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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카프카, 프라하, 프라게, 프레이그

by 이우 posted Feb 09, 2017 Views 577 Replies 0
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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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들뢰즈는 스피노자의 위대함에 대해 말하면서, 스피노자에게는 위대한 제자가 네 명 있다고 쓴 적이 있다. 누굴까? 그래, 먼저 니체가 들어간다. 그리고 그가 문학에서 절대적 깊이에 도달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칭송했던 아르토가 들어간다. 그리고는? 칸트나 흄 · 베르그송 · 프루스트 · 라이프니츠 등 그가 책을 써서 소개한 철학자가 많건만, 그가 추가하는 두 사람은 뜻밖에도 로렌스와 카프카다. (...) 가장 중요한 명제가 바로 권력과 욕망은 대립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동일한 것, 즉 ‘권력이 욕망이다’라는 명제고, ‘그런 욕망은 언제나 특정한 배치로서 존재하고 작동한다’는 명제다. (...) 카프카가 선택된 것은, 예건대 <성>에서 거의 모든 인물들이 보여주듯이, 권력은 바로 욕망이며 그렇기에 권력은 실제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혹은 <소송>에서 K가 거쳐 가는 세계의 인접한 이질성이 보여주듯이 욕망의 변환은 하나의 내재적 장을 이룬다는 것을 카프카만큼 일찍이, 그리고 카프카만큼 예리하게 포착한 이가 없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1)

  “욕망은 언제나 특정한 배치(아장스망, agencement)2)로서 존재하고 작동한다.” 이건 은유가 아니다.  2017년 1월 25일, 우리는 인천공항에서 서쪽으로 10시간, 그러니까 그리니치 시간 기준으로 8시간 전으로 돌아가 체코(Czech Republic), 혹은 ‘크첵3)’으로 불리는 그 곳, 그 중에서 보헤미아(Bohemia)4)의 수도 프라하(Prague), 혹은 프라게, 혹은 프레이그5)로 불리는 그곳으로 가 프라하 성(Prague Castle)으로 들어갔다. 정확하게 말하면, 카프카가 글을 썼던 프라하 성(Prague Castle) 안에 있는 황금소로(Gold Lane) 스물 두 번째 집(#22) 카프카의 집 앞에서 이 배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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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성(Prague Castle). 카프카에게 성(城, castle)은
전제군주적이고 편집증적인 권력과 권위와 위엄, 고상함으로 가득차 있는 관료주의의 앰블럼,
법적 · 경제적 · 관료적 · 정치적인 구조로 짜여져 있는 현대의 사회체다. 

  카프카가 살던 이 골목은 프라하 성의 부속물이다. 성의 사제나 귀족 관료, 기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귀족들의 옷을 수선하고 만드는 의상실, 그들의 머리를 만져주는 미용실, 기사들의 갑옷, 검과 창, 석궁을 만들고 보관하는 무기창, 국가 사안을 기록하는 필경사, 종교의식이나 정치의식을 행하기에 필요한 예술가들, 즉 성의 사제나 귀족 관료, 기사들에게 부속된 사람들이 그들이다. 물리적으로, 이 골목은 카프카 자신이 말한 것처럼 성 내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 밖도 아닌, 성의 경계에 일렬로 이어져 있다. “성은 시골집들이 밀집해서 이루어진 작은 읍에 불과했다. (...) 나는 농부들 축에도 못 끼고 그렇다고 성사람도 아닌 터라 벌써 다소간 외로운 생각이 든답니다”(카프가 소설 <성>에서). 이 골목, 이 배치에 살면서 “성 밖 농부들 축에도 못 끼고 그렇다고 성사람도 아닌” 유대인 카프카, 게르만인도 체코인도 아닌 유대인 카프카, 체코에 살면서 히브리어를 배우고 체코어가 아니라 독일어로 글을 쓴 카프카, 이도 저도 되고, 저도 이도 아니었던 경계인 카프카는 부정과 긍정, 절망과 희망 사이에 ‘덩그렇게’, ‘외롭게’, ‘절망스럽게’ 서서 ‘크고’, ‘단단하고’, ‘높게 치솟은’  프라하 성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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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소로(Gold Lane)를 안내하고 있는 현지 안내책자.

황금소로는 프라하 성 안에 있지만 성의 경계에 일렬로 이어져 있다.

카프카는 성 밖 농부들 축에도 못 끼고 그렇다고 성사람도 아니라며 외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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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성(Prague Castle) 안에 있는 황금소로(Gold Lane).
스물 두 번째 집(#22)이 카프카가 살던 집이다.
성의 사제나 귀족 관료, 기사들에게 부속된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그가, 우리가 바라본 성 안의 배치는 이렇다. 성의 한 가운데 대성당이 있으며 성당 안에는 복도의 선을 따라 작은 방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 방들의 문(門)은 아주 작을 뿐만 아니라 빙빙 도는 복도의 선 위로 포개지면서 무제한으로 반복된다. 성당의 바로 옆 공간에는 죄수들을 심판하는 사법적인 공간이 있고, 지하에는 죄인을 수감하는 감옥과 죄인을 고문하는 고문실이 있다. 성 밖의 배치는 이렇다. 모든 성이 그러하듯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은 성 안에 사는 사람과 성 밖에 사는 사람으로 나눈다. 들뢰즈는 이 구획을 ‘블록(Block)6)’이라 이름 붙인다. 이 블록들은 크고 작은 출입구들이 있지만 2미터가 넘는 창날을 가진 군인, 이런저런 검과 석궁으로 무장한 기사들, 즉 감시인들이 지키고 있다. 성 밖에 사는 농민들, 혹은 농노들, 혹은 우리는 “높고”, “성스럽고”, ‘비밀스러운“ 성 사람들의 통제와 감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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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가 그린 성의 배치7).
블록들은 닫혀 있는 것 같지만 복도와 문으로 연결 · 접속되어 있으며
정문과 옆문은 물론 문이 없는 입구와 출구까지 포함하여 무수한 많은 문을 가지고 있다.

  “어떤 주저함도 없이 곧장 치솟아 높은 곳에서 젊음을 과시하는(소설 <성>)” 성당의 종탑에서는 30분마다 종이 울린다. “날개 달린 소리, 한 순간 전율케 하는 기쁜 소리. 그 소리는 고통스러운 억양 또한 가지고 있기에, 당신이 가슴 속으로 희미하게나마 바라고 있던 것을 이루도록 당신을 이끌 거라고들 했다. 그 뒤에 커다란 종은 곧 미약하고 단조롭게 울리는 작은 소리를 남기며 울리기를 멈추었다”(카프카의 <성> 중에서). “가슴 속으로 희미하게나마 바라고 있던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우리를 유혹하는 이 종탑의 종소리는 시간에 맞춰 사람들을 일어나게 하고, 일하게 하고, 밥을 먹게 하고, 잠자리에 들게 한다. 분절된 시간. 이 사회적 배치의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들이 그들이었고, 나였고, 우리다.

  카프카에게 성(城, castle)은 전제군주적이고 편집증적인 권력과 권위와 위엄, 고상함으로 가득차 있는 관료주의의 앰블럼, 법적 · 경제적 · 관료적 · 정치적인 구조로 짜여져 있는 현대의 사회체다. 성당이라는 초월적인 권위와 전제 군주의 편집증적 권력의 배치.... 이 블록들은 닫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카프카의 작품 <성(城)>에서 K는 밤 늦은 시각에 성 앞에 도착하지만 들어가지 못하고 성 주위를 배회한다.

  “K는 밤 늦은 시각에 도착했다. 마을은 눈 속에 파묻혀 있었다. 성이 있는 산은 안개와 어둠에 둘러싸여 있어서 전혀 보이지 않았고, 커다란 성이 있음을 알려 주는 희미한 불빛조차도 눈에 띄지 않았다. K는 국도에서 마을로 통하는 나무 다리 위에 서서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허공 속을 한참 쳐다 보았다.” 그러나 K는 성을 찾아가지 못한다. “길은 길게 뻗어 있었다. 마을의 큰 길은 성이 있는 산으로 나 있지 않았다. 성이 있는 산에 가까이 다가가는 듯 하다가, 마치 일부러 그런 듯 구부러져’ 있기 때문이다. K는 앞으로 걸어가지만, K는 성에서 멀어지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성에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었다.”8)

  이런 배치는 소설 <소송>에서도 나온다. K는 은행의 자기 사무실에 아주 근접한 골방의 문을 열고는 두 명의 감시인을 처벌하고 있는 사법적 공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며, 티토렐리를 만나러 재판소와는 정반대 방향에 있는 교외로 가지만 그 화가의 방안 깊숙이 있는 문이 사법적 공간으로 통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소설 <아메리카>나 <성>에서도 마찬가지다. 카프카는 판사 · 변호인 · 피고인 · 은행원 · 경찰 등을 작품 속에 등장시키며 법적 · 경제적 · 관료적 · 정치적인 구조로 짜여져 있는 현대 사회의 이 배치를 폭로하고 이 배치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그는 언젠가 자신에 대해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의 시대의 부정적인 면을 묵묵히 파내어 일구어 왔다. 지금의 시대는 나와 무척 가깝다. 그러므로 나는 이 시대를 대표할 권리가 있다. 나는 현대의 부정적인 면을 발굴하여 내 것으로 삼았으며, 긍정적인 것은 눈곱만치도 내 것으로 삼지 않았다.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종이 한 장처럼 깊이가 없는 것들은 내 것이 아니다. 어떠한 종교도 나를 구원하지 못했다. 나는 종말이다. 또한 시작이다. (...)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일 때도 또 다시 새로운 힘이 솟아 오른다. 그것이 바로 네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만일 그런 힘이 솟아나지 않는다면 그때는 모든 것이 끝난 것이다. 다 끝난 거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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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 있는 카프카 전시관(Franz Kafka Museum).
카프카 문학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접속구가 젊은 여인들이다.
프란츠 카프카 자신도 1912년 ‘펠리체 바우어’와 연애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가시라기 히로키’가 말한 것처럼 카프카는 절망하는 작가, 부정하는 작가에 불과한 것인가? ‘가시라기 히로키’는 그가 엮었던 <절망은 나의 힘>에서 이렇게 쓴다. “카프카는 한 번도 성공이란 것을 해보지 못했다. 계속 되는 실패 속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실패를 반복했다. 그는 생전에 작가로서 인정도 받지 못한 채 그저 평범한 월급쟁이로 생을 마쳤다. (...) 그가 쓴 장편소설은 모두 도중에 막혀버려서 미완성으로 남았다. 죽을 때까지 만족스러운 작품을 쓰지 못했고, 그동안 썼던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 그가 남긴 일기나 편지는 일상의 한탄으로 가득하다. 그것도 ‘세계가.....나라가...정치가....’하는 식의 큰 테마 이야기가 아니라 ‘아버지가......회사일이....위기.....잠이....’ 같은 일상생활에 대한 푸념뿐이었다.”10)

  그러나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년~1995년)와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 1930년~ 1992년)는 다르게 말한다. 카프카가 “삶 앞에서 결여 · 허약함 · 무능력으로 인해 문학으로 도피했다고 하는 것처럼 어이없고 기괴한 일은 없을 것이다. 카프카에게 문학이란 리좀이고 굴이지 상아탑이 아니다.”11) “카프카의 작품 속에 어떻게 들어갈 것인가? 그것은 리좀이고 굴(窟)이다. <성>에는 수많은 입구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그것들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아메리카>의 호텔은 수위가 지키고 있는 정문과 옆문은 물론 문이 없는 입구와 출구까지 포함하여 무수한 많은 문을 가지고 있다.”12)
 
  카프카가 말했듯이 “문제는 자유가 아니라 출구다.”13) 그렇다. 문제는 억압하고 복속시키는 법적 · 경제적 · 관료적 · 정치적인 배치가 아니라 ‘출구’다. 언제, 어디에나 출구는 있다. 성 안의 블록들, 성 밖의 블록들은 닫혀 있는 것 같지만 블록들은 복도 · 문으로 연결 · 접속되어 있으며 “정문과 옆문은 물론 문이 없는 입구와 출구까지 포함하여 무수한 많은 문을 가지고 있다.” 문을 가지고 있지만 그 누구도 나가지 않고, 나아가지 않으려 하지 않을 뿐이다. “사람들이 목격하는 것은 마치 암적인 침투나 사무실과 관료들의 복잡한 교착, 무한하고 알 수 없는 위계”14)이며 이 배치는 “괴이한 공간의 감염 등과 같은 내적인 증식”15)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욕망은 블록에 갇혀 있고, 영토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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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성>의 K처럼 우리는 밤늦게 프라하에 도착했다.
프라하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를 의심하며 K처럼 주위를 배회했다.

  소설 <아메리카>에서 K는 기관사 화부와 기사(技師), 혹은 기계공이 되고 싶어하고 ‘화부’는 배의 기관을 만지는 기계공으로 일할 때뿐만 아니라 휴식하거나 사랑하거나 저항하거나 분개할 때조차 기계공의 일부로 행동한다. 블록 안에서 성공하겠다는, 혹은 인정받고 싶다는, 혹은 안정되게 살고 싶다는..... 성 안에 있는 자나 성 밖에 있는 자나 이 욕망을 따라 간다. 권력은 정치적 · 사법적 · 경제적인 배치를 구성해 이 욕망을 포획한다. 그래서 입출구(入出口)가 있지만 아무도 나오거나 들어가지 않는다. 권력의 힘과 법의 초월성 때문이 아니라 블록에 갇힌 이런저런 욕망 때문에 사람들은 권력의 부속물이 되고 권력이 유효하게 작동하게 한다. 소설 <성>에서 토지측량사 K는 성에 들어가려고 한다. 성이 권력의 배치이든, 자신의 욕망을 포획하건 말건 그는 성 내 토지를 측량해야 ‘먹고 산다’. 이것이 블록에 갇힌, 영토에 갇힌 그의 존재다. 

  불쌍한 우리의 K는 ‘성’에서 멀어지지는 않지만 ‘성’에 가까워지지도 않는다. 다음날쯤 성에 가볼 요량으로 여관에서 잠을 청해보지만, 첫날부터 마을주민들의 노골적인 적대감과 마주한다. 마을 숙박에 대한 백작의 허가 여부에서부터 시작한 이 적대감은 끊임없이 K를 따라다닌다. K는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다음 날부터 자신을 고용한 사람을 만나려하지만 성의 관리는 K 따위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만날 수 있는 것은 관리의 비서 혹은 심부름꾼이었을 뿐이고 심지어 이상한 규칙과 제약 때문에 여관에서 조차 쉽게 머무를 수 없다.

  권력의 배치에 포획된 마을 주민, 성의 관리자, 비서, 심부름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제군주를 대신해 권력을 작동시킨다. 카프카의 소설 <유형지에서>나 <소송>에서처럼 권력은 “선고를 통해서만 언표될 수 있고, 선고는 처벌을 통해서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누구도 법의 내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16) 그래서 성이 있는지, 권력체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사회적 배치에 포획된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성에 복속시키고 이 안에서 욕망을 키운다. “가슴 속으로 희미하게나마 바라고 있던 것을 이루도록 당신을 이끌 거”라는 종소리에 유혹된다.

  “권력은 피라미드적인 것이 아니라 선분적 · 선형적이며, 높은 곳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인접성에 의해 작동한다. 사법적 권력은 도달할 수 없는 최고 법원의 판사들에게 행사되기보다는 직접 피고들이 대면하는 문지기(수위) · 서기 · 하급관리에 의해 행사되고, 학교에서 권력은  교육부 장관이나 장학사 · 교장보다는 직접 대면하는 교사에 의해 행사되며, 공장에서의 권력은 사장이나 이사 들보다는 직접 대면하는 십장에 의해 행사되고, 군대에서의 권력은 총사령관이나 사단장보다는 직접 대면하는 하사관들에 의해 행사된다. 이는 그들이 바로 선분의 양끝을, 그 절단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고(선분성), 그 선분들이 어긋나지 않도록, 하나의 직선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선형성).  이러한 권력의 인접성은 욕망의 인접성과 결부된 것이지만, 욕망의 인접성은 선분적이고 선형적이기보다는 항상 옆길로 새는 탈주선이고, 변이의 내재적 장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권력은 이러한 욕망의 평면에 그것을 장악하는 하나의 선분적 선을 그리는 것이다. 따라서 욕망이 권력에 대해 일차적이고, 모든 배치는 권력의 배치이기 이전에 욕망의 배치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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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를 알고 싶으면 체코를 가 보라는 말이 있다.
중앙에는 어느 곳이나 현세초월적 권위를 자랑하는 성당과 종탑이 자리하고 있다. 
성당의 바로 옆 공간에는 죄수들을 심판하는 사법적인 공간이 있었고,
지하에는 죄인을 수감하는 감옥과 죄인을 고문하는 고문실이 배치되어 있었다.
권위와 억압을 싫어했던 보헤미안(Bohemian) 체코인들은 이제 종교체를 믿지 않는다. 인구의 대다수인 90%가 무교다. 

  “억압당하는 자가 억압의 체계 속에서 항상 능동적인 자리를 취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은 마조히즘이 아니라 바로 이 미시적 짜임이다. 부유한 나라들의 노동자들은 제3세계에 대한 착취, 독재자들의 무장, 대기 오염에 능동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 미시적 짜임은 견고한 절편들로 이루어진 덧코드화의 선과 양자들로 이루어진 궁극적인 선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권력의 중심들은 자신의 역량의 원칙과 무력함의 토대를 동시에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역량과 무력함은 대립하기는커녕 현혹적 만족 속에서 서로를 보충하고 보강해준다.”18)

 이런저런 욕망을 포획하고 있는 이 배치에서, 이 블록에서, 이 영토에서, 우리는 빠져나올 수 있을까? 대체 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들뢰즈는 권력이 사람들의 욕망을 포획하기 위해 멋진 구조물을 세우고 촘촘한 배치물들을 배열하지만 원래 욕망이란 늘 차이를 생성하는 ‘기관 없는 몸체’의 것이기에 언제 어디서든 탈-영토화하고 탈-블록화한다고 말한다. 스피노자 식으로 말하면 우리의 신체는 능산적 자연(能産的 自然, Natura Naturans)19)이기 때문이며, 베르그송 식으로 말하면 우리의 신체는 언제나 차이를 산출하면서 약동(엘랑비탈, Elanvital)20)하고 있기 때문이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탈출 가능성을 블록과 블록을 이어주는 접속구(接續口, connecteur)21)라는 개념을 통해 열어놓는다. 카프카 문학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접속구는 ‘젊은 여인’들이다. 주인공들은 젊은 여인들을 만나면서 연쇄되고, 변화되고, 증식되고 탈-영토화한다. 소설 <성>에서 ‘프리다’는 비서와 관리자의 선분에, ‘올가’는 하인의 선분에 결부되어 있지만 이 여인들은 K를 ‘성’과 접촉하게 하고 연계되게 하고 마침내 K를 다른 블록으로 이동시킨다. 하녀와 하급 고용인들은 관료적 계열의 맨 아래층에 있으면서 관료주의에서 탈주하려는 최대한의 의사를 가지고 있어 K를 늘 다른 선분, 다른 영역, 다른 영토를 탈-영토화시킨다. 소설 <아메리카>에서는 하녀가 K를 범하면서 K는 아메리카라는 이국땅으로 탈-블록화되고, ‘클라라’는 K를 삼촌의 집에서 밖으로 탈-블록화하며, ‘테레즈’는 옥시텐털 호텔로, ‘브루넬다’는 K를 오클라호마 대극장으로 탈-영토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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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서점에서 만난 <DAS SCHLOSS-NACH FRANZ KAFKA>(JAROMIR 99 ·MAIROWITZ ·London 2013).
이 책은 카프카의 <성(城, The Castle)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접속구(接續口, connecteur)라는 개념으로 변화 가능성을 연다.
카프카 문학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접속구는, ‘젊은 여인’들이다.

  다시 소설 <성>으로 돌아가자. 성에 들어가려하다 지친 K는 여관에서 ‘페피’를 만난다. 그녀는 프리다가 여관을 나온 뒤 술집을 맡게 된 하녀였다. 페피는 이왕 이렇게 된 바에 자신과 함께 여관에서 아무도 모르게 살자고 제안한다. 객실 하녀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으며,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K 역시 누구의 눈에 띄지 않고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K는 이 말에 동의하며 성이 아니라 새로운 영토로 길을 나선다. 탈-블록화, 탈-영토화. 그렇게 카프카는 성에서 멀리 달아난다. 욕망의 변환. 욕망은 새로운 생산을 위한 내재적 장을 이룬다.  “욕망은 정형화된 무언가에 포개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치솟게 하며, 시간 속에서 그것을 치환하고 탈영토화하고, 욕망을 접속케 하며 욕망으로 하여금 다른 강렬도를 통과하게 만든다.”22) 엘랑 비탈(Elan-vital), 볼룹타스(Volupta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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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프라하의 구 시가지 광장, (우)신 시가지 광장.
자유분방한 생활을 좋아하는 보헤미안(Bohemian), 그들은 이 광장에서 권위와 억압에 저항해
1956년 '프라하의 봄(Prague Spring)', 1989년 무혈 혁명인 '벨벳 혁명((Velvet Revolution)'을 일으키며
자신의 사회체 · 정치체를 바꿔냈다.

  이건 프라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카프카의 소설이 아니다, 이건 중세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다. 그대는 삶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부재와 부정과 절망과 고독? 그대는 우리를 둘러싼 사회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너무 견고하고 단단해 빠져나올 수도 달아날 수도 없는 불가능성의 장(場)? 아니다. 우리는 변화와 생성, 희망과 미래로 끊임없이 나아간다. 그대는, ‘기관 없는 몸체’24)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배치물들은 당신의 욕망을 따라가기 때문에 사회체는 늘 가능성으로 열려 있다. 당신의 욕망을 변환시켜라. 우리는 “언제나 집합적이지만 소수적인 그런 조건 속에 (...) 우리들 각자가 그것의 내밀한 소수성을, 그것의 내밀한 사막을 발견”해 내야 한다. “재영토화 되는 것, 다시 사진을 찍는 것, 다시 권력과 법을 만드는 것, 그리고 또 다시 위대한 문학을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25)

  “이봐, 로스만, 각오는 됐나?”
  “오, 물론이지!”26)




  註) ..............................................................

  1) <카프카-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 동문선 · 2001년) 옮긴이 이진경의 서문 중에서.
  2) 배치(配置) : 통상적으로 사람이나 물건을 적당한 자리나 위치에 나누어 두는 것을 뜻한다. 영화나 연극에서 감독이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무대장치를 배열하고, 음악, 극본, 배우 동선 등을 총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들뢰즈 철학에서는 이를 포함하고 나아가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것들이 연동하여 관계를 맺는 결연관계를 의미한다. 
  3)  체코(Czech) : 현지인들은 ‘크첵’이라고 한다. 
  4)  보헤미아(Bohemia) : 체코의 서부 지방을 일컫는 지명으로 말뜻 그대로 보자면 보헤미아 지방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지방 사람들은 2/4박자의 경쾌한 춤을 즐겼는데,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춤과 노래를 즐기는 집시들을 보헤미아 지방 출신으로 알았던 프랑스 사람들이 그들에게 붙인 호칭이다. 그러나 정작 보헤미아 사람들은 집시처럼 떠돌아다니지 않는다. 지금은 사회의 관습이나 규율 등을 무시하고 방랑적이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5) 우리나라에서 ‘프라하’로 불리지만 현지에서는 ‘프라게’, 혹은 ‘프레이그’라고 불린다. 
  6)  블록(bloc) : 구획(區劃). 통상적인 용법으로 토지나 시가지 따위의 경계를 가른 구역을 의미하지만 철학이나 사회학·경제학에서는 정치나 경제상의 목적으로 형성된 국가나 단체의 집합을 의미한다.몇 나라가 블록을 형성하여 자기들끼리는 서로 상품, 서비스 교역 따위를 관세 없이 자유로이 하고, 블록을 형성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배타적 무역 장벽을 쌓아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의 경제 체제는 '블록 경제(bloc 經濟)'라고 한다.
  7) <카프카-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 동문선) p.173
  8)  카프카의 소설 <성(城, castle) 중에서
  9)  <절망은 나의 힘-카프카의 위험한 고백 86>(프란츠 카프카 ·  한즈미디어 · 2012년) 참조.
  10)  <절망은 나의 힘-카프카의 위험한 고백 86>(프란츠 카프카 ·  한즈미디어 · 2012년) p.9~10
  11)  <카프카-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 동문선) p.98~99
  12)  <카프카-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 동문선) p.13
  13)  <카프카-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 동문선) p.31
  14)  <카프카-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 동문선) p.35
  15)  <카프카-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 동문선) p.35
  16)  <카프카-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 동문선 · 2001년) p. 103
  17)  <천 개의 고원>(질 들뢰즈, 팰릭스 가타리 · 새물결 · 2003년) 
  18)  <천 개의 고원>(질 들뢰즈, 팰릭스 가타리 ․ 새물결 ․ 2003년) p.430~431
  19)  스피노자는 자연이 신의 피조물이라는 당시 세계의 지배적 사유를 전면 반박하면서, 자연은 스스로 생산하며(능산적 자연, 能産的 自然, Natura Naturans), 스스로 생산물이 된다(소산적 자연, 所産的自然 , Natura Naturata)고 말했다. 스피노자는 자연을 자신의 원인을 자신이 내재하고 있는 무한한 실체로 본다.
  20)  베르그송의 철학 개념. 베르그송은 생명을 그 자체 안에서 항상 새로운 자기를 형성해 가는 창조적인 과정이라고 보았다.
  21)  접속구(接續口, connecteur) : 전기·전자에서는 컴퓨터와 주변 장치를 연결하는 데 사용되는 부분으로  중앙 처리 장치(CPU)와 주변 장치의 연결 부분으로서 대개 소켓이나 플러그 등의 형태로 되어 있으며, 전기 회로에서 플러그를 꽂는 부분을 말한다. 들뢰즈 철학에서 블록과 블록을 연결하는 출구, 영토와 영토를 이어주는 문(門)을 뜻한다.
  22)  <카프카-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 동문선 · 2001년) p. 17
  23)  볼룹타스(Voluptas) :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큐피트(Cupid)와 푸시케(Psyche)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기쁨, '사랑의 희열'을 뜻한다.
  24)  기관 없는 몸체(le corps sans organes) : 전혀 유기적이지 않은 몸체. 들뢰즈는, 몸은 전혀 유기적이기 않을 뿐만 아니라 뜨거운 감각의 파장으로 넘쳐흐르기 때문에 늘 차이를 생성한다고 말한다. 기관 없는 몸체는 다양성을 만드는 원천이다.
  25)  <카프카-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 동문선 · 2001년) p.197
  26)  카프카의 소설 <아메리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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