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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 수집가

by 이우 posted Jul 21, 2019 Views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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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아케이드 프로젝트02.jpg


  (...) 이러한 아케이드의 내부 공간은 종종 시대에 뒤쳐져가는 업종들의 피신처가 되는데, 지금 잘 나가고 있는 장사도 그러한 공간에서 왠지 낡고 허름한 분위기를 띠게 될 것이다. 이곳은 기업 상담소흥신소의 소굴로, 이들은 2층의 갤러리에서 내리비추는 어스름한 빛 아래서 과거의 흔적을 더듬는다. 미용실의 쇼윈도에서는 긴 머리칼의 마지막 여자들(마네킹)이 보인다. 이들은 풍부하게 웨이브 진 채 쉽게 '웨이브가 풀어지지 않는' 머릿결을, 돌처럼 딱딱한 가발을 쓰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건물들로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를 만들었던 사람들, 즉 보들레르롸 오딜롱 르동―르동이란 이름 자체가 잘 말라올려진 고수머리처럼 들린다―에게 작은 봉납화라도 하나 바쳤어야 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못하고 버림받은 채 팔ㄹ려나가 버리고 살로메의 머리―쇼윈도 앞에서 위안을 꿈꾸고 있는 것이 안나 칠라크의 방부처리된 머리가 아니라면―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돌처럼 변해가는 사이 이들 위의 벽의 석조는 금이 가버리고 말았다. 거울.
[H 1a, 1]

  수집에 있어 결정적인 것은 사물이 본래의 모든 기능에서 벗어나 그것과 동일한 사물들과 생각할 수 있는 한 가장 긴밀하게 관련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한 관계는 유용성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며, 완전성이라는 주목할 만한 범주에 속하게 된다. 이러한 완전성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단순한 현존이라는 사물의 완전히 비합리적인 성격을 새로운,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역사적 체계 속에 배치시킴으로써, 즉 수집을 통해 극복하려는 장대한 시도이다. 그리고 진정한 수집가에게 있어 이 체계 속에 들어 있는 하나하나의 사물은 어떤 시대, 지역, 산업이나 원래의 소유자에 관한 만학의 백과사전이 된다. 마지막 전율(취득하는 데 대한 전율)이 한 사물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사물이 응고되는 순간 특정한 물건을 하나의 마법의 원 안에 봉해버리는 것이야말로 수집가가 가장 깊숙이 마술에 흘리는 순간이다. 상기된 모든 것, 생각된 모든 것, 의식된 모든 것이 그의 소유물의 주춧돌, 틀, 받침, 자물쇠가 된다. 특히 다름 아니라 찬성의 장소, 즉 플라톤에 따르면 사물들의 불변의 원형들이 머무는 곳이 수집가에게 낯설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는 자아를 잊어버렸다. 이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지푸라기라도 하나 붙잡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으며, 그의 감성을 둘러싸고 있는 안개의 바다에서 그가 지금 바로 손에 넣은 수집품이 하나의 섬처럼 떠오르는 것이다. 수집은 실천적인 상기의 한 형식이며 '가까이 있는 것'의 온갖 세속적인 현현 중에서 가장 구속력이 강한 현현이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 정치적인 고찰은 아무리 사소한 종류의 것이라도 골동품 거래에서 신기원을 여는 것이 된다. 우리는 이 책에서 전세기의 키치를 눈뜨게 해 '집합'시킬 수 있는 일종의 자명종을 설계해볼 생각이다.
[H 1a, 2]

  죽음으로 끝난 자연, 즉 아케이드의 조가비 가게. 스트린드베리는 <수로 안내인의 고니>에서 "불켜진 상점들이 나란히 있는 아케이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런 다음 그는 계속해서 아케이드 안으로 들어섰다. 거기에는 온갖 종류의 상점이 있었지만 카운터 뒤쪽이나 앞쪽 모두에서 사람의 사람의 그림자라곤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걸은 후 그는 온갖 조가비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는 커다란 소윈도 앞에 멈춰섰다. 문이 열려 있어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세계의 여러 바다에서 수집한 온갖 종류의 조가비들이 선반에 놓여 있었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으나 담배 연기가 하나의 원을 그리며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중략)" 죽음으로 끝나버린 아케이드의 헤아릴 수 없는 속성이 특징적인 주제로 나타나고 있다. 스트린드베리. <동화>, 뮌헨/베를린, 1917년, 52/53페이지, 59페이지.
[H 1a, 3]

  어떻게 사물이 알레고리까지 격상될 수 있는 지를 알고 싶으면 <악의 꽃>을 철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대문자의 용법에 주의할 것.
[H 1a, 4]

  베르그송은 <물질과 기억>의 결론 부분에서 지각은 시간의 한 기능이라는 생각을 전개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이렇게 한번 해보기로 하자―어떤 사물에 대해서는 좀더 안정감을 갖고 살지만 다른 사물에 대해서는 좀더 성급하게, 다른 리듬에 따라 산다면 우리에게 '항구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바로 우리 눈앞에서는 온갖 일이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것이 불시에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대 수집가에 사물은 바로 그러한 식으로 다가온다. 사물들이 그를 불시에 습격하는 것이다. 수집가가 사물을 기다렸다가 기다리던 사물을 만나는 방법 혹은 새로 첨가된 수집품이 다른 모든 수집품에 일으키는 변화. 이 모든 것이 수집가에게 그의 수집물이 부단한 흐름 속에 있다는 인상을 안겨준다. 이 책에서는 파리의 아케이드들 역시 한 사람의 수집가의 손안에 있는 소유물인 것처럼 고찰된다.(근본적으로 한 사람의 수집가는 한 조각의 꿈속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꿈속에서도 지각과 체험의 리듬은 변해 모든 것이―심지어 언쯧 극히 중립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조차―불시에 우리를 덮쳐 우리의 관심사가 되기 때문이다. 아케이드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그것을 가장 깊은 꿈의 층 속으로 가라앉힌 다음 그것들이 마치 우리를 덮쳤던 것처럼 말해야 할 것이다.)
[H 1a, 5]

  사물을 생생하게 현전시키는 진정한 방법은 우리를 사물들의 공간에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우리의 공간 안에서 재현하는 것이다(수집가가 바로 그렇게 하며 일화 또한 그렇다). 이런 식으로 재현된 사물들은 '거대한 연관들'을 매개로 구성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본질적으로는(즉 제대로 바라보려면) 과거의 위대한 사물―샤르트르 대성당, 파에스튬의 포세이돈 신전―을 바라볼 때도 이와 마찬가지 방법을 따라야 한다. 우리가 그들 속으로 침잠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의 삶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것이다.
[H 2, 3]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촉각적인 것에 속하는 것으로 시각적인 것과는 어떤 의미에서는 대립하고 있다. 수집가는 촉각적인 본능을 가진 사람이다. 게다가 최근 자연주의로부터 이반(離反)하면서 이전 세기를 지배했던 시작적인 것의 우위는 끝나게 되었다. 산책자. 산책자는 시각적이고 수집가는 촉각적이다.
[H 2, 5]

  물질의 실추: 그것은 상품알레고리의 지위까지 격상시킨다. 상품의 물신적 성격알레고리.
[H 2, 6]

  진정한 수집가는 사물을 그것의 기능적인 연관들로부터 떼어놓는다는 사실에서 출발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만으로는 이처럼 기묘한 행동 양식을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다. 이것이 혹시 칸트적·쇼펜하우어적 의미에서 '이해관계를 떠난' 관찰이라고 부르는 태도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를 통해 수집가는 사물에 대해 어느 것과도 비견될 수 없는 시선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세속적인 소유자의 시선이 보는 것 이상으로 혹은 그러한 시선이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는 시선을 말이다. (중략) 즉 수집가에 있어 본인의 수집물 하나하나 속에 세계가 현전하며, 게다가 질서정연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질서정연하다고 해도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오히려 속인으로서는 이해될 수 없는 연관 관계를 따르고 있다. (중략) 수집이라는 좁은 영역에서 위대한 관상학자(수집가는 사물 세계의 관상학자이다)가 왜 운명의 해석자가 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자기 진열장에 있는 수집품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수집가 한 명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는 수집품을 손에 넣자 마자 그것에 의해 영감을 얻은 듯, 마술사처럼 그것을 통해 특정한 수집품의 과거와 미래를 꿰뚫어보는 것이다. (하략)
[H 2, 7: H 2a, 1]

  수집가를 옹호하려면 다음과 같은 비난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탐욕과 노쇠는―기 파탱은 이렇게 지적한다―항상 한 통속을 이루고 있다. 개인에게서도 마찬가지지만 사회에게서도 뭔가 수집하려는 욕구를 느낀다는 것은 죽을 때가 다 되었다는 징후 증의 하나이다. 중풍에 걸리기 전의 심각한 시기에는 이러한 욕구가 한층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확인된다. 신경학에서 '수집강박증'이라고 부르는 수집벽 또한 존재한다. 머리핀 컬렉션에서부터 '끈 몇 개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쓰여 있는 종이 한 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수집하는 증상이 그것이다. <7가지 대죄>, 파리, 1929년, 26/27페이지(폴 모랑, <탐욕>). 그러나 어린이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수집을 이것과 비교해 볼 것!
[H 2a, 3]

  "카시미르 폐리에는 어느 날 저명한 수집가의 화랑을 둘러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이 다 훌륭하지만 결국 잠자고 있는 자본일 뿐이다.' 오늘날이라면 카시미르 페리에에게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회화가 정말 진품이고 또 어떤 데생이 거장의 손을 거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것들은 경제적인 가치를 되돌려주며 이윤을 발생시킬 잠을 잔다고 말이다. R씨의 골동품이나 회화의 경매는 재는 있는 작가들의 작품 오를레앙 <철도주식회사>처럼 견실하며  보세 창고도다도 조금 더 확실한 가치가 있음을 숫자로 증명했다." 샤를 블랑, <골동품의 보고> 2권, 파리, 1858년, 578페이지.
[H 3, 2]

  수집가와는 적극적으로 대립되는 유형이지만 사물들을 유용해야 한다는 고역으로부터 해방시켜 준다는 점에서 동시에 수집가의 완성을 대변하는 유형을 다음과 같은 마르크스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유재산이 우리를 너무나 어리석고 무기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어떤 사물은 오직 우리가 그것을 소유할 때만 비로소, 그러니까 우리를 위한 자본으로 존재할 때 또는 우리에 의해 사용될 때라야 비로소 우리 것이 된다." 칼 마르크스, <역사유물론>, <초기 저작집>, 란츠휴트와 마이어 편, 라이프치히, <1932년>, 1권, 299페이지(<국민경제학과 철학>)
[H 3a, 1]

  "모든 육체적·정신적 감각 대신, 이 모든 감각의 단순한 소외, 즉 소유하는 감각이 나타났다"(소유라는 범주에 대해서는 <스위스로부터의 21 보겐>지에 실려 있는 헤스 관련 논문을 참조). 칼 마르크스, <역사유물론>, <초기 저작집>, 란츠휴트와 마이어 편, 라이프치히, <1932년>, 1권, 300페이지(<국민경제학과 철학>)
[H 3a, 2]

  수집가는 잠재적인, 태곳적의 소유 관념들을 현재에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소유 관념들은 실제로는 아래의 발언이 암시하듯이 터부와 관련되어 있었을 수도 있다. "터부가 소유권의 원시적 형태라는 것은 확실하다. 처음에는 정서적이며 '진지하게', 하지만 머지않아 일상적이며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어떤 것을 터부로 설정하는 것이 하나의 권리를 구성하게 되었다. 어떤 물건을 전유하는 것은 곧 그것을 자기 이외의 다른 모든 인간에게는 신성시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즉 그것이 자신에게만 관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N.궤테르만/H.르페브르, <신비화된 의식>, <파리, 1936년>, 228페이지.
[H 3a, 6]

  수집이라는 생리학적인 측면은 중요하다. 이 행위를 분석할 때는 새가 둥지를 틀 때 그러한 수집은 분명한 생물학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바사리의 <건축학 개론>에도 이를 암시하는 듯한 부분이 몇 군데 들어 있다. 파블로프 또한 수집에 몰두했다고 한다.
[H 4, 1]

   수집이라는 행위는 탐구의 원-현상 중의 하나이다. 즉 학생은 지식을 수집한다.
[H 4, 3]

  호이징가중세인들이 자신들의 소유물에 대해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를 해명하기 위해 종종 '유언'이라는 문학 장르를 통해 이를 예증하곤 한다. '이 문학 형식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중세인들은 실제로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자기 소유물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따로 상세한 유언장을 작성해 처분하는 데 읷구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느 가난한 부인은 일요일에 입는 제일 좋은 나들이옷과 머리쓰개는 자길르 돌봐준 사람에게, 평상복은 가난한 여자에게, 전 재산인 투르 화 4파운드외 옷 한 벌과 두건은 프란체스코 수도회원들에게 주었다(샹피옹, <비용>, 2권, 182페이지) (하략)
  [H 4, 4]

- 『아케이드 프로젝트』(발터 벤야민 · 새물결 · 2005년) <H. 수집가> p.53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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