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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기생충(PARASITE)

by 이우 posted Jul 10, 2019 Views 76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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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PARASITE)>(한국 · 드라마 · 2019.05.30 개봉 · 감독: 봉준호 · 출연: 송강호 외)


  오, 2019년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PARASITE)>(한국 · 드라마 · 2019.05.30 개봉 · 감독: 봉준호 · 출연: 송강호 외)으로 봉준호가 돌아왔다. 누군가는 “서울대학교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데” 꽂히고, 누군가는 “그들의 계획”, “짜파구리”, “대왕카스테라”에 꽂혔다. 우아한 사람들은, 영화 구석구석에 배치된 사물과 상황에 대한 메타포(metaphor)*를 찾거나 아장스망(agencement)**을 찾는 일에, 더러는 해석이 독자가 해야할 일인 것처럼 “계단”이나 “지하실”, “다송이의 그림”, “개사료 이름, 프리텐드(pretend)” 등의 상징(象徵, symbol)***을 찾아나섰다. 활동가들은 자본 구조에 꽂히고 보수 정치인들은 좌파적 성향에 분노하는 모양이다. 혹자는 ‘돈 벌어서 저택을 사겠다’는 기우(최우식)의 희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하고,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화내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었다. 또 누군가는 ‘부끄러웠다’고 말하며 입을 닫았다.

  확대하지 말자. 영화의 배후에 숨은 이런저런 것들은 덜어내자. 표면에 드러난 것, 수면 위에 반짝이는 것, 치장되고 수식된 장식물을 떼어내고, 메타포(metaphor), 아장스망(agencement), 상징과 비유 등 우아한 것을 버려도 될 만큼 이 영화의 스토리와 전개는 단순하다. 자기의 삶을 위하여 다른 생물의 영양분을 빼앗아 생활하는 기생충(parasite, 寄生蟲)은 누구인가? 글로벌 기업 박사장(동익, 이선균)의 저택 지하에 살면서 그들의 냉장고를 열어 영양을 취하는 자, 즉 기생하는 자 누구인가? 몰래 저택 지하에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냉장고를 열어 음식을 훔쳐먹는 근세(박명훈), 모체에서 영양을 취하는 문광(이정은), 이러저런 모사를 꾸며 모체에서 영양분을 섭취하려는 기우(최우식)와 기정(박소담), 충숙(장혜진) 등의 기택(송강호)네 가족. 묵인하고 싶고 거부하고 싶지만 이들이 기생충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우리, 확장해서, 멋있고 잘 생기고 자상한 아버지 박사장 동익(이선균)과 착하고 아름다운 연교(조여정), 인디언 놀이를 좋아하는 그의 아들 다송(정현준)을 기생충이라 하지 말자. 영화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이들이 ‘자본 구조의 배후에서 기생하고 있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지만 확대하지 말자. 영화의 배후에 있는 이런저런 것들은 감독 봉준호에 맡겨 두면 될 일이다. 이 영화를 보고 ‘부끄러워 입을 닫았다’고 말한 사람들이여, 그대가 현명했다.

  그러나 우리, 이렇게 말하자. 기택(송강호)네 가족은 처음부터 기생충이 아니었다. 그들이 저택에서 영양분을 취하기 위해 ‘계획’을 도모한 그 순간부터 그들은 기생충이 되었다. 반지하에 살면서 피자 포장지를 접을 때, 계단을 올라 와이 파이(Wi-Fi)를 찾는 기택(송강호)네 가족은 기생충이 아니었다. 기우(최우식)와 기정(박소담)은 영화 초반부터 기생충이었으나 원래 기생충이 아니었을 것이다. 저택의 정원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 볼 때, 몰래 그들의 냉장고를 열어 영양을 취할 때, 의기소침하고 허무에 젖어 어둡고 음습한 지하로 기어들어갈 때 그들은 기생충이 되었다. 그렇다.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그들은 원래 기생충이 아니었으나 기생충이 되었다. ‘부끄러워 입을 닫았던’ 사람들이여, 이건 슬픈 일이다.

  아, 이건 비극이고 파멸이었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Overman),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 ‘뚫고 들어가고 파내며 밑을 파고들어 뒤집엎는 사람’****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니체의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은 생산과 생성을 위해 스스로 지하로 들어갔지만, 기택(송강호)네 가족은 지상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올랐다. 그들은 굴러 떨어졌다. 머리는 돌로 눌리고 옆구리는 바비큐 창날에 꽂혔다. 더러는 계단을 올라 지상에 닿을 수도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그렇다 치더라도 누군가는 굴러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건 비극이다.

  오우, ‘부끄러워 입을 닫았던’ 사람들이여, 이건 정답이 아니지만 해답일 수 있다. 나의 지하실과 모체의 지하실은 다르다. 나의 지하에서 나는 기생하지 않는다. 모체에 숨어들어 냉장고를 열 때 나는 기생한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계단을 내려야 한다. 들뢰즈가 말했듯, 생성이나 과정으로서의 '소수'가 아니라 집합이나 상태로서의 ‘소수성’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계단을 올라 다수자의 동일성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동일성에서 멀리 달아나 소수자-되기 속으로 걸어들어갈 때 우리는 생성의 주체가 된다.

    (...) 남성의 생성들은 그토록 많은데 왜 남성-되기는 없는 것일까? 그것은 남성이 유달리 다수적인 반면, 생성들은 소수적이며, 모든 생성은 소수자-되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해하는 다수성은 상대적으로 큰 양이 아니라 어떤 상태나 표준, 즉 그와 관련해서 더 작은 양 뿐만 아니라 더 큰 양도 소수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나 표준의 규정, 가령 남자-어른-백인-인간 등을 의미한다. 다수성이 지배 상태를 전제하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니다. 인간보다 모기나 파리가 다 많은지를 아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남성이 어떻게 우주 속에서 하나의 기준을, 그와 관련하여 남성들이 필연적으로 다수성을 형성하는 기준을 구성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에서의 다수성은 투표권을 전제하며 투표권을 소유한 자들 사이에서만 수립되는 것이 아니라 투표권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행사된다. (중략) 생성이나 과정으로서의 '소수'가 아니라 집합이나 상태로서의 ‘소수성’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가령, 유대인, 집시 등 특정한 조건에서도 소수자를 형성할 수 있다. (중략) 상태로서의 소수성 위에서 우리는 재영토화되거나 재영토화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성 속에서는 탈영토화된다. 블랙 팬더 할동가들이 말했듯이 흑인들조차 흑인이 되어야 한다. 여성들조차 여성이 되어야 한다. 상태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성-되기는 필연적으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변형시킨다. 어떤 의미에서 생성의 주체는 언제나 ‘남성’이다. 하지만 그를 다수자의 동일성에서 떼어내는 소수자-되기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에만 그는 생성의 주체이다. (...)

 - 『천 개의 고원』(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 새물결 · 2001년 · 원제 : Mille Plateaux: Capitalisme et Schizophrenie, 1980년) <10. 1730년-강렬하게 되기, 동물되기, 지각불가능하게 되기> p.550~552
 


 註)......................................

  *메타포(metaphor) : 행동, 개념, 물체 등이 지닌 특성을 그것과는 다르거나 상관없는 말로 대체하여, 간접적이며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일.
  **아장스망(agencement) : 극적 효과를 주기 위한 영화적 배치.
  ***상징(象徵, symbol) : 추상적인 사실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대표성을 띤 기호나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일.
  ****『아침놀』(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04년  · 원제 : Morgenro"the, 1881년) <서문>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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