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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길을 잃은 그대에게 : 『거짓말 학교』

by 이우 posted Sep 25, 2016 Views 124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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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학교』(전성희 글 · 소윤경 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 2009년)



  제10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거짓말 학교>(전성희 글·소윤경 그림·문학동네어린이·2009년)를 읽은 K와 J여,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길을 잃었는가? ‘거짓’과 ‘진실’을 오가며 ‘거짓’을, 혹은 ‘진실’을, 이도저도 아니면 ‘절반의 거짓’을, 혹은 ‘절반의 진실’, 그것도 아니면 ‘진실 같은 거짓’, ‘거짓 같은 진실’ 이런 것들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가? 작가 전성희는 추리적 기법으로 재미있게 독자를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면서 ‘거짓’이 승리하는 사회를 풍자하고 ‘거짓’과 ‘진실’을 놓고 승부를 가린다. 누가 이겼는가? 그대는 이 책에서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냈는가? 그대는, 누가 거짓을, 누가 진실을 실천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가? 문학이란 픽션(fiction, 허구)1)이 아닌가? 작가 전성희는 '거짓'으로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가?


  그대여, 만약 이 책 <거짓말 학교>가 ‘거짓’과 ‘진실’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던져버려라. 재현(再現, re-presentation)하는 기표(signifiance)로 가득해서 아무 것도 생성할 수 없으니까. 그대여, 만약 이 책이 ‘거짓’과 ‘진실’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믿음’을 향해 달려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책장에 넣어두고 아껴라. 세계를 구현(具顯, presentation)하고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무의미(nonsense, L'insignifiance)로 가득차 있으니까.2) 


  그대여,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밀란 쿤데라·민음사·2014년·원제 : La Fete de L'insignifiance , 2014년)를 떠올려라. "의미는 표면의 한 결과이거나 하나의 반짝거림과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를 깊게 가로 지르는 것, 우리보다 앞서 있는 것, 시간과 공간 속에서 우리를 떠받쳐 주는 것은 체계다.(쟝 라크루아의 <panorama de la francaise contemporaine> 중에서)" 다시 말하면, 거짓과 진실이라는 진위(眞僞)의 개념은 하나의 반짝거림과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보다 앞서 있는 것은 '체계'다. 거짓과 진실을 기르는 사회, 국가, 학교라는 인큐베이터.... 


  거짓과 진실을 기르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거짓과 진실이라는 진위는 의미 없다. 진위가 아니라 ‘거짓’으로, 혹은 ‘진실’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문제 삼아야 한다. 이 책의 심사평을 쓴 동화작가 김진경의 말처럼 “그래서 행복한가(본문 p.221)”의 문제. 다행스럽게, 작가는 거짓과 진실이라는 진위가 아니라 인큐베이터인 사회 문제를 드러내면서 관계론적이며 실천적인 삶의 의미, 사람과 사람 사이 ‘믿음’의 문제를 묻고 있다. ‘거짓말 학교’로 불리는 메티스스쿨(METIS SCHOOL, Mental Energy Training Intensive System)에 다니는 이 책의 주인공 '인애'는 고민 중이다.

  

  (...) 어둠 속에서 불도 켜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진실학 선생님 얼굴이 떠오른다. / 날 실망시키지 않은 진실학 선생님, 날 믿지 않는 나영이, 나영이를 믿지 않은 나, 거짓말 수술 그리고 퇴학, 아빠 엄마, 교장, 비웃음, 진실과 거짓, 그리고 내 미래..... 이 모든 것들이 흔들리는 화면처럼 내 머리를 어지럽힌다. 며칠 전까지 선명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모르겠다. / ‘강인애, 이제 어떻게 할래?’ (...)

(본문 p.217~218)


  그대는 어떻게 할래? ‘거짓’과 ‘진실’을 확인할 수 없는 이 세계에서 어떻게 할래? ‘거짓’과 ‘진실’을 확인할 수 없는 이 책을 읽고 그대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줄래? 세계는 거짓말로 가득하다고? 아니면, 비록 그렇다하더라도 진실이 있고, 그 진실은 승리한다고? 이도저도 아니면 거짓말도 있고 진실도 있으니, 확인할 수 없는 진실을 찾아야 한다고?


  그대여, 단언컨대 거짓과 진실을 가리는 것에 집착하면서 ‘거짓’과 ‘진리’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문제 삼지 않는 사회는 행복할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거짓’이나 ‘진실’, ‘진리’라는 개념조차 없기 때문이다. '꽃들의 결백'만 있다. 그러나 그대여, 오해 말라. 사실(fact)은 있다. ‘사실(fact)’은 인연(因緣, '인'은 직접적 원인, '연'은 간접적 원인을 말한다)의 결과, 혹은 내재태(virtuality)가 만든 현실태(actuality)이기 때문이다. 거짓의 상대어는 사실(fact)3)이지 진실(true)4)이나 진리(truth)5)가 아니다. 사실(fact)과 진실(true), 진리(truth)를 혼용케하고 헛갈리게 한 것은 서양인들의 오래된 망상때문이었다. 


  그대여, 거짓과 진실을 가리겠다는 사람은 2천5백년전 플라톤의 망령들이거나 그 후예들이다. 플라톤은 현실세계가 거짓, 혹은 본래의 것을 본떠 비슷하게 만든 시뮬라크르(simulacre, 複製物)로 생각하고 ‘진실된 원형(原形, idea)’을 찾아나섰다. 그러나 그의 이 망상은 실패했다. 거짓과 진실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너머’에 진실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중세인이다. 그들은 플라톤이 찾은 위대한 거짓말 '이데아' 위에 현세초월적인 진리(眞理, truth)를 쌓아올렸다. 이 진리는 우리 곁에 없다. 죽어야만 인식할 수 있다는 오류가 있다.


    참(true)과 거짓(false)을 구별할 수 있다고 고집한다면 이 사람은 근대인이다. 이들은 근대적인 합리성과 논리로 무장해 거짓과 진실을 구별해 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 근대정신은 우리를 고독하게 했고 전쟁만 남겼다. 위대한 칸트(Immanuel Kant, 1724년~1804년)조차 ‘사실’을 인식할 수 없었다. 그는 말했다. “물자체는 인식할 수 없다.” 그대여, 사실을 알 수 없는데 ‘거짓’이란 무엇인가? 거짓과 진실, 진실이 아니면 거짓말이라는 이 이분법은 지금도 망령처럼 우리 곁을 떠돈다.


  (...) "푸이스트라는 이름의 침팬지는 화해의 동작을 가지고 속임수를 쓰는 방법을 발달시켰다. 이 침팬지는 싸움에서 궁지에 몰리면 종종 싸움을 멈추고 팔을 천천히 앞으로 내민다. 상대방이 그런 모습을 화해의 뜻으로 알고 받아들이려 팔을 뻗으면, 푸이스트는 갑자기 상대방을 붙잡고 다시 공격을 시작한다. 이건 상대가 방심한 때를 이용하여 자기의 위기를 벗어나려는 전형적인 거짓말 수법이다. 이것을 ‘푸이스트법칙’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동물들도 그들만의 언어를 이용해 거짓말을 하는 거다.” (...)

(본문 p.7)


  이 프로이트식의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 혹은 영․미식의 이 다윈적 생물학은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라는 실천의 문제가 아니라 ‘거짓과 진실’이라는 진위(眞僞)의 개념 문제로 우리를 몰아간다.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거짓말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동시에 시작되었다(본문 p.80)”거나, “인간은 하루에 4번, 평생 8만 8천 번 거짓말을 한다(본문 p.80)”거나,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불신(不信)만 가득하게 될 것(본문 p.80)”이라는 식이다. 더 큰 문제는 ‘거짓과 진실’이라는 진위(眞僞)의 개념에 몰리게 되면 친구들이나 이웃이 아니라 나 자신마저 믿지 못하게 되고 스스로 속이고 스스로 고독해진다는 것이다. 


  (...) 그런데 난 알고 있었어. 백 점을 맞아도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백 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가면 잠시 그때뿐이었어. 지금까지 수십 번도 더 겪었으니 모를 수가 없지. 그러면서도 난 날 속였어. (...) 맞아. 내가 원한 게 아니었어. 내가 원한 거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거야. (...)

(본문 p.201~202)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진위 개념이 아니다. 푸이스트라는 침팬지가 거짓을 행하고 있는 것인가, 진실된 행동을 하고 있는가 식의 진위 개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침팬지가 화해할 것인지 공격할 것인지를 아는 것이다.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백점을 맞으려고 했는지 생각해보는 일이다.


  그대여, 삶이란 “각 개인에 내재한 추상물이 아니라 현실적인 관계의 총체”며 “지각이나 감성은 대상과 목적을 갖는 활동과 실천"이라는 마르크스(1818년~1883년)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진리는 진리와 허위의 기준일 뿐이며 진리는 없고 해석만 있다”는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년~1900년)의 말을 떠올려야 한다. ‘거짓’과 ‘진실’이라는 이분법을 너머 "내재태(virtiality)와 현실태(actuality)가 운동하는 카오스모스(Chaosmos)6)가 우리 세계"라는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년~1995년)의 말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그대는, ‘도라고 말하면 이미 도가 아니다’는(道可道也 非常道也) 노자(老子, BC 6세기경)와 ‘도는 만들어진다(道行之而成)’는 장자(莊子, BC 290년경)와 ‘색이 곧 공이며 공이 곧 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는 싯다르타(悉達多 喬達摩, BC 563년~BC 483년)의 관계론과 그 실천적 사유를 이해해야 한다. ‘거짓’과 ‘진실’이라는 개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실천적인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건 메티스칩이란다.” / “메티스 칩?” / “그래. 이걸 뇌에 이식하면 뇌 특정 부위를 자극하여 거짓말할 때 양심과 죄의식을 없애주고 완벽한 거짓말을 하도록 도와주지. 두뇌 훈련을 통해 자기 스스로 칩을 작동시킬 수 있게 만들어졌단다.” / 교장 선생님의 말에 눈이 휘둥거래졌다. / 양심과 죄의식을 없애 준다고? / 내가 물었다. / “그럼, 그걸 인식하면 거짓말 기계가 되는 건가요?” /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거짓말에 있어서만 그렇지.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아. 보통 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단다.(...) / “내가 꿈꾸는 세상을 뒤집을만한 거짓말은 머리로만 되는일이 아니야. 한두사람이 아닌 세상과 맞서기 하기에 도전 정신과 큰 용기가 필요하지. 너희들이 교장실을 침입한 사실을 알고는 바로 너희들이라고 생각했다. 이 수술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겼지." (...)

(본문 p.186)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거짓말을 만드는 ‘메티스칩’. 이 ‘메티스칩’은 성공과 출세, 부(富)의 창출이라는 계열과 연결되어 있다. “국가를 위하여(본문 p.20 외 다수)”, “외국에 나가 우리나라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줄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학교 선배(p.43 외 다수)”가 되기 위해, 혹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세금 많이 물리는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p.21)”이 되기 위해 ‘메티스칩’을 이식 받고 싶은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 그대는 어떤가? 이식을 받겠는가? 받지 않겠는가? 우리는 왜 그런 선택을 하는가? 이것이 더 중요하다.


  이 소설 <거짓말 학교>보다 더한 거짓말이 있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영화 <밀정(The Age of Shadows)>(한국 · 액션, 시대극, 스릴러 · 2016년 9월 7일 개봉 · 감독 : 김지운). 이 영화는 변절과 배신, 변절에 대한 변절, 배신에 대한 배신에 관한 영화다.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은 독립운동을 하는 의열단 단장 정채산(이병헌)을 잡아들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의열단 정채산(이병헌)과 김우진(공유)은 이정출(송강호)을 이용하기 위하여 거짓말을 한다. 이 책 <거짓말 학교>와 다르다면 영화 <밀정>에서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이 거짓말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이 영화를 거짓과 진실이라는 추상적 개념의 잣대로 바라본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대여, 우리는 영화 <밀정>에서 거짓말하는 자신에게 생명마저 맡겨버리는 정채산(이병헌), 김우진(공유)을 두고 이정출(송강호)이 하는 이 대사, “아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대체 나를 뭘 믿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어떻게 나올 줄 알고?”, 바로 이 말을 기억해야 한다. 그대여, 그대는 ‘거짓’과 ‘진실’이라는 추상적 개념의 층위를 부수고 해체하면서, 우리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에 대한 믿음’이며 실천적 층위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교장의 음모에 따라 학교를 떠나야 할지도 몰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만은 날 믿어주리라 믿어. / 나도 모르게 짧은 숨을 토해냈다. 진실학 선생님은 내가 알고 있는 그분이 맞다! 가슴이 너무 벅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것도 모자라 제자리에서 통통 뛰기까지 했다. 몰래 나온 것만 아니라면 소리라도 질렀을 것이다. 난 선생님을 믿었고, 선생님은 날 속이지 않았다. (...)

(본문 p.210)


  그래서 마침내 그대여, 이 책 <거짓말 학교>를 읽고 우리는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어야 한다. ‘거짓’인지 ‘진실’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 ‘나영이’, ‘아빠’, ‘엄마’, ‘교장’, ‘의사’, ‘친구들’을 믿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짓’과 ‘진실’이 아니라 ‘거짓과 진실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왜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왜 사실을 말하는지 아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왜'라는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


  1) 픽션(fiction) :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구성하는 것. '조작하다', '형성하다', '모방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fictio에서 유래했다. 허구라고도 한다. 있을 수 있는 가공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상상력에 의해서 진실인 것처럼 꾸며내는 이야기를 총칭하며, 주로 산문으로 된 소설을 가리킨다. 이에 반해 실제의 사실을 기록한 역사·전기는 논픽션(nonfiction)이라 하여 구별한다. 논픽션(Non-fiction)은 픽션이 아닌 것, 즉 사람이 상상해 창조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다큐멘터리,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또는 소설 등이 대표적인 논픽션에 속한다. 논픽션의 작가는 스스로가 자신이 알거나 믿는 사실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지만, 작가가 믿는 것과 현실과의 차이, 또는 잘못 알고 있던 사실로 말미암아 그 내용이 실제와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2) 의미(sense)와 무의미(non-sense)에 대해서는 <의미의 논리>(질 들뢰즈․한길사․1999년 | 원제 : Logique du sens, 1981년) 참조.


  3) 사실(事實, fact) :  일상적으로는 ‘실제로 발생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말하며, 철학에서는 자연계의 현상으로서 가치나 가상 등에 대비되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나 현상을 말한다. 근대적 경험론과 근대적 합리론에서는 인간은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독일 관념철학의 기초를 놓은 프로이센의 철학자인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년~1804년)는 대상에 대해서 우리의 경험과 인상 그리고 정신적 범주에 의해서 인식할 수는 있으나 그 자체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4) 진실(眞實, true) : 사실, 거짓이 아닌, 왜곡이나 은폐나 착오를 모두 배제했을 때에 밝혀지는 바를 말한다. "부분으로서의 사실. 그리고 진실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 진실의 후보로서 존재하는 것들은 여러 개가 있을 수 있지만, 엄밀한 의미의 진실은 하나 밖에 없다" 진실은 탐구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사실에 대한 사람의 평가(진위)를 따르기에 자주 신념이나 신의와 관련 지어진다. 그러한 의미의 진실은 칸트가 말하는 "권리 문제"이다. 사실과 진실은 인정이 필요하다. 재판소의 "사실 인정"에는 칸트가 말한 사실 문제의 인식뿐 아니라, 같은 권리 문제에 있어서의 인정을 수반한다. 권리 문제의 분류에서 진실에 대한 추정은 사람에 따라 인식(인정)이 다른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사실 문제의 분류에서, 1개라고 흔히 생각하는 것도, 뜻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일반적인 의미로는, 인식의 주체와 객체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현실은 주체에서 본 객체에 대한 시점의 문제이며, 실재는 주체로부터 분리된 객체로서의 존재이며, 현상은 주체가 인식한 객체이며, 또 존재는 현상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주체는 현상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 것을 존재로서 인식하지 못한다. 이러한 말을 칸트는 물자체로 가정했다.


  5) 진리(眞理, truth) : 사실이 분명하게 맞아 떨어지는 명제, 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불변적인 사실 혹은 참된 이치나 법칙을 뜻한다. 참, 진실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고 보편적인 것이라 해도, 그것이 항상 진리가 아닌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2700년 전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였고 바다 끝에 가면 떨어질 것으로 믿었다. 그 당시 그것이 진리며 참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진리가 아니었다. 따라서 모두가 인정한다 해도 그것이 진리가 될 수는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더 정확한 뜻은 사람의 생각, 지식, 견해 등에 상관없이 언제나 변함없는 정확한 사실을 진리라 말할 수 있다. 진리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여 철학, 논리학, 수학에서 다양한 개념으로 쓰인다. 진리는 철학, 특히 서양 철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다.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하며, 진리의 상대주의 주장하였다. 프로타고라스에 대항하여 플라톤은 현상은 현상 밖에 있는 불편하는 이데아를 본으로 한다는 이데아론을 주창하기에 이른다. 특히, 회의주의에 대항하여 의심할 수 없는 명제를 찾기 위하여, 데카르트는 분명하지 아니한 것들을 소거하여 가장 확실한 진리를 찾아 나서려고 하였고, 결국 ‘사고하는 나’ 가 가장 확실하다고 하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진화론의 등장으로 불편하는 진리에 대한 회의가 만연하게 되었으며, 미국에서는 고정된 진리는 없으며 유용한 것이 진리라는 실용주의가 발흥하였고,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6) 카오스모스(chaosmos) : 카오스(chaos, 비질서)와 코스모스(cosmos, 질서)의 합성어로 '비질서 속의 질서'를 의미하는 말이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는 비질서를 가진 카오스 상태의 세계가 코드 변환에 따라 질서적인 코스모스의 상태로 이동하는 것이 세계라 보았다. 이 이동은 코드 변환에 따라 하나의 환경에서 다른 환경으로의 이동이 일어나거나 또는 몇몇 환경이 서로 소통해 서로 다른 시간-공간이 운동할 때 일어난다.


 (...) 카오스로부터 <환경>과 <리듬>이 태어난다. (...) 카오스도 방향적 성분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혼돈 자체를 황홀하게 만든다. (...) 생물체에는 재료와 관련된 외부 환경이 있고, 구성 요소들과 구성된 실체들과 관련된 내부 환경이 있으며 나아가 막이나 경계와 관련된 매개환경, 에너지원이나 지각 행위와 관련된 합병된 환경이 있다. 그리고 모든 환경은 코드화되는데 코드는 주기적 반복에 의해 규정된다. 그러나 각각의 코드는 언제나 코드 변환이나 형질 도입 상태에 있다. 코드 변환 혹은 형질 도입은 어떤 환경이 다른 환경의 토대가 되거나 아니면 거꾸로 다른 환경 위에서 성립하거나 또는 다른 환경 위에서 소실되거나 구성되거나 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 환경이란 개념 자체가 통일적인 것이 아니다.

  생물체만이 끊임없이 하나의 환경으로부터 다른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들 또한 상호 이동을 반복하며 서로 소통하고 있다. 환경은 카오스에 열려 있으며 이 카오스는 환경을 소진시키거나 침입하려고 위협한다. 그러나 환경은 카오스에 맞게 반격에 나선다. 그것이 바로 리듬이다. 카오스와 리듬의 공통점은 “둘 사이(entre-deux)”, 즉 두 가지 환경 사이에 있는데서 찾을 수 있다. 이로부터 “카오스 리듬”, “카오스모스(Chaosmos)”가 나온다. ‘밤과 아침 사이’, 인공적으로 구축된 것과 자연적으로 싹튼 것 사이, 무기물이 유기물로, 식물이 동물로, 동물이 인류로 변이하는 사이. (...) 이 둘 사이에서 카오스는 리듬으로 바뀌는 것이다. (...)

  카오스가 필연적으로 리듬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리듬으로 변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카오스는 리듬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환경 중의 환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코드 변환에 따라 하나의 환경에서 다른 환경으로의 이동이 일어나거나 또는 몇몇 환경이 서로 소통해 서로 다른 시간-공간이 운동할 때 리듬이 생긴다. (...)

 

 - <천 개의 고원>(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새물결·2003년·원제 : Mille Plateaux: Capitalisme et Schizophrenie, 1980년) p.593~594









  





 

참고: 영화 『밀정(The Age of Shadows) 리뷰 보기

( http://www.epicurus.kr/Others_Review/403161 )



관련 강좌 :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 서대문구 토론리더 양성교육 · 보수과정> 커리큘럼 보기

( http://www.epicurus.kr/Notice_N/4027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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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허먼 멜빌의 『모비 딕(Moby Dick)』

    사흘동안 이슈메일(추방자)의 안내를 받아 대서양을 건너고, 희망봉을 너머, 보르네오를 지나, 태평양 페닝섬에 다녀왔다. 모로 누웠다가, 등으로 누웠다가, 배로 바꾸고, 등을 곧추세우거나, 새우처럼 구부러졌다가, 피쿼드호(미국 인디언 부족이름) 돛대처...
    Category리뷰 By이우 Reply0 Views1742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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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
    Nov 2015
    14:38

    [강의 후기] 동물원 밖에서, 한바탕 춤과 노래를!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정현 ? ? 올 해 가을은 예천 초입의 풍년휴게소에서 맞이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어린 강아지였던 백구가 네 살을 더 먹어 성견이 되었는데도, 일 년이 훌쩍 지나 나타난 우리를 여전히 기쁘게 반겨 줍니다. ‘생강나무 노란 싹이 ...
    Category강의후기 By정현 Reply0 Views1798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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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15
    Nov 2015
    01:43

    [강의 후기] 접시꽃 핀 마당 옆, 물든 느티나무 아래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이우 서울에서 예천까지 편도 250Km, 왕복 500Km. 2012년부터 4년 동안 매년 열 번 넘게 길 위에 머무렀으니 지금까지 5만Km 이상을 달렸습니다. 적도를 따라서 잰 지구의 둘레가 4만 76.6km이니 그 동안 적도를 따라 지구를 한바...
    Category강의후기 By이우 Reply1 Views2002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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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2
    May 2015
    22:23

    [영화 리뷰] 붉은 수수밭 : 온 몸으로 밀고 나아가라

    ? 2012년 노벨문학상은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중국작가 '모옌’이 수상했다. 그가 궁금했다. 중국의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인 계획생육을 정면으로 다룬 최근작 <개구리>를 읽었다. ‘모옌’을 만나면서 1988년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영화 <붉은 수수...
    Category기타 By정현 Reply0 Views2312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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