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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베르그송의 『물질과 기억』 : 사물의 실재성·기억·현대 유물론의 탄생

by 이우 posted Dec 19, 2019 Views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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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물질과 기억.jpg


  (...) 우리 지각의 현실성(actuality)은 그것의 활동성(activities)으로, 즉 그것을 연장하는 운동들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더 큰 강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거는 단지 관념에 불과하고, 현재는 관념-운동이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사람들이 고집스럽게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지각을 일종의 관조로 간주하고, 거기에 항상 순수히 사변적인 목적을 부여하며, 지각이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무관심한 인식을 목표로 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마치 지각을 행동으로부터 분리하고, 그렇게 해서 실재와의 연관을 단절시키면, 지각은 설명할 수 없고 동시에 무용한 것이 된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않는 듯하다. 그러나 그때부터 지각과 기억 사이에 모든 차이는 폐지된다. 왜냐하면 과거는 본성상 더 이상 작용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과거의 이러한 성격을 오해한다면 과거를 현재, 즉 작용하는 것으로부터 실제로 구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각과 기억 사이에 단지 단순한 정도의 차이만이 존속할 수 있을 것이고, 지각에서든 기억에서든 주체는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지각의 진정한 성격을 회복하도록 하자. 순수 지각이 자신의 심층적 근원에 의해서 실재 안에 잠겨 있는 발적 행동들의 체계임을 보여주도록 하자. 이 지각은 기억과 근본적으로 구별될 것이다. 사물들의 실재성은 사물들의 실재성은 더 이상 구성되거나 재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접촉되고, 침투되고, 체험될 것이다. 실재론과 관념론 사이에 걸려 있는 문제는, 형이상학적 논의들 속에서 영구화되기보다는, 직관에 의해서 종결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그로써 또한 우리는 관념론실재론 사이에 취해야할 입장을 명백하게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두 입장은 물질을 정신에 의해 이루어진 구성 또는 재구성으로 환원하려고 한다. 우리가 놓았던 원리, 즉 우리 지각의 주관성은 무엇보다도 우리 기억의 지분으로 이루어진다는 원리를 실제로 따라가 보자. 우리는 물질의 감각적 성질들 자체는, 만일 우리가 우리 의식을 특정 짓는 지속의 이 특별한 리듬으로부터 그것을 분리해낼 수 있다면, 더 이상 밖으로서가 아니라 내부로부터 그 자체로 알려질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사실 우리의 순수 지각은 아무리 그것을 빠르다고 가정하더라도, 지속의 어떤 두께를 점유하며, 따라서 우리의 잇따르는 지각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가정했던 것처럼 결코 사물들의 진정한 순간들이 아니고, 우리 의식의 순간들이다. 외적 지각에서 의식의 이론적 역할은 실재의 순간적인 영상들을, 기억의 연속된 실에 의해서, 서로 연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에게 있어서 순간적인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이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것 속에 이미 우리 기억의 작업, 따라서 우리 의식의 작업이 들어가는데, 이 작업이란 무한히 가분적인 시간의 원하는 만큼 순간들을 비교적 단순한 하나의 직관 속에서 포착하기 위해서, 서로서로의 내부로 연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엄격한 실재론이 생각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물질과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거지고 있는 지각 사이의 차이는 정확히 어디에 있는 것인가? 우리의 지각은 우주에 관해 우리에게 일련의 그림같은, 그러나 불연속적인 장면들을 제공한다. 즉 우리의 현실적 지각으로부터는 미래의 지각들을 도출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감각적 성질들의 전체 속에는 그것들이 변형되어 나타날 새로운 성질들을 예측하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존재론이 일상적으로 놓는 것과 같은 물질은 사람들이 수학적 연역을 통하여 한 순간으로부터 다음 순간으로 이행하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사실상 과학적 실재론은 이러한물질과 이러한 지각 사이에서 접촉점을 발견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실재론은 물질을 공간 속의 동질적 변화로 전개시키는 반면에 지각을 의식 속에서 비연장적 감각들로 수축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의 가설이 정초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지각과 물질이 구별되며, 어떻게 그것들이 일치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우주에 대한 우리의 잇따르는 지각의 질적인 이질성은 이 지각들의 각각이 어떤 두께의 지속 위에서 전개된다는 사실과, 거기서 기억은, 비록 순차적이지만 우리에게는 모두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는 무수한 진동들을 응축시킨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지각으로부터 물질로 주체로부터 대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이 나누어지지 않는 두께를 관념적으로 나누고, 거기서 원하는 만큼의 무수한 순간들을 구별하는 것, 한마디로 모든 기억을 제거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때 우리의 연장적인 감각들이 훨씬 더 많은 순간들로 나누어짐에 따라 물질은 점점 더 동질적이 되기 때문에, 그것은 실재론이 말하는 동질적인 진동들의 체계로 무한히 향해 간다. 그러나 물론 물질은 이 동질적인 진동들과 결코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한편으로 지각되지 않는 운동들과 함께 공간을 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연장적인 감각들과 함께 의식을 놓을 필요가 전혀 없을 것이다.

  반대로 주체와 대상이 우선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연장적 지각 속에서이다. 지각의 주관적인 측면기억이 행사하는 수축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지각은 잇따르는 무수한 진동들로 내적으로 분할되는데, 물질의 객관적 실재성은 바로 이 진동들과 뒤석인다. 적어도 우리가 바라건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올 결론은 이와 같다. 즉 주체와 대상, 그리고 그것들의 구분과 결합에 관련된 물음들은 공간보다는 시간의 함수로 제기되어야 한다. (중략)

  즉 물질 속에는 현실적으로 주어진 것과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많은 것이 있다. 아마도 의식적 지각은 물체의 전체에 도달할지 못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의식적인 한에서, 이 물질 안에서 우리의 다양한 욕구들에 관련되는 것을 분리하거나 분별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질에 대한 이러한 지각과 물질 자체 사이에는 단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본성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순수 지각은 물질에 대해 부분과 전체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물질이 우리가 거기서 지각하는 것들과 다른 종류의 능력들을 행사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을 뜻한다. 물질은 신비스러운 효능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그것을 은닉할 수도 없다. (중략)

  기억은 지각으로부터 거의 분리할 수 없는 것이지만, 현재 속에 과거를 삽입하고, 또한 지속의 무수한 순간들을 단일한 직관 속에 응축시킨다. 이렇게 해서 기억은 그 이중적인 작용에 의해서, 비록 우리가 권리적으로 물질을 그것의 내부에서 지각하지만, 사실적으로는 우리 안에서 지각하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거기서 기억의 문제의 핵심적인 중요성이 나온다. 만일 기억이 특히 지각에다 자신의 주관적인 특징을 전해주는 것이라면, 물질에 관한 철학이 우선 목표로 해야 할 것은 기억의 지분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덧붙일 것이다. 순수 지각은 우리에게 물질의 전체 또는 적어도 물질의 본질적인 것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리고 나머지는 기억으로부터 와서 물질에 첨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억은 원리적으로 물질과 절대적으로 독립된 역량이 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만일 정신이 하나의 실재라면, 우리가 정신을 실험적으로 접촉해야만 하는 곳은 바로 여기 기억이라는 현상 안에서이다. (...)
  
  - 『물질과 기억』(앙리 베르그송 · 아카넷 · 2005년 · 원제 : Matiere et memoire, 1896년) p1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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