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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지젝의 『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 : 자본주의의 딜레마③, 미국식 개인주의와 공적 자금 · 세금

by 이우 posted Jan 19, 2020 Views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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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jpg


  (...) 미국의 유명 가스 프랭크 시나트라의 대표적인 노래인 '마이 웨이(My Way)'가 미국적 개인주의를 뜻한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일반적' 혹은 '관습에 맞게'란 뜻의 프랑스 샹송 '콤 다비튀드(Comme d'habitude)'가 '마이 웨이'의 원곡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런 모순을 이해하는 사람은 그보다도 적다. 원곡미국식의 번안곡은 서로 상반된 척박한 프랑스식의 태도와 미국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다. 프랑스인들은 정해진 관습을 따르지만 미국은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다. 하지만 상반된 듯 보이는 거짓 모습을 버리고, '콤 다비티드'를 이용해서 지금까지 칭송했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방식에 숨겨진 슬픈 진실을 찾아낸다면 어떨까? '마이 웨이' 즉, 나의 방식을 활용할 수 있으려면, 각자 상당 부분을 '콤 다비티드' 즉, 일반적인 방식에 의존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규제받지 않는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여타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한 규제가 필요하다.

  2008년 금융 붕괴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은행을 살리기 위한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한 것)가 가져온 괴상한 결과 중 하나는 아인 랜드*가 주장한 '탐욕은 좋다'는 식의 극단적인 자본주의에 대한 이념적인 표현을 재현시킨 것이다. 아인 랜드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아틀라스(Atlas Shrugged)>의 주장**이 폭발적으로 실현된 것이다. 어떤 이들은 <아틀라스> 속의 시나리오―창의적인 자본주의가 파업한다는 내용이다―가 벌써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상황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 해결을 위해서 투입된 막대한 공적 자금은 '창의적인' 계획을 실행하지 못해서, 결국에는 붕괴를 토래한 규제를 받지 않고 있던 아인 랜드가 말하는 '거물'들에게 돌아 갔다. 따라서 창의적이고 뛰어난 천재들이 게으른 일반인들을 돕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납세자들이 실패한 이른바 '창의적인 천재'들을 돕고 있는 것이다. (중략)

  아인 랜드가 주장한 자본주의자들이 가진 '도그마의 꿈(Dogma Drama)'에서 벗어나려면, 브레히트***가 <거지 오페라(Beggars' Opera)>에 삽입한 대사를 우리의 상황에 적용시켜야 한다. '은행을 설립하는 일에 비교했을 때, 은행에서 돈을 훔치는 것은 범죄라고 할 수 있을까?" 시민의 집과 저축에서 수천 만 달러를 갈취하고 나서 정부의 숭고하고 장엄한 도움을 보상으로 받는 금융 투기에 비교했을 때, 수천 달러를 훔치고 감옥에 가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거대 금융가들을 비롯해서 금융 붕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반인류적 범죄자들로 취급하고, 헤이그 국제인권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마라구****가 옳았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의 주장을 조너선 스위프트 식의 시적 표현의 과장으로 취급하는 대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은행은 대마불사(Too big to fail, 大馬不死))'의 독트린(은행은 경제에서 차지하는 몫이 크기 때문에 파산할 경우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논리)이 받아들여졌고, 이제는 '은행이 너무 커서 기소할 수 없다'는 독트린(은행을 기소하면, 지배적인 상류층의 재정 및 도덕적인 위상에 파괴적인 여파가 미친다는 주장)이 수용되고 있다.

  상류층은 2008년 금융 위기의 주범이면서 여전히 전문가라고 자처하고 있다. 유일하게 자신들만이 금융 회복을 위한 고통스러운 길을 안내할 능력을 가지고 잇으며, 따라서 자신들의 조언이 의회의 정책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략) 그렇다면 시민들을 대표하기 위해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원들의 결정을 중단시킬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상위 권력은 무엇일까? 그 답은 1998년 독일연방은행 총재인 한스 티트마이어에게서 얻을 수 있다. 그는 각 국가의 정부들이 "시민들이 치른 국민투표보다 세계 경제의 영구한 투표를 선호한다면서 찬사를 보냈다. (...)
 
- 『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슬라보예 지젝·문학사상사·2017년·원제 : Trouble in Paradise, 2014년) p.60~62


  ...................................
  *아인 랜드: Ayn Rand(1905년~1982년). 미국인 소설가, 극작가, 영화 각본가다. 베스트셀러 소설 <파운틴헤드>와 <아틀라스: 지구를 떠받치기를 거부한 신>과 객관주의라는 철학적 시스템을 발전시킨 것으로 가장 잘 알려졌다.

  **<아틀라스(Atlas Shrugged)> 주장: <아틀라스(Atlas Shrugged)>의 주인공인 존 갈트가 이런 유명한 대사를 남겼다. "내 사랑에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을 걸고 서약하노니, 타인을 위해 살지 않을 것이며, 타인에게 나를 위해 사는 것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자본주의 이념인 미국식 개인주의를 표현하고 있다.

  ***브레히트: Bertolt Brecht(1898년~1956년).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 많은 양식과 수사법을 능숙하게 구사한 뛰어난 시인으로, 연극적 환상을 일으키는 전통에서 벗어난 뛰어난 서사극을 쓴 극작가인 브레히트는 드라마를 좌익운동을 위한 사회적·이데올로기적 토론장으로 발전시켰다. 

  ****사마라구: Jose' Saramago(1922년~2010년). 1922년 포르투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라마구는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1968년 시집 『가능한 시』를 펴낸 후에야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사라마구 문학의 전성기를 연 작품은 1982년작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유럽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으며 199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사라마구는 환상적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세계의 수많은 작가를 고무하고 독자를 매료시키며 작가 정신의 살아 있는 표본으로 불리던 그는 2010년 여든일곱의 나이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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