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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니체의 「아침놀」 : 사회·국가·경제·정치·노동·법·예술, 그리고 고독

by 이우 posted Jul 18, 2019 Views 1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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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아침놀.jpg


  171.
  근대인의 음식물근대인은 많은 것을, 아니 거의 모든 것을 소화할 줄 안다. 이것이 야심의 근대적인 형태다. 그러나 그가 거의 모든 것을 소화할 줄 모른다면 그는 좀더 고차적일 것이다. 모든 것을 먹는 인간(Homo pamphagus)은 가장 세련된 종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보다 더 괴벽스럽고 고집그러운 취향을 지녔던 과거와 아마 우리보다 더 고상한 취향을 갖게 될 미래 사이에 살고 있다. 우리는 너무 중간에 살고 있다.

  172.
  비극과 음악―예를 들어 아이킬로스 시대의 그리스인들처럼 근본적으로 호전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좀처럼 감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민이 그들의 냉혹함을 이기면 연민은 그들을 현기증처럼, 그리고 악마적인 힘처럼 사로잡는다. 그러면 그들은 자신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고 종교적인 것을 전율에 의해 흥분한 상태가 된다. (중략) 그러나 그들이 이러한 상태에 있는 한, 그들은 가장 큰 고통의 약쑥이 혼합된 망아와 놀라움의 환희를 즐긴다. 그것은 전사를 위한 음료수이고 사람들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 드물고 위험스럽고 쓰면서도 단 어떤 것이다. 비극은 그렇게 연민을 느끼는 영혼들을 위한 것이다. 즉 비극은 공포에 의해서든 연민에 의해서든 쉽게 정복되지 않지만 때때로 붇러워질 필요가 있는 영혼들을 위한 것이다. (중략) 연민의 감정들에 열려 있는 영혼들에게 비극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중략) 오늘날 너무나 감동시키기 쉽고 미성숙하며 반(半)인격적이고 호기심 많으며 모든 것을 탐하는, 소멸해가는 시대의 이 왜소한 영혼들에게 음악이 무슨 소용있겠는가!

  173.
  노동을 찬미하는 사람사람들이 노동을 찬미하고 노동의 축복에 대해 지치지 않고 말할 때 나는 그것들에서 공익을 위한 비공개적인 행위들에서와 같은 저의, 즉 모든 개인적인 것에 대한 공포를 본다. 사람들은 지금 이러한 노동―이때의 노동이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행해지는 고된 노동을 의미한다―을 보며 이런 노동이야말로 최고의 경찰이며, 그것이 모든 사람을 억제하고 이성, 열망, 독립욕의 발전을 강력히 저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느낀다. 왜냐하면 노동은 극히 많은 신경의 힘을 소모하고 성찰, 고민, 몽상, 걱정, 예감, 애정, 증오를 위해 쓰일 힘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그것은 항상 적은 목표를 겨냥하면서 수월하고 규칙적인 만족을 가져다 준다. 따라서 고된 노동이 끊임없이 행해지는 사회는 보다 안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안전이 현재는 최고의 신성으로서 숭배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가공할 일이다! 바로 노동자가 위험한 존재가 된 것이다. 위험한 개인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의 배후에는 휘험 중의 위험, 즉 개인이 있다.

  174.
  상업 사회의 도덕적 유행도덕적 행위란 타인에 대한 동정에서 비롯되는 행위라는, 현재 유행하는 도덕 원칙의 이면에서 나는 두려움이라는 사회적 충동이 지배하는 것을 본다. 이 충동은 앞의 방식을 통해 지적으로 자신을 위장한다. 이러한 충동은 무엇보다 삶이 이전에 갖고 있었던 모든 위험성이 삶에서 제거되고, 이를 위해 모든 사람이 전력을 다해 서로 돕기를 바란다. 따라서 공공의 안전과 사회의 안정감을 목표로 하는 행위들만이 선한 행위로 평가된다! 그러한 공포심의 전제적인 지배에 의해 최고의 윤리법칙이 정해지고, 사람들이 그들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무시하면서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곤경과 괴로움을 살쾡이처럼 주시하라는 명령에 전혀 모순을 느끼지 않고 받아들일 경우, 사람들은 자기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기쁨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삶에서 모든 날카로움과 모난 것들을 제거한다는 터무니없는 의도를 가진 채 인류를 모래로 만드는 최상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언제나 타인에게 직접 달려와 도울 경우와 그러나 이러한 도움은 강압적으로 간섭하고 변형시키지 않을 경우에는 항상 피상적으로 행해질 수 없다. 혹은 저기 자신을 타인이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것, 예를 들어 폭풍과 길가의 먼지를 막는 높은 벽도 있지만 손님을 환대하는 문도 있는 아름답고 조용하고 굑리된 정원으로 만들 경우, 그 어느 쪽이 타인에게 더 많은 이익을 줄 것인가 하는 문제조차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175.
  상인 문화의 근본 사상―개인적인 경쟁이 고대 그리스인의 정수였고 전쟁, 승리, 법이 로마인의 정수였던 것처럼 상업이 정수인 사회의 문화가 현재 생성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본다. 상인은 모든 것을 만들지 않고도 평가할 줄 알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필요가 아니라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평가할 줄 안다. "누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소비하는가"가 그의 최대의 문제다. 그는 본능적으로 이러한 평가방식을 끊임없이 모든 것에, 따라서 예술과 학문, 사상가들, 학자들, 예술가들, 정치가들, 민족들과 당파들, 시대 전체의 소산에까지 적용한다. 그는 만들어지는 모든 것에 대해 그것들의 가치를 직접 확장하기 위해 수요와 공급을 조사한다. 이러한 태도가 가장 세세한 점에 이르기까지 철저해지고 모든 의지와 능력에까지 각인되면서 문화 전체의 성격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그대들 다음 세기의 인간들이 자랑으로 삼을 만한 것이다. 상인 계급의 예언자들이 이것을 그대들의 소유물로서 그대들에게 건네줄 권리를 갖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 예언자들을 거의 믿지 않는다. 호라티우스의 말을 빌려 말하건대, 유대인 아펠라로 하여금 믿게 하라. (중략)

  177.
  고독을 배우는 것―오, 그,대들, 세계 정치가 이루어지는 대도시에 사는 가련한 무리들이여. 그대들, 젊고 유능하고 명예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여. 그대들은 모든 사건에 대해 그대들의 읜견을 말하는 것이 의무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실로 항상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그대들은 이런 식으로 먼지와 소음을 만들어내며 자신들이 역사를 이끌어가는 수레라고 믿는다. 그대들은 언제나 귀기울이고 언제나 그대들의 의견을 던져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노리기 때문에 진정한 모든 생산성을 상실해 버린다. 그대들이 위대한 일들을 하려고 열망해도 그러한 일들을 잉태할 수 있는 깊은 침묵은 그대들에게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그대들은 그대들 자신이 사건을 쫓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날이 일어나는 사건들이 그대들을 지푸라기처럼 그 사건들이 그대들을 지푸라기처럼 그 사건들 앞으로 몰아오는 것이다. 그대들, 가련한 무리들이여! 무대에서 주역을 맡으려면 합창에 끼어들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아니, 어떻게 합창하는지 알아서도 안된다.

  178.
  매일 사용되어 닳는 사람들―이 젊은이들에게는 인격도 재능도 근면함도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에게 자기 자신에게 방향을 부여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어떤 방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어린 시절부터 그들을 길들였다. 그들이 사막에 보내도 좋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하게 되면 그들은 약간 다르게 다루어졌다. 즉 그들은 이용당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박탈당했고, 매일 사용되어 닳아지는 것이 되도록 교육받았으며 그것을 의무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제 그들은 이렇게 매일 사용되어 닯지 않고는 지낼 수 없게 되었고 그 이외에 다른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수레를 끄는 이 가련한 동물에게 휴가를 주지 않는 것만은 허용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과도하게 노동하는 세기에서 한가함이란 이상은 '휴가'라고 불리는데, 이 휴가 때에 사람들은 한때나마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며 멍청하고 어린애처럼 굴어도 되는 것이다.

  179.
  가능한 한 국가를 작게 할 것모든 정치·경제적 일들은 가장 많은 재능을 타고난 정신들이 관여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정신의 낭비는 곤궁한 상태보다도 근본적으로 더 나쁘다. 모든 경제·경제적인 일들은 보다 열등한 두뇌의 소유자들으 위한 노동 영역이며, 이들 이외의 사람들은 이러한 작업장에서 일해서는 안된다. 차라리 그 기계가 다시 한 번 해체되는 것이 낫다. 그러나 지금처럼 모든 사람들이 정치·경제적인 일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믿을 뿐만 아니라 누구든 언제라도 그것을 위해 일하려 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일은 돌보지 않는 것은 우습기 그지없는 커다란 광기다. 사람들은 공공의 안녕을 위해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한다. 그리고 가장 어처구니없는 것은 사람들이 이를 통해 공공의 안녕과는 정반대되는 것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친애하는 우리 세기는 이러한 사실이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처럼 그것을 증명하려 한다! 사회를 도난화재로부터 안전하게 하고 상업교역을 하기에 극히 편리하게 만들고 국가를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에서 섭리적인 힘으로 개조하는 것, 이것들보다 저열하고 범속하며 전혀 불가결하다고 할 수 없는 목표다. 무릇 우리는 존재하는 최고의 수단과 도구를 통해 이러한 목표를 추구해서는 안된다. 그러한 수단과 도구는 가장 높고 가장 드문 목적을 위해 남겨두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시대는 경제에 대해 아무리 말을 많이 해도 낭비의 시대다. 그것은 가장 귀중한 것, 즉 정신을 낭비한다. (중략)

  186.
  사업가들―그대들의 사업, 그것이야말로 그대들의 가장 큰 편견이다. 그것은 그대들을 그대들의 장소와 그대들의 사회, 그대들의 성향에 붙들어 맨다. 그대들은 사업의 측면에서 부지런하지만 정신의 측면에서는 게으르고, 그대들의 정신적 빈곤함에 만족하며 의무의 앞치마를 이러한 만족 위에 걸친 채 살고 있다. 그대들은 그대들의 아이들 역시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

  187.
  있을 수 있는 미래로부터범죄자가 자신이 만든 법을 존중하고 자신을 처벌함으로써 자신의 힘, 즉 자신이 입법가의 힘을 행사하고 있다는 자랑스러운 감정으로 자지 자신을 고발하고 자기 자신에게 받아야 할 벌을 공적으로 부과하는 상태는 생각될 수 없을까? 그가 법을 위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자발적으로 자신을 처벌함으로써 자신의 범행을 극복한다. 그는 솔직함, 위대함, 평온함을 통해 범행을 불식할 뿐만 아니라 공공에 기여한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미래에 있을 법한 범좌자일 것이다. 이러한 범죄자는 당연히 미래의 입법, 즉 '나는 일의 대소(大小)를 불문하고 나 자신이 만든 법에만 굴복한다'는 근본사상의 입법도 전제한다. 많은 실험이 여전히 행해져야만 한다! 많은 미래가 여전히 어둠을 똟고 그 모습을 나타내야만 한다. (...)

- 『아침놀』(책세상 니체전집 10  · 지은이: 프리드리히 니체  · 옮긴이: 박찬국  · 책세상  · 2004년  · 원제 : Morgenro"the, 1881년) <제3권> p.189~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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