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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세라핀(Seraphine)! 아, 세라핀

by 이우 posted Mar 15, 2018 Views 2277 Replies 0
포스터_종합.jpg


  ↑ 2009년 개봉한 영화 『세라핀(Seraphine)
(프랑스 외 · 드라마 · 2008년 제작 · 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 · 출연: 욜랭드 모로, 울리히 터커, 앤 베넨트, 제네비에브 음니히 외)

  예술이란 무엇일까요? 삶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우리의 신체는 온갖 방식으로 서로에게 결합(cohesion)하고 또 결합하려고 합니다.1) 이것이 스피노자(Benedict de Spinoza, 1632년~1677년)가 ‘자연(nature)’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능산적 자연, natura naturans). 외부와 만나지 못할 때, 관계가 단절될 때 우리는 음울하고 고독해집니다. 이것은 스피노자가 ‘해체’ 혹은 ‘죽음’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우리의 신체가 한 신체를 만나서 결합하면 기쁨을, 반대로 한 신체 혹은 한 관념이 우리의 결합성(coheremce)을 위협할 때 우리는 ‘슬픔’을 느낍니다. 이것은 스피노자가 코나투스(Conatus)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영화 『세라핀(Seraphine)』(프랑스 외·드라마·2009년 개봉·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 연: 욜랭드 모로, 울리히 터커, 앤 베넨트, 제네비에브 음니히 외)을 봤습니다. 이 영화에는 네 개의 몸체(corps)가 있습니다. 첫 항(項)은 주인공 세라핀2)의 몸체와 세라핀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nature)의 몸체입니다. 중간 항(項)은 유럽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종교체이며, 마지막 항(項)은 시장경제 중심의 근대 사회체입니다.
 
  세라핀은 수도원에서 생활하면서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면서 삶을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배움도 없고 재산도 없는 그녀를 조롱합니다. 스피노자가 말한 것처럼, 신체는 온갖 방식으로 서로에게 결합(cohesion)하고 또 결합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 결합성이 위협받을 때 우리는 슬픔을 느낍니다. 이 관계의 단절은 스피노자가 ‘해체’ 혹은 ‘죽음’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마지막 항(項)인 사회체에서 단절된 세라핀은 어쨌든 무언가와 결합해야 합니다. 사회체에 결합하지 못한 고독한 세라핀의 몸체는 첫 항(項)인 자연체(nature)와 결합합니다. 혼자 들판을 걷고 풀과 바람, 벌레와 나무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는요, 슬플 때 시골길을 걸어요. 그리고 나무를 만지죠. 새와 꽃, 그리고 벌레에게 말을 해요. 그러면 슬픔이 가셔요.”

  자연의 몸체와 만난 세라핀은 들꽃, 풀, 돼지의 피 등 자연에서 채취한 이러저런 질료들을 섞어 색을 만들고 그림을 그립니다. 이 그림들은 음울하지만 아주 강렬합니다. 나뭇잎들이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열매가 허기진 동물처럼 허리를 뒤틀고 있습니다. “꽃이 이상해 움직여, 마치 벌레 같아”, “상처 입은 눈 같아 갈갈이 찢긴 살점……”, “섬뜩해”, “알아요. 저도 제 그림을 보면 소름이 끼쳐요”, “예뻐요, 너무 예뻐요”,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정말 붓으로 그런 거야?”

  세라핀의 몸체는 중간 항(項)인 종교체와도 결합합니다. 세라핀은, 자신의 그림 그리기를 ‘신(神)의 계시’라고 믿습니다. “신이 저에게 시킨 일이에요”. 세라핀은 내면의 환영(幻影, illusion)과도 결합합니다. “사랑해 본 적 있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다른 방법으로 사랑을 한답니다. 마음 속에서 가끔 그이를 만나요.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도 만나죠.”

  이것은 스피노자가 말했던 ‘삼중의 환상(illusion)3)’입니다. 즉 의식이 자신을 구성하는 목적성의 환상(그림 그리기), 관계의 단절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자유의 환상, 신학적 환상(신과 천사)입니다. 중간 항(項)인 종교체와 만난 세라핀의 몸체가 일으키는 환상입니다. 첫 항(項)인 자연체와 중간 항(項)인 종교체, 이 몸체들의 만남에서 천재 여류 화가 '세라핀 루이(Séraphine Louis, 1864년~1942년)의 그림이 태어납니다. 아직까지 이 몸체들의 결합은 세라핀에게 기쁨을 줍니다.

스틸_종합.jpg


  ↑ 영화『세라핀(Seraphine)』의 주요 장면. 

  우리의 세라핀은 마침내 마지막 항(項)인 시장경제체, 즉 시장(市場, market) 중심의 근대 사회체를 만납니다. 이 만남을 주선한 것은 독일의 화상(畵商) ‘빌헬름 우데’였습니다. 그녀의 그림을 알아봐준 사람입니다. ‘빌헬름 우데’는 세라핀의 그림을 모두 사들이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전시회를 열어주고 경제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습니다. 그녀의 고독은, 그녀의 우울은 곧 끝이 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상황은 복잡합니다.

  우리의 세라핀은 자신도 모르게 허영(虛榮, vanity) 속으로 헤엄쳐 들어갑니다. “요셉 루이와 조세핀 마이야르의 딸, 세라핀 루이가 신부 옷을 입는 것을 상상해봐”, “주방은 커요?”, “식품 저장소는 달렸겠죠?”, “청구서는 제 후원자 우데 씨 앞으로 보내줘요”, “이 차는 얼마인가요? 유명해지면 저도 차를 사야 하잖아요”, “우리 가게를 털 셈이야? 다 뭐하게? 상관 마세요 배달되죠?”, “제 그림을 팔면 되잖아요.” 근대적인 경제체를 만난 세라핀의 몸체는 성공과 명예라는 사회적 기표(記標, signifiant)와도 만납니다. 화가로서의 성공과 명예를 보장하는 자신의 전시회에 전착(纏着)하고 전도(顚倒)됩니다.

  ‘빌헬름 우데’가 이런저런 이유로 지원을 포기하면서 이 결합은 실패합니다. 첫 항(項)인 자연체를 만난 세라피의 몸체는 기쁨이었고 생성이었지만 마지막 항(項)인 근대적 사회체(경제체)와 만난 세라피의 몸체는 슬픔이고 해체였으며 죽음이었습니다. 우리의 세라핀은 중간 항(項)인 ‘삼중의 환상(illusion)’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정신병원에 갇힙니다. “내 전시회 열거죠? 하늘에 말했다고요. 천사들이 올거에요”, “뭔지는 모르지만 중대한 일이 일어날 거예요. 천사들이 기대가 크다고 제게 말했다고요”. “이것은 내 몸이고 이는 내 피니 받아먹어라.” 천재 여류 화가 ‘세라핀 루이’의 삶이었습니다.

세라핀루이의 그림_종합.jpg


  ↑실존 인물  프랑스의 여류 화가 '세라핀 루이(S?raphine Louis, 1864sus~1942년)의 그림.
자연에서 채취한 신체와 세라핀의 신체가 결합한 이 그림은 강렬하고 생동감 있다.

  우리의 삶은, 즉 ‘각 신체, 사유 속의 각 관념과 각 정신’은, 신체의 부분들, 관념의 부분들을 포섭하는 독특한 관계들에 의해 구성됩니다. 한 신체가 다른 신체를 만날 때, 한 관념이 다른 관념을 만날 때, 이 두 관계는 결합되어 보다 큰 능력을 갖는 하나의 전체를 이룹니다.’4) 고독했던 세라핀의 몸체는 자연체와 결합해 생기발랄하고 역동적인 예술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신체와 정신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것이야말로 놀라운 것이다.”

  세라핀이 태어날 때부터 재능을 갖춘 ‘천재’였기 때문이라고요?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선험론(先驗論)5)을 믿는 데카르트주의자이거나 칸트주의자6)입니다. 세라핀의 그림 그리기가 신(神)이 내려준 ‘축복’이었다고요? 그렇다고 믿는다면 여러분은 초현세적인 ‘얼뜨기 신학자’입니다. 예술이란, 이런저런 몸체가 만나는 관계들의 양상에서 태어납니다. 이 관계는 끊임없이 자연 전체를 변용시키는(affecte) 관계들의 결합과 해체의 질서입니다.’7) 우리는 이것을 ‘삶’이라고 부릅니다.

  이 영화를 보다가 문득 이런 의문이 듭니다. 예술은 이런저런 관계의 단절에서 태어나는 것일까요? 예술가는 고독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註)..................

  1) 스피노자 에티카 참조.
  2) 영화의 주인공. 이 영화는 프랑스의 여류 화가 '세라핀 루이(Seraphine Louis, 1864년~1942년)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3)스피노자의 철학(질 들뢰즈 · 민음사 · 2001년 · 원제 : Spinoza.: Philosophie pratique) p.36
  4)스피노자의 철학(질 들뢰즈 · 민음사 · 2001년 · 원제 : Spinoza.: Philosophie pratique) p.33
  5) 선험론(先驗論). 인식은 사실의 발생에서가 아니라 어떤 선천적인 원리나 능력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는 이론.
  6) 칸트는 선험성을 증명하기 위해, "천재란 천부(天賦, 하늘이 주었다는 뜻으로, 선천적으로 타고남을 이르는 말)적인 자질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판단력비판』(임마누엘 칸트 · 아카넷 · 2009년 · 원제 :  Kritik der Urteilskraft, 1790년)  p.340~344
  7)스피노자의 철학(질 들뢰즈 · 민음사 · 2001년 · 원제 : Spinoza.: Philosophie pratique)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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