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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베르그송의 『물질과 기억』 : 과거와 현재의 관계(원뿔형 도식)

by 이우 posted Jan 14, 2020 Views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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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물질과 기억.jpg


  (...) 우리는 커다란 실용적 이점 때문에 사실들의 실제 순서를 역전시키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으며, 공간에서 이끌어낸 이미지들에 너무나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기억이 어디에 보존되는 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물리화학적인 현상들이 속에서 일어났고, 뇌는 신체 속에 있고, 신체는 그것이 잠겨 있는 공기 속에 있다는 것 등을 상상한다. 그러나 일단 완성된 과거는, 만일 그것이 보존되다면 어디에 있는가? 기억을 뇌수질 속에 분자적인 변양의 상태로 놓는 것은 단순하고 명백한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때 현실적으로 주어진 저장소를 가지고 있으며, 잠재적 이미지들이 의식 속으로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는 문을 여는 것으로 충분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가 이와 같은 용도로 사용될 수 없다면, 우리는 축적된 이미지들을 어떤 창고에 놓을 것인가? 포함하는 것포함되는 것과의 관계가 외견상 명료하고 보편적으로 보이는 것은 우리가 필연적으로 우리 앞에 언제나 공간을 열어 놓고 우리 뒤에서 언제나 지속을 닫아버리는데 기인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잊고 있다. 사람들은 한 사물이 다른 사물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므로 그것의 자체적인 보존이라는 현상을 결코 해명하지 못했다. 게다가 잠시 동안 과거속에 축적된 기억의 상태로 보존한다는 것을 인정해 보자. 그 때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스스로 보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뇌는 공간 속에 연장된 이미지인 한에서 결코 현재적 순간 이상을 점유하지 못한다. 뇌는 그 나머지의 물질적 우주 전체와 더불어 끊임없이 갱신되는 우주적 생성의 한 절단면을 구성한다. 따라서 한편 당신은 이 우주가 지속의 모든 순간에 소멸하고, 진정한 기적에 의해서 다시 태어난다고 가정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다른 한편으로 당신은 우주에다 당신이 의식에서는 거부한 실존의 연속성을 이전하고, 그것의 과거를 그것의 현재 속에 존속하고 이어지는 하나의 실재성을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기억을 물질 속에 축적하는 행위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반대로 당신이 의식 상태들에서 거부했던 이 과거의 독립적이며 전체적인 존속물질적 세계의 상태들 전체로 연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거의 그 자체적인 존속은 어떤 형태로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생각하는 데서 느끼는 곤란은 단순히 우리가 공간 속에서 순간적으로 포착된 물질들의 전체에만 적용되는 포섭관계(포함하는 것과 포함된 것의 관계)의 필요성을 시간 속에서 기억들의 계열에 부여한다는 사실로부터 비롯된다. 근본적인 현상은 지속 안에서 우리가 실행하는 순간적인 절단면들의 형식을 흐름의 과정 중에 있는 지속 자체 이전하는 데 있다. 그러나 가정상 존재하기를 그친 과거가 어떻게 스스로에 의해 보존될 수 있겠는가? 거기에 진정한 모순이 있는지는 않은가? 문제는 정확히 과거가 존재하기를 그쳤는지 아니면 단순히 유용하게 되기를 그쳤는지를 아는 일이라고 우리는 대답하겠다.

  현재란 단순히 생성되는 것인데, 당신은 현재를 있는 것이라고 독단적으로 정의한다. 만일 당신이 현재적 순간을 미래로부터 과거를 분리하는 이 불가분적인 한계라고 한다면, 현재적 순간보다 못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가 이 현재를 있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이미 지나간 것이다. 반대로 만일 당신이 구체적이며 의식에 의해 실제로 체험된 과거를 생각한다면, 이 현재는 대부분 직접 과거로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에 대한 가능한 짧은 지각이 지속되는 한 순간 속에도 수조의 파동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것의 첫번째 파동은 마지막 파동으로부터 어마어마하게 나누어진 간격에 의해서 분리된다. 따라서 당신의 지각은 아무리 순간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기된 요소들로 이루어진다. 사실인즉, 모든 지각은 이미 기억이다. 순수한 현재는 미래를 잠식하는 과거의 포착할 수 없는 전진이기 때문에 우리는 실제로는 단지 과거만을 지각한다.

  따라서 의식은 미래에 기대어 미래를 실현하고 미래에 결합되기 위해 작업하는 과거의 이 직접적인 부분을 매순간 자신의 미광으로 조명한다. 이처럼 오로지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결정하는 데만 사로잡혀 있지만 의식은 우리의 현재적 상태, 즉 우리의 직접적 과거와 함께 유용하게 조작될 지 모르는 과거 속으로 더멀리 후퇴한 우리 상태의 기억들 위에 자신의 의 약간을 퍼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어둠 속에 머문다. 우리가 위치해 있는 곳은 바로 우리 역사의 이 조명된 부분이며, 그것은 행동의 법칙이라고 하는 삶의 근본적인 법칙 덕분이다. 그늘 속에 보존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기억들을 생각하는 데서 우리가 느끼는 곤란들은 바로 거기서 비롯된다. 따라서 과거가 전체적으로 존속한다는 것을 우리가 인정하기를 혐오하는 것은 우리의 심리적 정향(orientation) 자체에 기인한다. 우리의 심리적 삶은 상태들의 진정한 전개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완전히 펼쳐진 것이 아니라 펼쳐지는 것을 바라보는 데 관심을 갖는다.

  우리는 이렇게 해서 오랜 우회를 통해 출발점으로 되돌아 왔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구분되는 두 기억(memoire)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나는 유기체 속에 고정되어 있는데, 그것은 가능한 다양한 질문들에 적합한 대응을 보장하는 명민하게 만들어진 운동기제 전체와 다르지 않다. 그것은 우리를 현재적 상황에 적응하게 하고, 우리가 겪는 작용들을 때로는 완성하고, 때로는 단순히 시발적인 반응으로, 그러나 항상 다소간 적응된 반응들로 이어지게 된다. 기억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습관이므로, 그것은 우리의 과거 경험을 작동시키는 것이지, 그것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다. 다른 하나는 진정한 기억(Memorire)이다. 그것은 의식과 동연적이어서 우리의 모든 상태들이 생겨남에 따라 차례로 보존하고 정렬하며, 각 사실에 그것의 위치를 남기고, 그것의 날짜를 표시하며, 첫번재 종류의 기억처럼 끊임없이 다시 시작하는 현재 속에서가 아니라 결정적인 과거 속으로 매우 실제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두 형태의 기억들을 근본적으로 구별하면서도 우리는 그것의 연관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나간 행동들의 축소된 노력을 상징하는 신체의 운동기제와 더불어 있는 신체 위에는, 상상하고 반복하는 기억이 허공에 매달린 채로 떠다닌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우리의 직접 과거만을 지각한다면, 만일 현재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 이미 기억이라면, 우리가 처음에 분리했던 두 항은 전체가 내밀하게 접합될 것이다. 이 새로운 관점에서 고려될 경우, 실로 우리의 신체는 우리의 표상을 언제나 다시 태어나게 하는 부분이자 항상 현재적인 부분, 아니면 오히려 매순간 방금 지나간 부분과 결코 다른 것이 아니다. 그 자체가 이미지인 이 신체는 이미지들을 축적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지들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나간 지각들을 또는 현재적 지각들까지도 뇌 속에 국재화하려는 시도는 비현실적인 것이다. 이미지들은 뇌 속에 있지 않다. 오히려 이미지들 안에 뇌가 있다. 그러나 다른 이미지들 가운데 존속하며 내가 나의 신체라고 부르는 이 특별한 이미지는, 우리가 말했듯이 매순간 우주적 생성의 하나의 횡단면을 구성한다. 따라서 그것은 받은 운동들과 보내는 운동의 통행로, 즉 나에게 작용하는 사물과 내가 작용을 행사하는 사물들 사이의 연결선, 한마디로 감각-운동적인 현상들의 자리이다.

  원뿔 SAB로 나의 기억 속에 축적된 기억들 전체를 나타낸다고 하면, 밑면 AB는 과거 속에 자리잡아 부동적으로 머물러 있는 반면, 꼭지점 S는 매 순간 나의 현재를 그리며,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서, 또한 끊임없이 우주에 대한 나의 현실적 표상의 움직이는 평면인 P에 접하고 있다. 신체의 이미지는 S에 집중된다. 그리고 이 이미지는 평면 P의 일부를 이루면서, 그 평면을 구성하는 모든 이미지들로부터 나오는 작용들을 받고 되돌려 보내는 데 머문다.

원뿔형 도식.JPG
  신체의 기억은 습관이 조직한 감각-운동 체계들로 구성되므로 과거의 진정한 기억이 그것의 기초로 사용하는 거의 순간적인 기억이다. 이 두 기억들은 분리된 두 가지를 이루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말한 바 있듯이, 신체의 기억은 단지 경험의 움직이는 평면 속에 기억을 삽입하는 움직이는 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두 기능들이 서로 받침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실로 한편으로 과거의 기억은 감각-운동적 기제들에 기억들을 제시하고 그 기제들이 임무를 완수하게 인도하고, 운동적 반응들을 경험의 가르침에 의해 암시된 방향으로 이끈다. 인접성유사성에 의한 연합작용들은 바로 이런 사실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 감각-운동적 기구들은 무력한 기억들 즉 무의식적 기억들이 형체를 띠고 구체화되어, 결국 현재적으로 되는 수단을 제공한다. 실제로 한 부분기억(souvenir)이 의식에 다시 나타나기 위해서는, 순수 전체기억(memorie)의 높이로부터 행동이 이루어지는 정확한 지점에까지 내려가야만 한다. 다시 말해서 호출은 현재로부터 출발하며, 부분기억은 그것에 답한다. 그리고 부분기억이 생기를 주는 열기를 빌려오는 곳은 바로 현재적 작용의 감각-운동적 요소들이다.

  우리가 잘 균형 잡힌 정신들, 즉 삶에 완벽하게 적응한 사람들을 알아보는 것은 바로 이 두 상보적인 기억들이 서로의 안에 정확하게 삽입되고, 견고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에서가 아닌가? 행동인을 특정 짓는 것은 그가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 거기에 관련된 모든 기억들을 얼마나 신속하게 불러내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무용하거나 무관심한 기억들은 의식의 문턱에서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만난다. 완벽하게 순수한 현재 속에 사는 것, 자극에 대해 그것을 연장하는 직접적인 반응으로 응답하는 것은 하등 동물의 고유한 특징이다. 이렇게 처신하는 인간은 충동인이다. 그러나 과거 속에서 사는 즐거움을 위해 거기서 사는 그런 사람들은 행동에 그다지 잘 적응하지 못한다. 그에게 기억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 별 이득도 없이 의식의 빛으로 나온다. 그는 더 이상 충동인이 아니라, 몽상가이다. 이 두 극단들 사이에 현재 상황의 윤곽들을  정확히 따르기에 충분히 유연한, 그러나 다른 모든 호출에 저항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진 다행스러운 성향이 위치한다. 양식 또는 실천적 감각이란 진정으로 이와 다른 것이 아니다. (...) 

  - 『물질과 기억』(앙리 베르그송 · 아카넷 · 2005년 · 원제 : Matiere et memoire, 1896년) p.254~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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