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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지젝의 『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 : 자본주의의 딜레마⑦, 법의 외설 · 초자아(Super Ego)의 개인화

by 이우 posted Jan 20, 2020 Views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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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들은 선생님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지루해져서 의자에 앉아 하품을 하고 허고을 바라본다. 문간에 앉아 있는 학생이 "선생님이 오신다"라고 외치자, 학생들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종이를 구겨서 던지고, 책상을 흔드는 떠들썩한 행동을 시작한다. (중략) 자발적으로 즈겁게 하는 일이 아니라, 선생님에게 보이려고 하는 행동이다. 자발적으로 시작되기보다는 남을 흉내내다가 결국 그 맛을 알게되는 형태의 즐거움도 마찬가지 아닐까? (...)

  집단 성폭행이나 살인처럼 집합적인 폭력의 형태에도 같은 교훈을 적용할 수 있다. 같은 시대가 아닌 것처럼 관점이 다른 사회 생활의 끔찍한 영향 중 하나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단순히 무작위적인 폭력이 아니라 쳬계적인 폭력이다. 여성 폭력은 특정한 사회적인 맥락에서 특히 하나의 패턴을 보이면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도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집단 성폭행에 대해 누구나 끔찍하게 생각하지만, 이들 사건에 대한 세계적인 반향은 의심스럽다. 아룬다티 로이의 지적처럼, 도덕적인 판단이나 천편일률적으로 폭발하는 원인은 가해자들이 가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시각을 좀 더 넓혀서 유사한 현상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멕시코와 텍사사의 국경에 있는 여자들이 연쇄적으로 살해되는 일은 개인의 병적인 문제가 아니라 관습적인 행동이다. 지역의 갱단이 가진 문화이며(처음에는 집단 성폭행을 하고, 이후 죽을 때까지 고문한다. 가위로 젖꼭지를 자르는 고문도 포함된다), 새로운 조립 공장에서 일하는 미혼인 어린 여성들이 대상이다. 독립적이고 일하는 새로운 여성 계급에 대한 마초적인 반응이다.

  전혀 뜻밖의 예는 벤쿠버 근처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서부 캐나다 원주민 여성들에 대한 연속 성폭행 및 살해 사건이다. 복지국가의 표본이라고 생각되는 캐나다에서 백인 남성 집단이 여자 한 명을 납치해서 성폭행하고 죽인다. 그 다음에는 시첼르 토막 내는데, 모든 범죄 행위가 보호구역 내에서 자행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관할 지역의 부족 경찰이 담당하게 된다. 한편 부족 경찰들은 이런 강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개나다 당국에 요청하면, 정부는 마약과 술 때문에 일어난 가정 폭력으로 치부하기 위해서 해당 지역에 수사를 제한시킨다. 이 모든 사건은 빠른 산업화와 근대화로 인한 사회적인 해체를 위협으로 인식하는 남성들에게 잔인한 대응을 유발시킨 결과다.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은 이런 폭력적인 행동이 원초적이면서 잔인한 에너지가 자발적으로 폭발해 시민사회의 관계를 부순 것이 아니라, 특정 단체의 상징적인 요소의 일부가 외부에서 자극하고 관습화시켜서 나타난 결과라는 점이다. '순진한' 대중의 시각이 보지 못하는 것은 행동의 잔인함이 아니라, 이 상징적인 관습이 가지고 있는 문화 및 관습적인 요소다.

  가톨릭 교회를 계속해서 뒤흔들고 있는 소아성애 사건 역시 똑같은 왜곡된 사회와 관습의 논리가 작용한 것이다. 개탄스러운 일이지만, 가톨릭 종교의 대표가 내부적인 문제라고 경찰과 협력하기를 꺼리는 것은 어느 정도는 옳다. 카톨릭 사제들의 소아성애 행위는 교회를 제도로 생각하지 않으면서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신부가 되기를 선택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다. 가톨릭 교회가 제도로 생각되고, 사회 및 상징적인 제도로서의 기능이 수행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개인의' 사적인' 무의식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무의식'이 문제다. (중략)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으로 손꼽히는 부분을 떠올려보자. 마리아는 본 트랩 남작의 성적 매력을 거부하지 못해서 그의 집을 떠나서 수녀원으로 되돌아 가지만, 여전히 남작을 잊지 못해서 힘들어 한다. 수도원의 원장 수녀는 마리아를 불러서 본 트랩 가족에게 돌아가서 남작과의 관계를 해결하라고 조언한다. 원장 수녀는 이 메시지를 괴상하게도 '모든 산을 넘어서'라는 제목의 노래를 통해 전달한다. 노래의 모티프는 놀랍게도 "당장 해! 위험을 감수하고 마음이 원하는대로 해! 쓸데없는 자질구레한 생각으로 포기하지마!"라는 것이다. 이 장면이 가지고 있는 괴상한 힘은 욕망의 순간을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장면은 당황스럽다. 절제와 금욕을 설교해야 당사자가 나서서 충실하게 욕망을 부추긴다. (중략)

  약 10년전 쯤에 독일에서 말보로 담배 포스터가 공개되었다. 말보로 광고에 늘 등장하는 카우보이가 손가락으로 '흡연은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어구를 가리키고 있고, 예외적으로 'Jetzt erst rechts!'라는 구절이 적혀 있었다. 대략적으로 해석하면, '이제는 정말 위험해졌어!'라는 뜻이다. 여기에 담긴 의미는 분명하다. 흡연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을 것이므로, 이제는 흡연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흡연의 위혐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난 겁쟁이가 아니야. 난 진짜 남자이고, 그러니까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하면서 계속 충실하게 담배를 피우겠어!"라는 답을 이끌어낸다. 흡연을 소비지상주의의 일부로 만들어버린 방법이었다. "난 즐거움의 원칙을 무시하고, 건강도 생각지 않으면서, 담배를 소비할 준비가 되어 있어"라는 뜻이 있었다. (중략)
 
  초자아는 성적인 행동을 제한해서 성행위를 맏는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며, 실제적인 결과는 "어서 해! 즐겨! 우리가 금지한 것을 하길 원해!"라는 외침이다. 다시 말해서 금지된 것을 어기면 죄책감을 갖지만 따르면 더 큰 죄책감을 갖는다. 프로이트는 이 근본적인 모호함이 초자아의 구성 요소를 극단적인 수준까지 가져간다. 도덕적인 기준을 위반할 때 죄책감을 갖는다. 이를 위반할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지 않으면 더 큰 죄책감을 갖는다. '초자아는 어떤 경우이거나 죄책감을 갖는 것이다.' (중략)

  법에 대해서 알아내면, 법은 정당성을 잃게 될 것이다. 법의 기반은 불법적인 폭력 행위 속에서 두드러진다. 칸트가 법적인 질서의 근본에 대해서 질문하지 못하게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법이 가지고 있는 범죄적인 저변, 즉 회복을 위한 '신화적인 폭력(벤자민)'이며, 계속해서 법치를 유지하기 위한 폭력은 금지된 상태로 남아 있어야 한다. 이런 금지는 대상에 압박을 가해서 작용된다. 법적 대상자는 먼저 이루어진 '아프리오리(A priori)'의 죄를 통해서 인식된다. 따라서 권한을 가진 타인의 죄는 법 자체이며, 보이지 않는다. (중략)

  초자아의 압박은 대상을 개인적으로 만든다. 혹은 발리바르알튀세르의 고전적 공식을 거꾸로 뒤집었던 것을 인용해서 표현하면, '초자아는 대상에게 개인적인 요소를 호소한다'이다. 초자아는 나를 특별한 개인으로 만들어주고, 내게 죄의식과 책임감을 요구한다. '일반적인 것으로 탈출하지 말라. 객관적인 상황에 의지하지 말고, 각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어떤 의무를 저버렸는지 자문하라!" 그래서 초자아는 걱정을 만든다. 초자아의 눈으로 보았을 때, 난 혼자다. 내 뒤에 숨어 있는 다른 존재는 없으며, 나는 기소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공직적인 유죄이기 때문에 '유죄'가 된다. 만약 무죄라고 주장하면 죄를 부정했기 때문에 또 다른 죄를 지을 뿐이다.

  오늘날의 사회를 구성하는 연속적인 상황은 생태학, 정치적인 교성, 빈곤 등 초자아의 개인화가 갖는 종류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뚜렷한 생태학적인 담론은 우리에게 생태학적 초자아의 압박 속에서 자연에 빚을 진 '아프리오리 죄인'이라고 말하고, 또 개인을 인식한다. 자연에 진 빚을 갚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신문은 모두 재활용통에 넣었나? 맥주병과 콜라 깡통도 제대로 재활용을 했나?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데도 자가용을 이용하지는 않았나? 창문만 열면 되는데 에어컨을 켠 것은 아닌가? 이처럼 개인처럼 생태학 위험은 쉽게 식별이 가능하다. 나는 전체 산업의 문명에 대한 세계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자기 성찰 속에 빠질 때가 많다. (...)


- 『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슬라보예 지젝·문학사상사·2017년·원제 : Trouble in Paradise, 2014년) p12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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