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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밀정(The Age of Shadows)

by 이우 posted Sep 20, 2016 Views 98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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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정(The Age of Shadows)>(한국 · 액션, 시대극, 스릴러 · 2016년 9월 7일 개봉 · 감독 : 김지운)



  ‘그저 한 세상’이라며 이런저런 장식장에 이것저것 진열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 이 영화 <밀정>( 한국 · 액션, 시대극, 스릴러 · 2016년 9월 7일 개봉 · 감독 : 김지운)은 그대에게 과거를 회상하게 하고 합리화하게 하고, 죄를 고백하게 하지만 속죄 받으려는 사변에 불과할 테니까. 백펙(backpack, 배낭, 등짐)을 메고 떠나고 싶은가? 당신은 이 영화를 봐야 한다. 세상이 '낡은 잡지(magazine, 雜誌)처럼 통속'한다며 술잔을 들고 있는가? 그대도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있다. 세계에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는가? 세계를 바꾸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반드시 이 영화를 봐야 한다. 변절과 배신, 변절에 대한 변절, 배신에 대한 배신에 관한 영화이니까. 왜 그들이 변절하는지, 그들이 왜 배신하는지, 변절하고 배신한 그들을 어떻게 다시 변절하게 하고 배신하게 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니까....

  엔터미디어 <‘밀정’, 창피를 모르는 친일파의 궤변 잠재운 깊은 울림>을 쓴 황진미의 글처럼, 이 영화 <밀정>은 “변절과 전향을 통해 경계를 넘나들던 인물의 흔들림에 관한 영화”다. ‘그’는 ‘다음에 만났을 땐 내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맞다. 매순간 흔들리는 ‘그’는 자신조차 어디에 서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는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 그의 '기관 없는 몸체'에는 사회의 이러저러한 기표(signifiant)가 등록되어 있고, 바로 그 줄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꼭두각시, 혹은 망상조직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르며, 어떻게 변할지 알지 못한다. 일본 경찰 하시모토(엄태구)가 그렇고, 의열단 자금책 조회령(신성록)이 그랬으며, 반가사유상을 사들이는 장사치가 그랬다.

  그랬다. 이들의 자양분은 절망과 좌절, 포기, 클래스(Class, 계급)와 지위(Status)를 올리고 싶은 ‘자아실현’이라는 주체적 기표(signifiant)다. “삼일운동 이후 잔혹한 탄압을 겪고, 문화 통치라는 유화책을 접하게 된 조선인들에게 조선독립의 가능성은 점점 멀게 느껴지고, 일제의 문화통치가 열어준 기회를 통해 자아실현을 꾀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문화통치 시절 조선인이라도 경찰이나 교사로 채용되는 일이 늘었는데, 여기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다수 나타났다.”1) “너는 조선이 독립할 것 같냐?” 그들은 절망과 좌절, 포기를 밑천으로 삼고, 그저 한 세상 잘 살아보자며 클래스(Class, 계급)와 지위(Status)를 쌓아 올린다. 그래서 그들은, 변절하고 배신한다. ‘자아실현’, ‘성공’, ‘출세’의 줄에 매달린 나무 인형, 꼭두각시....

  이건 과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이야기다. 팔과 다리를, 당신의 몸체를 매달고 있는 이 줄은 강력하지만, 고독하고 죄의 흔적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우리는 백펙을 짊어지고 길을 나서거나, 그저 '낡은 잡지(magazine, 雜誌)처럼 통속'하거나, 해가 진 거리의 선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거나, 속죄하거나 구원을 기다린다. 데카당스(decadence, 퇴페주의, 유미주의) · 옵티미즘(optimism, 낙천주의) · 니힐리즘(nihilism, 허무주의)이라는 허무의 세 형식 안에 그들은 등록되어 있다. 우리는 이 줄을 끊어낼 수 있을까?

  있다. 이 영화는 ‘참 가벼운 김장옥(박희순)의 발가락’을 당신에게 보여준다. 당신 앞에 의열단 단장 정채산(이병헌)을 내어놓고, 정채산(이병헌)은 ‘회중시계’를 당신에게 내어주고, 김우진(공유)은 자신의 생명을 당신에게 맡긴다. 이정출(송강호)은 어이가 없다. ‘아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대체 나를 뭘 믿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어떻게 나올 줄 알고?’ 이제 선택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남는다. 이정출(송강호)처럼 다시 변절해 폭탄을 나르거나, 한 번의 변절과 배신에 충성하는 또 다른 일본 경찰 하시모토(엄태구)가 되거나.... 

  이도저도 아닌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가? 그러나 이건 당신이 선택할 수 없다. 선택은 매 순간 매 시각 당신에게 다가서며, 선택하라고 강요하니까.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출세, 성공, 자아실현? 혹은 그 모든 사회적 기표를 무너뜨리는 우정과 믿음과 사랑? 우정과 믿음과 사랑을 선택한다면, 당신은 이정출(송강호)이 되어 폭탄을 날라야 하고, 출세와 성공, 자아실현을 선택한다면, ‘김장옥(박희순)의 발가락’, ‘정채산(이병헌)의 회중시계’, 당신에게 준 ‘김우진(공유)의 생명’을 버려야 한다. 꼭두각시들, 망상조직을 가진 자들의 운명이다.

  이 흔들림, 이 절벽의 끝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의열단 단장 정채산(이병헌)과 리더 김우진(공유)이다. 이 기획(plan)은 출세, 성공, 자아실현이라는 사회적 기표에 반하는 정념을 무기로 삼는다. 이 접속구(接續口, conjunction)2)는 그들을 흔들고, 절벽 끝으로 몰아가고, 선택의 극단까지 밀어부친다. "대체 뭘 믿고?" 어이없어 하며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은 의열단을 대신해 폭탄을 나른다. "욕망적 생산의 흐름-절단들은 자신을 하나의 신화적 장소에 투사되게 하지 않으며, 욕망의 기호들은 자신을 하나의 기표 속에 외삽되게 하지 않으며, 횡단하면서 아무런 질적 대립도 생기게 하지 않는다. 이런 전환 속에는 도처에 변절의 죄책감 대신 꽃들의 결백이 있다."3)

  세계에 분노하고 있는가? 세계에 좌절하고 있는가? 세계를 바꾸고 싶은가? 그렇다면, 욕망의 기호들을 절단하고 연결하라. 접속구를 만들어라. ‘발가락’을 떼어주고 ‘회중시계’를 주어라. 이런 ‘나’를 슬퍼하거나 의심하지 말라. 잘 하면 정채산(이병헌)처럼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기껏해야 김우진(공유)처럼 창틈 사이로 들어온 따뜻한 햇볕 아래 누워 있을 테니까, 누군가 창살 사이로 소식을 전해줄 테니까....


................

  1)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황진미의 평론 <‘밀정’, 창피를 모르는 친일파의 궤변 잠재운 깊은 울림> 중에서.

  2) 접속구(接續口, conjunction)
   ① (철학) 탈영토화의 첩점(尖點). 들뢰즈가 사용한 용어로 영토화 혹은 재영토화와 탈영토화 사이를 이어주는 입구(入口), 혹은 비상구(非常口)를 뜻한다. 접속구를 지나갈 때 새로운 의미가 생성된다.
  ② (언어학) 접속사. 이음씨·잇씨라고도 한다. 앞에 오는 단어나 구, 문장을 받아서 뒤에 오는 단어·구·문장과 접속시키는 역할을 하며, 자립어로서는 활용되지 않는다. 최현배는 접속사를 한 품사로 보지 않고 문장부사(이음 어찌씨)로 처리했으며, 이희승은 단어·구·문장들의 접속기능에 주목해 접속사를 한 품사로 인정했다. 1963년 문교부에서 제정한 '학교문법통일안'에는 접속사가 품사로 인정되지 않았다. 접속부사로서는 중복(그리고, 그러자, 따라서, 즉, 또, 및)·선택(또는, 혹은)·대립(그러나, 하지만, 그런데, 다만)·가정(그러면, 하더라도)·원인(그러므로, 그러니까, 그러니)·전제(그래야, 그런즉, 그럴 망정) 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③ (논리학) 연언 또는 합접이라고도 한다. 기본적인 논리결합자의 하나인데, 「또한」을 의미한다. 2개의 명제(또는 논리식) A와 B의 논리곱이 참이 되는 것은, A와 B가 모두 참일 때 또한 그 때에 한한다. 논리곱의 표를 아래에 들어둔다(T는 참, F는 거짓을 나타낸다). A와 B의 논리곱을 AΛB 또는 A&B등으로 나타낸다.
  ④ (정보통신) 컴퓨터와 주변 장치를 연결하는 데 사용되는 부분. 중앙 처리 장치(CPU)와 주변 장치의 연결 부분으로서 대개 소켓이나 플러그 등의 형태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개인용 컴퓨터에는 하나 이상의 직렬 접속구(포트)와 1개의 병렬 접속구(포트)가 제공된다. 직렬 접속구는 모뎀과 같은 주변 장치로 한 번에 1 비트씩 전송하는 직렬 전송을 지원하며, 병렬 접속구는 인쇄기와 같은 주변 장치로 한 번에 여러 비트씩 전송할 수 있는 병렬 전송을 지원한다.
  ⑤ (천문학) 2개 이상의 천체가 겹쳐보이는 현상. 달은 신월일 때 태양과 합을 이루며, 이때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가기 때문에 지구를 향한 면이 어둡게 보인다. 수성·금성 같은 내행성(지구의 공전 궤도보다 안쪽에 있는 행성)들은 태양과 2종류의 합을 이룬다. 내행성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날 때 내합을 형성하며, 그 사이에 정확히 위치하여 태양면을 지나는 것처럼 보일 때를 자오선 통과라고 한다. 지구와 내행성이 태양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반대방향에 위치하여 3개의 천체가 거의 일직선이 될 때를 외합이라고 한다. 지구궤도 바깥에 있는 외행성들은 태양과 외합만을 형성한다. 점성술에서는 행성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합을 중요하게 다룬다.

  3) 『안티 오이디푸스』(질 들뢰즈 · 펠릭스 가타리 · 민음사 · 2014년  · 원제 : L’Anti-Edipe: Capitalisme et schizophrenie, 1972년) <2장 정신분석과 가족주의-성가족(聖家族)>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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