재산이 우리를 너무나 어리석고 무기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어떤 사물은 오직 우리가 그것을 소유할 때만 비로소, 그러니까 우리를 위한 자본으로 존재할 때 또는 우리에 의해 사용될 때라야 비로소 우리 것이 된다. 모든 육체적·정신적 감각 대신, 이 모든 감각의 단순한 소외, 즉 소유하는 감각이 나타났다"(칼 마르크스, 『역사유물론』)고 말했다.1)
 
  작가 김영하는 말(言語)을 수집한다. 그는 어느 방송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나와 “나는 말을 수집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스스로 ‘말(言語)의 수집’이 취미라고 밝혔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도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말을 수집한다." 그들의 작품을 보면, '말'을 수집해 상품 진열대에 올리는 수집가가 맞는 모양이다. 수집가는 시장(市場)에 떠도는 ‘멋져보이는’ 말들을 모으고 자신만의 규칙에 따라 배열하고 진열한다. 가끔, 수집가는 판매를 위하여 사물들의 배후를 숨기거나 키치(kitsch, 모조품이나 저속한 작품)2)로 소비자를 속인다.

  『여행의 이유-김영하 산문』(김영하 · 문학동네 · 2019년)을 읽었다. ‘여행의 이유’가 없다. 아니, 이렇게 말해야 한다. 많은 '여행의 이유’를 말했는데, 세상의 말(言語)과 사물들을 자신의 공간으로 옮겨와 자신의 규칙에 따라 이런저런 진열대에 펼쳐 놓으니, 서로  병립할 수 없는 것들이 뒤섞여, 없는 것처럼 보인다

  첫번째 진열대 「추방과 멀미」에서는 2005년 당시, 글을 쓰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으나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했던 일화로 시작해, 자신의 첫 여행이었던 중국 여행(재벌기업들이 돈을 댄 여행으로 사회주의의 현실을 본 젊은 운동권들이 정신을 차리고 투항하기를 원했던 프로그램) 등 자신의 여행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김영하는 애초 품었던 여행의 목적이 여행 도중 발생하는 우연한 사건들로 미묘하게 수정되거나 예상치 못했던 무언가를 목적 대신 얻게 되면 “문득 자신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기” 때문에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 원가 소중한 것을 얻어 돌아와야 한다는 관념은 세상의 거의 모든 문화에서 발견된다. 20세기 후반을 지나며 많이 간단해졌지만 그전까지 여행은 언제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생일대의 고역이었다. 영어 ‘travel’이 ‘여행’이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된 것은 14세기 무렵으로, 고대 프랑스 단어인 ‘travail’에서 파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단어에는 현대의 우리가 ‘여행’하면 떠올리는 즐거움과 해방감이 거의 들어 있지 않다. 노동과 수고, 고통 같은 의미들이 담겨 있을 뿐이다. 현대 영어에서는 아직도 ‘travail’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는데, 이 단어의 의미는 고생, 고역 등이며 ‘travail’이라고 하면, ‘산고로 몸부림치다’ 같은 의미가 된다. 자기가 태어난 곳에 머물지 못하고 타향을 헤메는 것을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행한 운명으로 여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을 쳐서 ‘객사’라든가 ‘역마살’이 나오면 불길하게 여겼다. (중략) /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되는 것. 생각해보면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추방과 멀미」, p.27~51)

  두번째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진열대에는 이와는 전혀 다른 수집품이 진열된다. 일상과 가족,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피로로부터 도망쳐 ‘안정’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말한다. 여행의 이유가 첫번째 가판대에서처럼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는 것이라면 두번째 가판대에 진열된 여행의 이유인 “안정을 얻는 여행”은 불가능하다. 이 수집가의 진열대에는 서로 병립할 수 없는 것들이 뒤섞여 독자는 이 가판대에서 머뭇거린다.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기 위해 김영하는 “작은 호텔방의 순백색 시트 위에” 누워 있다.

  “나는 호텔이 좋다. 모든 인간에게는 살아가면서 가끔씩은 맛보지 않으면 안되는 반복적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주기적로 갖는다거나, 철저히 혼자가 된다거나, 죽음을 각오한 모험을 떠나야 한다거나, 진탕 술을 마셔야 된다거나 하는 것들. ‘약발’이 떨어지기 전에 이런 경험을 ‘복용’해야, 그래야 다시 그럭저럭 살아갈수가 있다. (중략) 내 경우는 이렇다.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을 떠나 낯선 도시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예약해둔 호텔에 도착하고, 호텔의 예약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음을 확인하고, 방을 안내 받아 깔끔하게 정리된 순백의 시트 위에 누워 안도하는 그런 경험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중략) / 기억이 소거된 작은 호텔방의 순백색 시트 위에 누워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설 에너지가 조금씩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 들 때, 그게 단지 기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p.55~68)

  세번째 이야기 「오직 현재」에서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가 ‘과거에 대한 후회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도피하고 안정을 얻기 위해 오직 현재만을 경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네번째 이야기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다섯 번째 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에서 작가 김영하는, ‘인간은 여행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며 관상학자가 된다. 다음 이야기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는, 공동체로부터 소외되어 떠도는 자들의 쓸쓸한 숙명을 이야기하고,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은 여행의 또다른 기쁨인 타지에서 경험하는 환대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인류 모두가 지구 위의 승객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타자에 대한 ‘신뢰’와 ‘환대’ 때문임을 보여준다. 신뢰’와 ‘환대’는 ‘소외되어 떠도는 자들의 쓸쓸한 숙명’을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이라고 말한다. '운명, '숙명'처럼 수집된 말은 음습하고, '신뢰'와 '환대'라는 수집품은 대타적이며 낭만적이며 내면적이다. 이 수집가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과잉관광)3)을 설명하고 해독할 수 있을까?  '가스등이 켜진 희미한 방' 안에서 수집해 놓은 사물들을 들여다 보며 자신만의 기쁨을 느끼는 것(신비화된 소유 형식), 이것이 수집가의 일상이며, 마침내 외부의 사물이 사라지고 신비로 가득 찬 내면만이 남는 것, 이것이 수집가의 특징이다. '그림자', '마법의 장화,  '지구라는 행성', '인생은 연극', '푸른 구슬',  '행성의 승객'…. 아, 수집된 말(言語)들의 신비로움이여.

  “이 짧은 소설을 다시 읽으며 새삼 놀란 것은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어떻게 이런 상태를 극복하게 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중략)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도 잃고, 충성스러운 하인과도 결별하여 고립된다. 그런데 그는 장터에서 우연히 낡은 장화를 하나 사게 된다. 곧 이 장화는 주인공을 세계 어디든 순식간에 이동시켜주는 마법의 장화임이 밝혀진다. 그는 이제 사람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겠다는 소망을 포기하고 세계를 떠돌며 산다.”
(「오직 현재」, p.128)

  “인간이 타인의 환대 없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인류는 오랜 세월 서로를 적대하고 살육해왔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이들을 손님으로 맞아들이고, 그들에게 절실한 것들을 제공하고,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떠나보내오기도 했다. 거의 모든 문명에, 특히 이동이 잦은 유목민들에게는 손님을 잘 대접하라는 계율들이 남아 있다.”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p.139)

 “인류가 한 배에 탄 승객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달의 뒤편까지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적대와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의 표면으로부터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과 그 푸른 구슬에서 시인이 바로 인류애를 떠올린 것은 지구라는 행성의 승객인 우리 모두가 오랜 세월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환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p.148)

  김영하는 시장(市場)에서 수집한 말(言語)들을 자신만의 규칙대로 이런 가판대, 저런 가판대에 진열하지만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서로 섞이고 뒤죽박죽이 된다. 이러하다가 저러하는 이 변덕의 수집가는 전쟁과 귀환에 관한 이야기 『오디세우스』라는 책과 가브리엘 마르셀이라는 유명인의 말, 스토아철학아파테이아(apatheia, 평정), 페르소나(persona) 등 개념의 말(言語)들을 수집하지만 말들의 배후를 숨기거나 자신만의 규칙으로 해석하고 분류해 '여행'이라는 가판대에 진열한다. 오디세이가 치른 전쟁과 정복에 ‘여행’이라는 레테르를 붙이고, 글쓰기와 방송 촬영이라는 에다 '여행'이라는 분류표를 달기도 하며, 수집한 말, 스토아철학 아파테이아(apatheia, 평정)4) 에피쿠로스학파아타락시아(ataraxia)5)를 구분하지 못해, ‘금욕’을 지시하는 스토아철학의 아파테이아(apatheia, 평정)을 인용하면서 ‘기쁨의 향유’, 즉 “현재를 즐겨라”고 말한다. 이 수집가는 카프카의 『성(城)』이라는 을 수집했으나 그 배후를 알지 못하며, ‘페르소나(persoana, 가면)’라는 말을 수집했으나, 외부의 억압에 의해 말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말을 하기 위해 얼굴에 썼던 ‘페르소나’자신을 위장하고 숨기는 ‘페르소나’로 바꿔 말한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이 거듭하여 말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임 없는 평온의 상태에 접근한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정리했다. 그래. 나는 여행을 하고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청자는 그중 아주 일부를 보겠지. ‘’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다니지 말고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이 순간은 유일하며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자 마음이 조금, 아니 꽤 많이 편해졌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p.110)

  “여행자를 반기지 않고 심지어 공격할 수도 있는 오만한 원주민이 살고 있다면, 그리고 그 도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라면, 여행자는 자신을 최대한 감추며 드러내지 않고자 할 것이다. (중략) 반면 현지인 상당수가 관광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여행자에게 비굴할 정도로 친절한 도시에 우리는 굳이 자신을 현지인으로 가장하거나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중략) / 고대 그리스에서 ‘페르소나’는 연극에서 배우가 쓰는 가면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뒤에 그 말은 사람이나 인격, 성격을 가리키는 단어들의 어원이 된다. 여행에서도 우리는 다양한 가면을 쓰면서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그러면서 부수적으로 알게 되는 것은 고향에서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여행지에서 쓰는 가면이 조금 낯설 뿐이다.”
(「노바디의 여행」, p.158~159)

  이 수집가에게 속아 어떤 독자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찬찬히 읽어보다, 마음에 드는 내용이 있으면 이렇게 표시를 해봤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성’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다니지 말고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이 순간은 유일하며 다시 오지않는다.” 이 수집가에게 속은 출판사는 이렇게 쓰고 있다. “상념의 자락들을 끄집어내 생기를 불어넣는 김영하 작가 특유의 (인)문학적 사유의 성찬이 담겼다. (중략) 즐겁고 유쾌하게만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대한 색다른 인문학적 통찰이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김영하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오우! 이렇게 확대·재생산된다. "이 '인문학적 사유의 성찬'은 이 순간은 유일하며 다시 오지 않으니 그냥 이 순간을 즐기자고 말한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하지 않았던가."

  ‘납이든 망가진 것이든 여러 개의 의치를 갖고 싶어하는’, 즉 신비화된 소유의 감각을 지닌 수집가여, ‘빛바른 벽지 위에서 희미한 가스등에 의지해 책을 읽는’6) 수집가의 방에서 나오시길, 말과 사물들을 자신의 공간으로 옮기지 말고 얽히고 설킨 사물들이 있는 세상으로 나오시길……. 이것이 여행의 이유이니.

  "(...)우리는 모든 것에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즉 그 아름다움을 현장에서 붙잡기 위해 자연 속을 교활하면서도 유쾌하게 돌아다닌다. 또한 우리는 어떤 때는 햇볕 아래서, 어떤 때는 폭풍우가 올 것 같은 하늘 아래서, 어떤 때는 황혼이 거의 사라졌을 때, 바위후미진 곳이 있고 올리브 나무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저 해변의 한 곳이 완벽한 아름다움과 함께 드러나는 것을 본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또한 인간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그들을 발견하고 검사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이 갖고 있는 좋은 점나쁜 점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햇볕 아래서,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폭풍우가 올 것 같을 때,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황혼이 사라질 무렵과 비 내리는 하늘일 때 비로소 전개되는 그들의 고유한 아름다움이 나타나게 해야 할 것이다. (...)"

- 『아침놀』(책세상 니체전집 10  · 지은이: 프리드리히 니체  · 옮긴이: 박찬국  · 책세상  · 2004년  · 원제 : Morgenro"the, 1881년) <제5권> 468절
 

  註) ...............

  1) 『아케이드 프로젝트』(발터 벤야민 · 새물결 · 2005년) 「H. 수집가」 참조.

  2) 키치(kitsch) : '저속한 작품'이라는 뜻. 일반적으로 모방된 감각, 사이비 예술을 뜻한다. 미술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1939년 '아방가르드와 키치'라는 논문에서 "키치는 간접 경험이며 모방된 감각이다. 키치는 양식에 따라 변화하지만 본질은 똑같다. 키치는 이 시대의 삶에 나타난 모든 가짜의 요약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키치를 광범위하게 규정하여 재즈와 할리우드 영화, 광고도 키치로 보았으나 현재 이런 것들은 키치라기보다는 대중문화로 간주된다. 오늘날 이 용어는 조악한 감각으로 여겨지는 대상을 다소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종종 키치는 진지하고 고상한 취향에 반하는 이단적인 감각, 품위나 기품과는 거리가 먼 반지성적인 태도,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부정하는 태도를 지칭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광고를 비롯하여 그래픽 디자인 및 뮤직비디오 등에 이런 흐름의 표현이 간혹 나타난다.

  3)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과잉관광) :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려 주민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말한다. 각국의 유명 관광지에서는 교통 혼잡이나 관광객의 무질서한 행동에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호텔 신축을 금지하고 페루는 마추픽추 방문객을 하루 2500명으로 제한하는 등 유명 관광지에서 관광객을 억제하는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4) 아파테이아(apatheia) : 스토아학파의 ‘평정’. 부정을 뜻하는 ‘a’(without)와 감정이나 정념, 정열, 열정을 뜻하는 ‘pathos’의 합성어로, 기쁘다, 즐겁다는 감정이나 고통, 공포, 욕망, 쾌락과 같은 정념에서 완전히 해방된 상태를 말한다. 이 학설의 기원은 BC 4세기 키티온의 제논(BC 4~3세기)으로 정념을 완전히 근절해야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에피쿠로스학파의 평정 상태인 아타락시아(선택된 쾌락은 행위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이라고 주장한 에피쿠로스 학파와 결별하면서 정념 전체를 거부했다. 아파테이아는 이성, 금욕을 중시하며 욕구 자체를 부정했다.

  5) 아타락시아(ataraxia) : 에피쿠로스 학파의 ‘평정’.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에 근거하여 쾌락의 획득과 고통의 회피가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는 의미로, 감정적, 정신적 동요나 혼란이 없는 평정심의 상태를 표현한 말이다. 스토아학파의 아파테이아(apatheia)와 상대되는 용어이다.

  6) 『아케이드 프로젝트』(발터 벤야민 · 새물결 · 2005년) 「H. 수집가」 p.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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