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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몸의 일기』 Vs 『채식주의자』

by 이우 posted Aug 28, 2016 Views 931 Replies 0

○ 『몸의 일기』(다니엘 페나크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 원제 : Journal d'un corps, 2012년)

 『채식주의자』(한강 · 창비 · 2007년 · 영문판 : The Vegetarian)


몸의일기_채식주의자.jpg


   세계는 몸체(corps)로 존재합니다. 몸체에 관한 두 개의 소설, <몸의 일기>(다니엘 페나크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 원제 : Journal d'un corps, 2012년)와 <채식주의자>(한강 · 창비 · 2007년 · 영문판 : The Vegetarian)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강의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는 이 몸체가 상처-욕망-죽음이라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혹은 영·미 심리주의적인 선(線), '죄의식'이라는 서양종교적인 선(線)을 따라 전개되면서 몸체의 죽음(거식증)으로 향합니다. 다니엘 페나크의 장편소설 <몸의 일기>는 욕망이 긍정되면서 몸체가 생산과 약동의 선(線)을 따라 내달리며 몸체의 소멸을 긍정합니다. 태어남(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 있는 이 두 개의 선(線).... 각각의 선택된 선(線)들은 우리들 삶의 평면(Plate)을 건설합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허무와 죄의식, 정신분열이라는 '구성의 판', 혹은 '조직의 판' 위에 있다면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는 건강함과 생성과 약동이라는 '조성의 판', 혹은 '내재성의 평면' 위에 있습니다. 삶이란 태어남(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 우리는 구성의 판·조직의 판 위에서 허무와 죄의식, 정신분열의 선(線)을 따라갈 수도 있으며, 조성의 판, 혹은 내재성의 평면 위에서 건강함과 생성, 약동의 선(線)을 따라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건설할, 혹은 건설해야 할 삶의 평면(plate)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욕망이 얼마나 단순한지 아십니까? 자다는 욕망입니다. 산책하다도 욕망이고요. 음악을 듣다, 아니면 음악을 연주하다, 아니면 글을 쓰다, 이 모두가 욕망입니다. 어느 봄과 겨울도 욕망이지요. 노년 역시 욕망입니다. 심지어 죽음도. 욕망은 해석할 필요가 전혀 없고 단지 경험하기만 하면 됩니다. 사람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들로 우리를 반박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쾌락의 낡은 숭배, 쾌락 원칙, 또는 축제의 발상(혁명은 축제가 될 것이다……)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고들 말하지요. 그리고서 내적인 문제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외적인 문제로 인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잠을 못 자는 사람들, 잠을 잘 만한 능력도 시간도 없는 사람들, 또는 음악을 감상할 시간이나 소양이 없는 사람들, 산책할 권한도 없고, 병원 밖에서는 병적인 긴장에 빠지지도 못하는 사람들, 또는 끔찍한 늙음이나 죽음에 충격을 받는 사람들, 한마디로 고통 받는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반론으로 내세우면서, “정말 이런 사람들에게 아무 ‘결핍’도 없다는 말입니까?”라고 우리한테 질문을 던집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반론의 압권은, 우리가 욕망을 결핍과 법칙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오직 자연 상태만을, 저절로 생겨나 자연 상태로 있는 실재로서의 욕망만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정반대로, 오로지 배치되거나 꾸며진 욕망만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해 왔는데도 말입니다. 한마디로 여러분은 어떤 규정된 배치 밖에 있는 욕망, 즉 이미 존재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구축되어야만 하는 어떤 판 위에 있는 욕망을 파악하거나 납득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여하간 단체이건 개체이건 각각이 나름의 삶과 기획을 이루는 터전, 곧 내재성의 판을 구축하는 것―이것이야말로 유일하게 중요한 일입니다. 이러한 여건 밖으로 나가면, 여러분은 실제로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말해서 욕망을 가능하게 만드는 여건을 결핍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 형태의 조직들, 또 여러 주체의 형성들(다른 판)은 욕망을 ‘무력하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것들이 욕망을 법에 복종시키고, 결핍을 욕망에 끌어들이기 때문이죠.


  만일 여러분이 누군가를 구속하고서, 그 사람한테 “이봐 친구, 네 생각을 말해봐”라고 한다면, 이 경우에 들을 수 있는 대답은 구속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 전부일 것입니다. 아마도 욕망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자발성이라면, 이 상황이 보여주듯 억압, 착취, 예속, 복종을 당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겠죠. 그러나 비-의지(non-vouloir)들로 욕망을 이룬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예속되고 싶지 않다는 명제는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죠. 반면에 모든 배치는 욕망을 가능하게 만드는 판, 욕망을 가능하게 만듦으로 욕망을 실행하는 그 판을 구축하면서, 욕망을 나타내고 일으킵니다. 욕망은 특권자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일단 혁명이 일어나 성공했을 때에만 나타나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요. 욕망 그 자체에 내재적인 혁명의 과정이 있으니까요. 욕망은 구성주의의 산물이지, 절대로 자연혁명론의 산물이 아닙니다. 모든 배치가 집단을 이루는 이상, 욕망 그 자체도 하나의 집단이고, 그런 면에서 모든 욕망은 민중의 관심사, 즉 대중의 문제이고 분자의 문제라는 것은 정말 맞는 말입니다."


- <디알로그>*(질 들뢰즈 · 동문선 · 2005년 · 원제 : Dialogues) 중에서




.............

  *<디알로그> :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가 프랑스에 라디오 방송에 나와 대담한 내용을 모아놓은 책이다.  들뢰즈가 클레르 파르네와 주고 받는 대담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들뢰즈의 개념과 방법론을 탁월하게 설명하면서 구속된 삶을 해방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사유법을 보여준다. 특히 들뢰즈는 자신의 다양체 이론을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철학적 배경과 관계, 발전과 전개, 그리고 저작을 관통하는 주요한 중심 주제를 알기 쉽게 기술하고 있다.












왈책 6월 독서토론 『몸의 일기』 Vs 『채식주의자』 회보 보기

( http://www.epicurus.kr/Group_Walchaek/396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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