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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허먼 멜빌의 『모비 딕(Moby Dick)』

by 이우 posted Mar 27, 2016 Views 1572 Replies 0
모비딕_s.jpg


  사흘동안 이슈메일(추방자)의 안내를 받아 대서양을 건너고, 희망봉을 너머, 보르네오를 지나, 태평양 페닝섬에 다녀왔다. 모로 누웠다가, 등으로 누웠다가, 배로 바꾸고, 등을 곧추세우거나, 새우처럼 구부러졌다가, 피쿼드호(미국 인디언 부족이름) 돛대처럼 생긴 옥탑을 서성거렸다. 붉은 새벽달이 세 번이나 걸렸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이 기묘하고 복잡한 사태**는 무엇인가?

  <모비 딕>(허먼 멜빌 · 작가정신 · 2011년· 원제 : Moby Dick, 1851년) 전체는 되기에 대한 최고 걸작의 하나이다.* 에이허브 선장은 저항하기 어려운 고래-되기를 갖고 있지만 이 고래-되기는 무리나 떼를 피해 <유일자>, <리바이어든>인 모비 딕과의 괴물 같은 결연으로 직접 나아간다.* 공격적이고 편집증적인 에이해브(폭악한 왕), 온몸에 문신을 새긴 작살잡이 야만인 퀴퀘그, 긴급한 위기에 처했을 때도 명랑하고 신중하고 냉정하고 차분하지만 줄담배를 태우는 스터브, 모반을 꿈꾸며 머스킷총을 만지는 스타벅, 고래를 쫓는 일마저 일종의 장난이었던 경외심 없는 플래스크, 뱀처럼 유연한 갈색 근육을 가진 타슈테고, 평생을 방랑자로 살면서 사소한 외적 속성마저 모두 떨어져 나간 목수, 굵고 튼튼한 작살을 만드는 대장장이 퍼스, 거대한 몸집에 피부가 석탄처럼 새까만 ‘고릴 달린 볼트’ 다구, 산 자인지 죽은 자인지 헷갈리는 핍, 낸티컷 출신 선원1과 선원2, 네덜란드·프랑스·아이슬란드·몰타·시칠리아·중국·영국·맨섬·스페인 출신의 이러저런 선원들, 에이해브의 보트를 젓는 호랑이처럼 누런 피부를 가진 이름 모를 다섯 명의 선원들.... 모두 섬처럼 고립된 이 외톨이들, 이 특이자(an-omalie)들은 이상한 결연 속으로 나아간다. 

  균등한 것, 꺼칠거칠한 것, 우툴투둘함, 탈영토화의 첩점, 특이자(an-omalie). 진저리나고 권태로운 '인간 중심의 사회'에서 멀리 떨어진 '피쿼드호'의 이 특이자들은 무리의 가장자리에 있으면서 패거리 안에 있는지, 패거리 바깥에 있는지, 또는 패거리의 움직이는 경계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무리에게 전염되고, 무리를 전염시키면서 예외자 '모비 딕(Moby Dick)*'을 만나 결연했다*. 동물-되기, 지각불가능하게-되기, 강렬하게-되기. 그러나 이 특이자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


   ... 보라. 저 세 개의 돛대 꼭대기에는 지금도 세 사람이 올라가서 더 많은 고래를 찾는데 열중해 있다. 고래가 잡히면 낡은 떡갈나무 가구가 또 더러워질 것은 뻔하고, 적어도 어딘가에 기름 한 방울은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 자주 있는 일이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96시간 동안이나 계속된 중노동이 끝났을 때, 온종일 적도에서 노를 저어 손목이 퉁퉁 부어오른 상태로 보트에서 배로 올라와 잠시 쉴 새도 없이 거대한 체인을 운반하고, 무거운 양묘기를 들어 올리고, 고래를 자르고 난도질하고, 적도의 태양과 적도의 기름솥이 합세하여 내뿜는 열기 때문에 다시 그을리고 태워지는 고역을 당할 때, 그리고 이 작업이 끝나자마자 마지막으로 분발하여 배를 얼룩 한 점 없이 깨끗한 낙농실처럼 청소하고, 깨끗한 작업복의 목단추를 막 채우고 있을 때, 갑자기 '고래가 물을 뿜는다!'하고 외침 소리가 들리면 가엾은 선원들은 깜짝 놀라 당장 또 다른 고래와 싸우러 달려가서, 진저리나는 그 일을 처음부터 다시 되풀이할 때가 많다. 오! 친구들이여. 이것은 정말 사람 죽이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 ...
(본문 p.516)


  그런가? 그렇다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이 권태롭고 진저리쳐지는 삶을 떠나고 싶지만, 떠나고 나면 끝내 돌아오지 못하는 것인가? 그런가? 삶이란 그저 멈칫거리거나 주절거리기나 하는 것일까? 그런가? 우리는 강렬하게 살지 못하는 걸까? 돌아오지 못했던 <모비 딕>의 특이자들을 돌아오게 할 수는 없을까?


  ...‘-되기’는 인간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며 무리를 이루는 것은 동물-되기를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구의 지배자가 아니고 혼자도 아니다. “떼, 패거리, 떼거리, 개체군 등은 열등한 사회적 형태가 아니다. 그것들은 변용태요 역량이요 역행이며, 인간이 동물과 더불어 행하는 생성 못지않게 강력한 생성 안에서 모든 동물을 포착한다.” 그러나 우리의 무리는 채식주의의 이념을 전파하기 위한 결사체와는 다를 것이다. 책의 저자들은 생식계통과 무관한 전염이 바로 자연이라고 역설하며 이렇게 말했다. “패거리들은 모두 전염, 전염병, 전쟁터, 파국과 더불어 증식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재생산하지 않지만 그러나 매번 다시 시작하면서 영토를 얻어가는 성적 결합에서 태어난 그 자체로는 생식능력이 없는 잡종들과 같다. 반자연적인 관여들, 반자연적 결혼들은 모든 왕국을 가로지르는 참된 <자연>이다. 전염병이나 전염에 의한 전파는 유전에 의한 계통 관계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이 과정은 리좀을 형성하며 생산이 아니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가치가 생성되기 위해서는 더 큰 차이가 필요하다. 그리고 차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리가 요구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들뢰즈·가타리 <천 개의 고원> p.462)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하나의 개체는 외연(extension)과 이해(comprehension) 속에서는 하나의 종으로 규정되는 '동일자'이지만 내포(intension) 속에서는 선들과 차원들이 달라지는 '특이자'들이다. 소설 <모비 딕>이 말하는 것이 그것이다. '진저리나는 그 일을 처음부터 다시 되풀이하는 사람 죽이는 일을 하는 선원'이나 '힘든 일을 삶'이라고 믿는 대장장이'는 외연 혹은 이해. 모비딕의 등에 묶이는 퀴퀘그나 모비 딕에게 작살을 던지는 에이해브는 내포의 선 혹은 차원, 모비 딕을 만나기 전의 에이해브는 외연과 이해 속에서 규정되는 '동일자', 모비 딕과 함께 있는 에이해브는 내포 속에서 차원으로 규정되는 '특이자', 모비 딕을 만나기 전의 에이해브는 '동일자', 모비 딕과 함께 있는 '에이허브'는 특이자. 당신이 혼자 있으면 여기, 모비딕과 있으면 저기.....  그러니, 우리는 전염하고 전염되어야 한다. 그러나, 고래처럼 어떤 계절에도 그대 자신의 체온을 유지하라**. 체온을 유지하면서 당신이 노려라. ** 배는 넋을 잃은 듯 나른하게 흔들리고 졸음과 함께 무역풍이 불어오지만, 가정에서 일어난 불행, 파산한 증권 회사, 주가 폭락 등의 소식을 듣지 못하는** 돛대 꼭대기 망꾼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물줄기다! 고래가 물을 뿜고 있다! 눈 덮인 산처럼 하얀 혹이다! 모비 딕이다!”**



.....................
*<천 개의 고원>(질 들뢰즈와 패릭스 가타리. 새물결. 2003년)
**<모비 딕> : 허먼 멜빌의 장편소설(작가정신 · 2011년· 원제 : Moby Dick, 1851년). '모비 딕(Moby Dick)'은 당시 선원들이 사용했던 비속어였다. Moby는 '거대한', Dick은 '놈'이라는 뜻으로 '큰 생식기를 가진 남자'라는 의미로, 현재는 남을 흠집내고 욕보이는 말(욕설, 辱說)로 사용하며, 점잖지 못하거나 쌍스런 표현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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