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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보들레르 시집 『악의 꽃』: 백조

by 이우 posted Mar 14, 2020 Views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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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_악의꽃.JPG



  백조
  LE CYGNE

  빅토르 위고에게

  I.

  앙드레마크1), 나는 그대를 생각하오! 그 작은 강물은
  그대의 끝없이 장엄한 과부의 괴로움을
  일찌기 비추던 가엾고 서글픈 거울,
  그대의 눈물로 불어난 그 가짜의 시모이 강2)은, 

  내가 새로 생겨난 카루젤 광장3)을 지나고 있을 때,
  불현듯 내 풍요한 기억을 살아나게 했다.
  옛 파리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도시의 모습은
  아! 사람의 마음보다도 더 빨리 변하는구나) ;

  나는 머리 소에만  그려볼 뿐, 진을 친 저 판잣집들을,
  산더미 같이 쌓인 윤곽만 드러낸 주두와 기둥들,
  잡초며, 웅덩이 물로 파래진 육중한 돌덩이들,
  그리고 유리창에 빛나는 뒤죽박죽 골동품들을.

  거기 예전에 동물 우리가 길게 펼쳐져 있었다:
  거기서 나는 보았다, 어느 아침, 차가운 맑은 하늘 아래
  「노동」이 잠을 깨고, 쓰레기터가 고요한 공기 속에
  검은 먼지 내뿜고 있는 시각

  우리를 빠져나온 백조 한 마리,
  바싹 마른 포도를 오리발 갈퀴로 비비며,
  울퉁불퉁한 땅바닥 위로 그하얀 깃을 끌고 있음을.
  물 없는 도랑 가에서 이 짐승 부리를 열고

  먼지 속에 제 날개를 안절부절 멱감기며,
  제 아름다운 고향 호수 그리는 마음 가득하여 말하기를;
  "물이여, 언제나 너는 비 되어 내리려니? 너는 언제나 울리려니, 우뢰여?"
  이 얄굿은 숙명의 신화, 불행한 짐승은

  이따금, 오비드4)처럼 하늘을 향해
  잔인하게도 파랗기만한 빈정거리는 하늘을 향해,
  마치 신을 항해 비난을 퍼붓듯,
  경련된 목 위에 굶주린 머리를 쳐들고 있었다! 

  II 

  파리는 변한다! 그러나 내 우울 속에선
  무엇하나 까딱도 하지 않는다! 새로 생긴 궁전도, 발판도, 돌덩이도,
  성문밖 오래된 거리도, 모두 다 내게는 알레고리5)되고,
  내 소중한 추억은 바위보다도 무겁다.

  이렇게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나를 짓누르는 하나의 영상이 있어
  나는 생각한다, 미친듯한 몸짓을 하고
  추방당한 자처럼 우스꽝스럽고도 숭고한 모습으로,
  끊임없이 욕망에 시달리는 내 위대한 백조를! 그리고 그때 앙드로마크,

  나는 그대를 생각한다, 위대한 남편의 팔에서,
  천한 가축처럼, 뻔뻔스런 피류스의 손에 떨어져,
  빈 무덤 곁에 넋을 잃고 몸을 구부리고 있는 그대,
  아! 헥토르의 미망인, 그리고 헬레뉴스의 아내여! 

  나는 생각한다, 폐병 들어 야윈 흑인 여자를,
  진창을 밟으면서, 살기등등한 눈초리로
  끝없는 안개 벽 너머에 찬란한 아프리카의
  이곳에 없는 야자수를 찾고 있던 그 모습을;

  영영 되찾지 못할 것을 잃어버린
  모든 사람들을! 눈물의 목을 축이고
  암이리 같은 「고통」의 젖 빨듯 살아가는
  사람들! 꽃처럼 시들어 야위어가는 고아들! 

  이처럼 내 마음 귀양사는 숲 속에
  오랜  「추억」은 뿔피리처럼 숨가쁘게 울려 퍼지누나!
  나는 생각한다, 외딴 섬에 잊혀진 뱃사람들,
  포로들,  패배자들을!... 또 그 밖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 『악의 꽃』(대산세계문학총서 18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 원제 : Les Fleurs du Mal, 1857년), <파리 풍경>, p.218~221


  ......................................

  1) 앙드로마크 : 트로이의 장군 헥토르의 아내
  2) 가짜 사모이 강 : 앙드로마크가 트로이에 흐르는 시모이 강으로 착각하고 남편 핵토르의 무덤을 만든 강.
  3) 카루젤 광장 : 오스만 백작의 도시계획에 따라 제2제정기 파리에 새로 생긴 광장.
  4) 오비드 : 로마의 시인
  5) 알레고리(Allegory) : 의미를 은유적으로 전하는 표현 양식으로 우의·풍유. 그리스어로 ‘Allos(다른)’와 ‘Agoreuo(말하기)’가 합성된 ‘알레고리아(Allegoria, 다른 것으로 말하기)’에서 유래했으며, 구체적인 대상을 이용하여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하는 형식으로서 아이 소포스의 <이솝 우화>나 증세의 도덕 우의 극, 펜서의 <페어리퀸 >,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 등이 대표적이다. 유추가 논리적 이성에 호소한다면, 알레고리는 상상에 호소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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