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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인간이란 무엇인가-오성·정념·도덕 본성론』 : 감관들에 관련된 회의론에 대하여

by 이우 posted Dec 25, 2018 Views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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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에서 말한 것처럼 회의론자는 이성으로써 자신의 이성을 옹호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계속하여 추리하고 믿는다. 또 회의론자는 어떤 철학적 논변으로도 물체의 존재에 관한 원리가 참이라고 주장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 규칙을 통하여 물체의 존재에 관한 원리에 동의해야 한다. 본디 자연은 이것을 회의론자가 선택하도록 하지 않았다. 분명히 물체의 존재에 대한 원리는 우리의 불확실한 추론과 사변으로 믿기에는 지나치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로 하여금 물체의 존재를 믿도록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우리가 지금 탐구할 주제는, 우리에게 물체의 존재를 믿도록 하는 원인들에 관한 것이다. (중략)

  우리는 대개 함께 뒤섞여 있는 다음과 같은 두 문제를 분리하여 검토해야 한다. 즉 우리는 대상이 감관에 나타나지 않을 때도, 왜 지속적인 존재가 그 대상들에게 속하는 것으로 여기는가?우리는 왜 그 대상들이 정신과 지각에서 독립된 어떤 존재를 갖는다고 가정하는가? (중략) 물체의 지속적이고 독립적인 존재에 관한 이 두 물음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만일 감관의 대상이 지각되지 않을 때에도 계속 존재한다면, 그 대상의 존재가 지각으로부터 독립되어 지각과 구분된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 대상의 존재가 지각으로부터 독립적이며 지각과 구분된다면, 그 대상들은 지각되지 않더라도 계속 존재하는 것에 틀림없다. (중략)

  우선 감관부터 시작해 보자. 대상들이 감관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되면, 감관이라는 직능이 그 대상들의 존재에 관한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중략) 그러기 위해서는 그 기능은 심상재현으로 나타내든가 아니면 실제로 독립적이며 외부적인 대상으로 나타내야 한다. 우리의 감관이 인상을 구별하거나 독립적이고 외부적인 어떤 것의 심상으로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감관은 우리에게 단일 지각만 전달할 뿐이며, 지각 이상의 어떤 것에 대한 최소한의 암시조차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지각은 이성이나 상상력의 어떤 추정에서 비롯되지 않고서는 이중 존재의 관념이 결코 생겨날 수 없다. 정신이 자신에게 직접 나나탄 것 이상을 보려고 할 때 품는 결단은 결코 감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정신이 단 하나의 지각에서 이중 존재를 추정하고 두 개의 존재 사이의 유사와 인과 등의 관계를 가정한다면, 정신은 확실히 감관에 나타난 것 이상을 본다. 따라서 감관들이 독립적인 존재의 관념을 암시한다면, 그 감관들은 하나의 오류와 환영을 통하여 인상을 정신과는 별개의 존재로 전달해야 한다. 이 항목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감각은 정신을 통해 그것들이 실재하는 대로 느껴진다.

  따라서 감각이 독립적 대상으로 나타나는지 아니면 단순히 인상들로 나타나는지가 의심스럽다면, 문제는 그 감각들의 본성이 아니라 감각들의 관계와 상황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감관이 인상들을 우리 자신에 대하여 외부적이고 독립적인 것으로 나타냈다면 그 대상과 우리 자신도 감관과 대면하고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이것들은 감관들이라는 기능들에 의해 비교될 수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우리 자신이 어디까지 우리 감관들의 대상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인격을 이루는 합일 원리의 본성과 동일성에 관한 문제가 철학에서 최고의 난제라는 것은 확실하다. 감관만으로 이 문제를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여기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가장 심오한 형이상학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 자아와 인격 등의 관념이 실제로 확정될 수도 한정될 수도 없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감관이 우리 자신과 외부 대상들을 구별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것을 덧붙인다. 모든 인상들은, 즉 외부적이든 내부적이든 간에 정념, 감각, 고통과 쾌락 등의 인상은 근원적으로 똑같은 지반 위에 있다. 또 우리가 그 인상들 사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다른 차이가 무엇이든 간에 그 참된 모습에 있어서 전부 인상이 아닌 지각으로 현상한다. (중략) 정신의 활동과 그 감각은 모두 의식을 통하여 우리에게 알려지므로, 그 정신 활동과 감각들은 필연적으로 모든 점에서 자신들이 존재하는 대로 나타내야 하며, 나타나는 대로 존재해야 한다. 정신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이 지각이므로. (중략)

  외부 존재에 관한 문제부터 시작하자면, 사유하는 실체(정신)의 동일성에 관한 형이상학적 문제는 내버려 두더라도, 우리 자신의 신체는 분명히 우리에게 속한다. 그런데 몇몇 인상들은 신체의 외부에 나타나므로, 우리는 그 인상들을 우리 자신의 내부에 있다고 가정한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종이는 내 손 밖에 있다. 탁자는 종이 밖에 있다. 방의 벽은 탁자 밖에 있다. 그리고 눈길을 창 쪽으로 돌려보면, 나는 내 방 밖의 넓은 뜰과 건물들을 지각한다. 이것에서 우리는 물체의 외부 존재를 확신하는 데 감관 이외의 어떤 기능도 필요 없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추정을 방지하기 위하여 우리는 다음 세 가지 탐구 가치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가 손발이나 신체의 부위를 응시할 때 지각하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신체가 아니라 감관을 통하여 들어온 인상이다. 그러므로 실재적이고 신체적인 존재를 인상이나 대상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지금 검토 중인 작용과 마찬가지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신의 활동이다. 둘째, 소리, 맛, 향기 등은 대개 정신에 의해 독립적인 성질들을 유지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연장 안에 존재를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며, 결과적으로 감관이 신체의 외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날 수 없다. 그 성질들이 장소에 속한다고 본는 이유는 다음에 살펴볼 것이다. 셋째, 우리의 시각조차도 우리에게 거리나 외재성등을 추리나 경험 없이 직접적으로 알려주지는 않으며, 이 점은 매우 분별력이 있는 철학자들도 인정한다.

  다음으로, 우리의 지각들이 우리 자신에 대해 독립성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지각의 독립성은 감관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이것에 관해 우리가 이룬 의견은 관찰과 경험에서 비롯해야 한다. (중략) 실재하는 독립적인 존재에 말할 때, 우리는 대개 존재들이 장소에서 외부적 위치에 있다는 것보다 그 존재들의 독립성을 마음 속으로 그리며, 어떤 대상의 존재가 중단되지 않고 우리가 우리 내면에서 의식하는 끊임없는 변혁으로부터 그 존재가 독립적일 때 우리는 그 대상이 충분한 실재성을 갖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하여 내가 감관들에 대해 말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감관은 자신이 실제로 작용하는 영역 이상으로는 작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감관이 우리에게 지속적인 존재의 견해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관은 독립적인 존재에 대한 의견도 거의 산출하지 않는다. 감관은 재현된 것이든 근원적인 것이든 간에 독립적 존재를 정신에게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상에 의해 재현된 것으로 독립적 존재를 근원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감관은 거짓을 전달할 수밖에 없으며, 이 거짓은 틀림없이 인상 내지 대상의 모든 관계와 지위로서 존재해야 한다. 독립적인 존재를 근원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감관들은 그 대상을 우리 자신과 비교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불가능하다. 비교가 가능하다면 감관은 우리를 속이지 않으며 속일 수도 없다. 우리가 확신을 가지고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지속적인 존재와 독립적인 존재라는 의견은 결코 감관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입증하기 위해 우리는 감관에 전달되는 인상에는 세 종류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첫째는 물체의 형태, 크기, 운동, 그리고 견실성 등의 인상이다. 둘째는 색, 맛, 향기, 소리, 뜨거움 그리고 차가움 등의 인상이다. 셋째는 칼로 피부를 절개하는 것 따위와 같이 우리 신체에 대상을 접촉시킴으로써 발생하는 고통과 쾌락이다. 철학자들이나 일반 대중이나 모두 이 가운데 첫째 종류의 인상이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존재를 갖는다고 가정한다. 일반인들은 둘째 종류가 같은 토대 위에 있다고 여길 뿐이다. 또 철학자들이나 일반인들 모두 셋째 종류는 단지 지각일 뿐이며 결국 중단되고 마는 의존적인 것으로 본다.

  그런데 우리의 철학적 의견이 무엇이든 간에 색과 소리, 뜨거움, 차가움 등은 감관에 나타나는 한, 모두 운동이나 견실성 등과 똑같은 방식에 따라 엄연히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가 그 감관에 나타나는 것들에 차이를 둘 때 이 차이는 단지 지각에서만 발생하지는 않는다. 첫재 종류의 성질들이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존재라는 데 대한 편견은 매우 강해서 근대철학자들(로크)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을 때도, 사람들이 상상하기에는  자신들의 느낌과 경험으로써 철학자들의 의견을 반박할 수 있었고 그들의 감관 지각 자체가 이 철학과 모순이었다.(중략)

  철학은 우리에게 정신에 나타나는 것은 모두 지각일 뿐이며 단절되어 있고 정신에 의존한다는 것을 일깨워주지만, 반면에 사람들은 지각과 대상들을 혼동하고, 독립적으로 지속되는 존재를 자신들이 보고 느끼는 바로 그것에 속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소감은 전혀 불합리하므로 오성 이외의 다른 어떤 기능에서 유래하는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여기에 다음과 같은 것을 덧붙일 수 있다. 즉 지각과 대상을 똑같은 것으로 여기는 한, 우리는 지각의 존재에서 대상의 존재를 추정할 수도 없고, 사실 문제에 관해 우리에게 보증해 주는 유일한 관계인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부터 어떤 논변도 구성할 수 없다. 우리가 대상들로부터 지각을 구별한 다음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여전히 그 하나의 존재로부터 다른 것의 존재를 추론할 수 없다는 점이 곧 드러날 것이다. 그러므로 요컨대 우리의 이성은 그런 구별을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어떤 가정에 입각하여 우리에게 물체의 지속적이고 독립적인 존재에 관한 확증도 제공해 줄 수 없다. 그런 의견은 전적으로 상상력에 기인하는 것이 틀림없고, 따라서 상상력이 이제 우리가 탐구해야 할 주제이다. 

  모든 인상들은 내적이고 소멸하는 존재들이며 그렇게 현상하므로, 인상들의 지속적이고 독립적인 존재에 관한 견해도 그 인상들의 성질들과 상상력의 성질들이 통합되는 데서 발생한다. (중략) 기억은 나에게 많은 대상들의 존재를 알려주지만, 이것이 알려주는 것은 대상들의 과거 존재에 지나지 않으며, 내 감관이나 기억은 대상들이 지속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가정하지는 않는다. 내가 이렇게 앉아서 이런 생각에 골몰할 때 난는 갑자기 돌쩌귀에 매달린 문이 열리는 것 같은 소리를 듣고, 잠시 뒤에 나에게로 오는 집배원을 본다. 이것은 많은 반성(reflection)과 추론의 기회를 부여한다. (중략) 나는 편지를 받고 그 봉투를 열었을 때, 필적과 서명으로 미루어 200리근나 떨어져 있는 친구에게서 편지가 왔다는 것을 지각한다. 내 기억과 관찰에 따라 우리 사이에 있는 바다와 육지를 마음 속으로 펼쳐보지 않고, 또 우체국과 연락선의 여러 가지 효과와 지속적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서는, 내가 이 현상을 다른 사례들에서의 경험과 일치하도록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

  -  『인간이란 무엇인가-오성·정념·도덕 본성론』(지은이 : 데이비드 흄 · 옮긴이 : 김성숙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9년 · 원제 : Treatise of Human Nature, 1740), 제1편 오성, p.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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