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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밴드 웨건, 이지성_ <리딩으로 리드하라>

by 이우 posted Sep 29, 2011 Views 7083 Replies 0

 

책_리딩으로리드하라.jpg

 

  이지성. 그는 전혀 인문적이지 않다. 책의 부제부터 그렇다.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지배는 피지배를 전제로 하는 말이다. 0.1퍼센트가 세상을 지배한다면, 99.9퍼센트는 피지배자다. 그런데 그는 '인문고전을 읽어 세상의 99.9퍼센트를 지배하라' 말하고 있다. 인문학은 라틴어의 ‘후마니타스(humanitas)’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언어/문학/철학/역사/학예 등 인간과 인류문화에 관한 정신과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만, 어원대로 해석하자면 ‘인간다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인간다움’을 이용해 세상을 지배하라고 외치는 이지성은 인간다움을 이용해 가장 인간답지 않은 사회--99.9퍼센트를 지배하는 0.1퍼센트--를 만들려는 것일까.

 

 

  이지성. 유행에 따라 책을 쓰고 독자를 현혹하는 밴드웨건*이다.  인문학이 유행한다고 하니 악대차(樂隊車)를 만들었다. <개인, 가문,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인문고전 독서의 힘>,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에게 금지된 것>, <역사 속 초강대국들이 쉬쉬해온 비장의 무기>, <법조인 130명 vs. 전과자 96명>, <자본주의 시스템의 승자가 되는 법>, <런던 빈민가 접시닦이, 세계 금융의 황제가 되다>,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 우리는 잘 안다.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가 되기 위해 인문고전을 읽는 것이 아니고, 설령 인문고전을 읽는다고 해서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마치 상품을 팔기 위해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것처럼 '비장한 무기', '승자', '황제', '지배', '천재' 등의 원색적인 단어를 배열하며 이지성은 호객을 하고 있다.

 


  밴드웨건답게, 소리만 클 뿐 내용이 없다. 플라톤, 존 스튜어트 밀, 아리스토텔레스, 존 로크, 데카르트, 애덤 스미스, 케인스…. 그가 인문고전이라 떠올리는 것들은 이미 논리적으로 오류라고 판단되었거나 근대철학의 한계점을 드러내며 막을 내린 것들이다. 그는 헤겔과 맑스, 라캉, 나타리와 들뢰즈 등 주옥같은 현대철학을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일까? '인문고전'이라고 처음부터 지정하고 이야기했다고 변명을 한다면 또 할 말이 있다. 고전(古典)의 원어는 클래식(classic)이다. 클래식(classic)은 원래 그리스 시대의 계급 중 ‘일등 시민, 혹은 ’최상위 계층‘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고전(古典)이란 단순히 ‘옛날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것이라고 하더라도 문학이나 사상이 ‘우수하고’, ‘모범적’이라면 고전이라고 명명된다. 그는 그저 오래된 것만을 고전(古典)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지성. 그는 모른다. 제1장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에게 금지된 것>에서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에게 금지된 것’이 인문학이라고 한다. 아예 우리 교육에는 인문학이 ‘없다’라고 단언한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문학 서적은 중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고 고등학교 언어영역 중 비문학 분야는 모두 이것으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성적과 진학을 향한 경쟁 체제의 교육 틀 안에서, 그러니까 '세상의 0.1퍼센트'가 되기 위하여 학습자들이 제대로 읽을 수 없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지성은 '세상의 0.1퍼센트'가 되기 위하여 인문고전을 읽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교육에 인문고전이 없다고 한다. 이런! 그는 분명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제2장에서는 <논술을 위한 인문고전 독서는 하지 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읽어보면 논술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에 논술 시험이 왜 생겼으며 그 취지가 뭔지 조사해 보기를 권한다. 원래 취지의 논술시험이 왜곡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왜곡된 이유? 아이러니컬하게도 학생들이 '세상의 0.1퍼센트가 되기 위해' 독서를 했기 때문이다.



  이지성. 그는 아는 체 한다. 제3장 3절에서는 <자본주의는 인문학 전통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인문학을 ‘인간과 인류문화에 관한 정신과학을 통틀어 말한다’는 넓은 의미로 해석한다면 일견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이 맞다면, 자본주의의 상대편에 있는 사회주의 경제체제도 인문학 전통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헤겔과 맑스가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연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며 현대철학을 열었던 장본인이 바로 이 사람들이다. 더구나 이 세상의 절반 가량은 사회주의 경제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대놓고 자신의 체제를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라고 말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져진 사실이다. 이지성처럼 인문학을 바라본다면 경제체제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까지 인문학의 범주에 들어오게 된다.



  이지성. 그는 지성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지성적이지 못하다. 제3장에서는 ‘최초의 철학자는 최고의 투자가였다‘는 어불성설을 늘어놓으며 <자본주의 시스템의 승자가 되는 법>이라며 ’인문학을 읽어라‘고 하더니, 제4장에서는 ’돈 있는 사람만 대접받는 더러운 세상‘,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빈자는 갈수록 더 빈자가 되어가는 우리나라‘를 바꾸기 위하여 인문학을 읽어야 한다고 하고, 먹고살기에도 허덕대는 빈자(貧者)에게 1000만원이 넘는 수강료를 지불하고서도 인문학강의를 들으라고 늘어놓는다. 이런! 비논리적이라고 이야기하기에도 싱겁다. 바로 앞 장에서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고 있으니 그는 분명 심각한 건망증을 앓고 있다.



  이 책에는 참 많은 인물들과 인문학고전의 책 제목이 나온다(책 제목만 나오지 그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플라톤, 존 스튜어트 밀, 아리스토텔레스, 존 로크, 데카르트, 애덤 스미스, 케인스….  여기에 <명심보감>, <논어>, <맹자>, 장자의 <장지>, 사마천의 <사기열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딧세이>, 볼테르의 <영국인에 관한 서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루소의 <사회계약론>, 셰익스피어의 <희곡집>, 괴테의 <파우스트>, 마르크스의 <자본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그러나 그는 이런 책을 읽지 않았거나, 혹은 읽었지만 제대로 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 책의 대부분은 오늘날의 자본주의와는 상대되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자본주의 시스템의 승자가 되는 법>이라고 외친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온고지신(溫故知新)하면 될 것 같지만, 인문고전을 읽어본 사람은 안다. 인문학이란 자연과학의 수학처럼 정교한 논리적 구조로 쨔여 있기 때문에 역지사지가 쉽지 않다는 것을…….



  놀랍다! 인문학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사람이, 인문고전을 제대로 읽지 않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교육을 모르는 사람이 이런 책을 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지만,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가고 이를 극찬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놀랍다. 걱정스럽다. 옛말에 ‘선 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어쩌면 선무당 이지성이 이 땅의 인문학을 ‘잡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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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밴드웨건효과(樂隊車效果, band wagon effect) :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뜻하는 경제용어로, 곡예나 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樂隊車)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효과를 내는 데에서 유래한다.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현상으로, 편승효과 또는 밴드웨건(band wagon)효과라고도 한다. 미국의 하비 라이벤스타인(Harvey Leibenstein, 1922∼1994)이 1950년에 발표한 트워크효과(network effect)의 일종으로, 서부개척시대의 역마차 밴드웨건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밴드웨건은 악대를 선두에 세우고 다니는 운송수단으로 요란한 음악을 연주하여 사람들을 모았으며,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몰려갔다. 이러한 현상을 기업에서는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활동으로 활용하고, 정치계에서는 특정 유력 후보를 위한 선전용으로 활용한다. 출판계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선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본질을 왜곡시킨다는 것. 우리나라 출판의 질적인 저하 원인이 이 역마차 밴드웨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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