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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프린들 주지 마세요 : 『프린들 주세요』(앤드류 클레먼츠 · 사계절 ·2001년 ·원제 : Frindle)

by 이우 posted Sep 01, 2016 Views 986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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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닉은 아이디어 박사”, 다시 말해, 잔머리 대마왕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다시 말해, 기발한 잔머리로 “따분한 수업을 재미있게 만들고” “선생님에게 엉뚱한 질문을 해서 수업 시간을 축내곤” 한다. “닉은 만만찮은 적수”를 만난다. “바로 그레인저 선생님. 국어를 담당한 그레인져 선생님은 쉴 틈 없이 수업을 진행하고, 숙제도 어마어마하게 내”준다. 이 “선생님에게 닉의 수업 끌기 수법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던 “닉은 말은 바로 우리가 만드는 거라는 그레인저 선생님의 말에 기막힌 아이디어 폭탄”, 다시 말해 잔머리 폭탄을 “터뜨린다”. “펜을 ’프린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은 이 말을 좋아해서 삽시간에 퍼”진다. “그레인저 선생님은 노발대발하면서 닉에게 그 말을 쓰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닉도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이 이 말을 너무 좋아해서 도무지 막을 수가 없”다. “결국 닉은 신문과 방송에까지 나가게 되고, 나중에는 온 나라가 이 말 때문에 들썩거”린다. 이건, 이 책 뒷표지의 소개글을 살짝 비튼 것이다.


  그 뒷이야기는 이렇다. 기업에서는 ’프린들‘이라는 이름의 상표명으로 펜과 티셔츠, 선글라스, 지우개, 공책, 메모지 등 수십 가지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닉과 상표권 계약을 맺는다. 10년 뒤 닉은 대학교 3학년이 되고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다. 부모님 여행을 시켜드리고, 형에게 대학등록금을 주고, 최신형 컴퓨터를 사고, 백만 달러를 장학금으로 기부한다. 여기에 작가 앤드류 클레먼츠는, 닉을 위해 악역을 마다하지 않는 그레인저 선생, "창의력 풍부한 한 아이를 교실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훌륭하게 성장시키는" 고귀한 그레인저 선생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출판사의 책 소개는 이렇다.


   ... 아이디어가 기발한 소년 닉이 '펜'이란 말 대신 '프린들'(Frindle)이라는 말을 쓰면서 국어를 담당한 그레인저 선생님과 유쾌한 '언어 전쟁'을 벌인다. 단어는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앤드루 클레먼츠는 한 학생에게 이런 질문을 받고,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 만약 어떤 아이가 펜을 자기 혼자 '프린들'이라고 부르기로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총명한 학생들이 고리타분한 교실에서 배운 생각을 받아들여 그것을 세상 속에서 실제로 실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회인 거야" 그레인저 선생님은 겉으로는 노발대발하면서 프린들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닉과 맞서 싸우지만, 실제로는 프린들이라는 말이 퍼져나가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다. 언어와 문법, 규율, 전통은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열려 있다는 것과, 학문은 창조적인 생각에 의해 성장한다는 것을 닉과 그레인저 선생의 전쟁을 통해 보여준다. 창의력 풍부한 한 아이를 교실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훌륭하게 성장시키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푸근하다. ...


  그러나 잘 읽어보면 ‘그레인저 선생님과 닉의 전쟁 이야기’이고, 잘 읽어보면 ‘언어와 문법, 규율, 전통’이 열려 있지만 ‘닉’에게만 열리고, 잘 읽어보면 ‘창조적인 생각에 의해 성장’하는 것은 ‘학문’이 아니라 ‘시장(市場)’이다. 왜 그럴까?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텍스트의 의미란 텍스트 밖에 있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언어의 의미는 환경·문맥·상황·사용·실천에 따라 달라지고, 들뢰즈와 가타리의 말처럼 책을 통해 읽게 되는 모든 텍스트는 책이 외부와 만나서 이루어지는 주름이다. 다시 말해, 닉이 '펜'이란 말 대신 '프린들’이라는 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어는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열려 있다’는 '언어의 자의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문제다.


  이 책의 ‘환경·문맥·상황·사용과 실천’은 어떤가? 재미로, 혹은 선생님을 놀리기 위해 '펜'이란 말 대신 '프린들’이라는 말을 만든 닉이 백만장자가 되는 이야기... ‘환경·문맥·상황·사용과 실천’이 시장(市場)이 되는 순간, ‘교육’은 ‘마케팅’으로, ‘아이디어’는 ‘잔머리'로, ‘언어’는 ‘상표’로, ‘창의력’은 ‘상술’이 된다. 우리는 잘 안다. 우리 시장에 내용에 맞지 않는 과대 표현(과대 광고, 헤아릴 수도 없는 상표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닉’이 있는지! 환경·문맥·상황·사용·실천과 상관 없이 '펜'이란 말 대신 ‘프린들'(Frindle)’이라는 말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창의력’이라면, 언어를 배우지 못한 유아들의 언어는 모두 창의적인 언어일까? 언어의 의미는 환경·문맥·상황·사용과 실천에 따라 달라진다. 


  책이 어느 주체의 것이 되는 순간 우리는 외부성을 무시하게 된다. 이 책은 ‘닉’이란 인물을 ‘재미있는 아이’로, 그레인저 선생을 ‘고귀한 선생’으로, 아이들을 ‘좋은 친구’로, 닉의 부모를 ‘훌륭한 부모’로, 신문과 방송을 ‘공정한 미디어’로 주체화하고, ‘언어는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열려 있다’는 학문적 지식으로 독자를 현혹해 주체화시키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게 막는다. 그러면서 '언어의 자의성'은 주체인 ‘닉’에게만 열리고 친구들은 ‘프린들’에 공명하면서 후-기표작용을 할 뿐이다. 친구들은 ‘창의력’이 없는 걸까? ‘창의력’이 있어 저마다 ‘프린고', '프린다’, ‘프라다’ 하면 어떨까? 그래선 안된다. 그래서 닉, 혹은 작가는 전제군주적 기표를 행사한다. ‘존 피트’, ‘데이브’, ‘크리스’, ‘자넷’, ‘닉’.... 여섯 명의 비밀 요원이 탄생하고 이 아이들은 오른 손을 들고 맹세한다. “나는 오늘부터 영원히 펜이라는 말을 쓰지 않겠다. 그 대신 프린들이란 말을 쓸 것이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한다.(p.63)” ‘언어와 문법, 규율, 전통이 열려 있다’고 하면서 이렇게 이들 스스로 닫아버린다. 자율과 자유라는 가면을 쓴 이 기막힌 전제군주적 기표....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펜'이 '프린들'이 되는 것은 닉이 '프린들'이라고 이름했기 때문이 아니라 친구들이, 이웃들이 '프린들'이라고 불러 주었기 때문이다. 닉이 '펜'을 '프린들'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줄 수 있듯이 친구들, 이웃들도 제각각 ‘프린고', '프린다’, ‘프라다’라고 부를 수 있다. 이것을 금지하거나 강요하거나 억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전제군주적 기표는 자신이 '프린들'이라 부르는 것은 허용하면서 친구들이, 이웃들이  ‘프린고', '프린다’, ‘프라다’라고 명명하는 것은 금지한다. 기표작용적 기호계 안에서의 이유는 선생님을 놀리기 위해서다. 후-기표작용적 기호계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상표권). '프린들'이라고 불러준 사람들은 친구들, 이웃들인데 닉과 심지어 친구들과 이웃들마저 닉이 '프린들'이라고 이름했기 때문에 '프린들'이 되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닉은 부자가 되고 친구들 · 이웃들은 등록금이 없거나 여행갈 돈이 없다.


  지금까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은 늘 이런 식이었다. 사용자와 고용자와의 관계를 잘 생각해 보라. 제3세계 아이들과 거대 자본과의 관계들을 잘 생각해 보라. 땅을 딛고 살고있고, 살아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친구들 · 이웃들인데 땅의 주인은 신(God)이라는 이 중세적인 초월론, 친구들 · 이웃들과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외쳐대는 이 근대적인 코키토(cogito), 이 관념적인 주체들이 생산하는 배타적 · 제한적 · 배제적인 경쟁 시스템.... 혹자가 말하는 경제민주화, 혹자가 말하는 사회적 경제, 혹은 복지국가, 다시 혹은 사민주의(Social Democracy)는 무엇인가.


  우려할 만한 것은 이런 왜곡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며, 더 위험한 것은 언표 주체(작가 앤드류 클레먼츠)나 언표 행위의 주체(닉과 친구들, 이웃들) 스스로도 모른다는 것이다. ‘언어’, 혹은 ‘국어’라는 교과목, 혹은 교육 전체는 물론, 스승의 존경심, 심지어 아이들의 즐거움마저 시장(市場)에 투여하고 있지만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시장 거래를 위해 아이들이 길러지고 상인이 되기 위해 창의력 교육이 행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교육을 시장 거래 속에 밀어 넣을 수 있으며 이런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기표의 후-기표작용이니까. 우리는 잘 안다. 그 동안 우리를 속이고, 힘들게 하고, 헛갈리게 한 것이 바로 이런 기표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프린들’을 주면 안 된다. 주어야 한다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라. 이 기표 아래에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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