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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정신분석과 재현 · 욕망 기계 · 탈영토화

by 이우 posted Dec 04, 2018 Views 6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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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안티오이디푸스.jpg


  (...) 분열-분석의 테제는 단순하다. 즉 욕망은 기계이며, 기계들의 종합이며, 기계적 배치체, 즉 욕망기계들이라는 것이다. 욕망은 생산의 질서에 속하며, 모든 생산은 욕망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신분석이 이러한 생산의 질서를 으깼고, 또 그것을 재현 속으로 전복시켜 버렸다고 비난한다. 무의식적 재현이라는 관념은, 정신분석의 대담성이기는커녕, 그 출발에서부터 자신의 파탄 내지 포기를 표시해 준다. 즉 더 이상 생산하지 않으며 믿는 데 그치는 무의식 말이다. 무의식은 오이디푸스를 믿는다. 무의식은 거세, 법을 믿는다. 정신분석가야말로 필경 믿음이 가장 엄밀하게는 무의식의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말한 자이리. 우리 안의 정신분석가라는 것까지 말해야 하지 않을까? 믿음은 무의식적 재현이 원격작용으로 의식적 질료에 행사한 결과일까? 하지만 역으로, 먼저 생산들의 자리를 차지한 믿음들의 체계가 아니라면, 무엇이 무의식을 재현이라는 이런 상태로 환원했을까?

  실로 사회적 생산이 자율적이라고 가정된 믿음 속에서 소외된는 것과 욕망적 생산이 무의식적이라고 가정된 재현들 속에서 우화되는 것은 동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욕망적 · 사회적 생산을 변질시키고 일그러뜨리며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넣은 이 이중 작용을 수행하는 것은 바로 동일한 심급, 즉 가족이다. 믿음-재현이 가족과 맺는 연줄 또한 우발적이지 않으며, 재현이 가족적 재현이라는 점은 재현의 본질에 속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생산이 제압되지는 않으며, 생산은 생산을 질식시키지만 역으로 파열의 극한까지 울려 퍼지게 할 수 있는 재현적 심급 밑에서 계속 으르렁거리고 윙윙거린다. 그러면 생산의 지대들에 실효적으로 침범하기 위해, 재현은 비극과 신화의 모든 권력으로 가득 차야 할 것이며, 가족을 신화적이고 비극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신화와 비극도 생산들이요, 생산 형식들 아닐까? 확실히 그렇지 않다. 신화와 비극은 현실적인 사회 생산과, 현실적인 욕망적 생산과 연관해서만 생산이다. 그렇지 않을 때는, 신화와 비극은 생산 단위들을 차지한 이데올로기 형식들이다. 옹이디푸스, 거세 등을 누가 믿는 것일까? 희랍인들일까? 하지만 희랍인들은 자신들이 믿었던 것처럼 생산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희랍인들이 그처럼 생산한다고 믿는 희랍 연구가들일까? 적어도 희랍 연구가들은 그랬다. 엥엘스는 이들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그들은 신화를, 비극을 (...) 믿었다고 말할 수 있으이라." 오이디푸스와 거세를 자신에게 재현하는 것은 무의식일까? 아니면 그렇게 무의식을 재현하는 것은 정신분석가, 우리 안의 정신분석가일까? 왜냐하면 바로 정신분석가들이 "신화를, 그리고 비극을 (...) 믿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는 엥엘스의 말이 이토록 많의 의미를 되찾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희랍 연구가들은 오래전부터 신화와 비극을 믿기를 그쳤는데, 정신분석가들은 계속해서 믿고 있다). (...)

  미셸 푸코는 어떤 절단이 재현의 세계에 생산을 난입시켰는지 깊이 있게 보여 주었다. 생산은 노동의 생산내지 욕망의 생산일 수 있고, 사회적 생산 내지 욕망적 생산일 수 있다. 생산은 더 이상 자신을 재현 속에 포함되게 내버려 두지 않는 힘들에 호소하며, 또 모든 측면에서 재현을 꿰뚫고 있는 <어둠의 광대한 층>에 호소하는 것이다. 재현의 고전적 세계의 이런 파탄 내지 탕진에 푸코는 18세기 말과 19세기라는 날짜를 부여한다. 따라서 상황은 우리가 말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해 보인다. 왜냐하면 정신분석은 모든 가능한 재현에 종속되는 대신 이것들을 자신에게 복종시키는 생산 단위들을 이렇게 발견하는 최고 지점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카도가 재현 가능한 모든 가치의 원리로 양적 노동을 발견함으로써 정치경제학 또는 사회 경제학을 정초한 것과 마찬가지로, 프로이트는 욕망의 대상들과 목표들의 모든 재현의 원리로 양적 리비도를 발견함으로써 욕망 경제학을 정초한다. 리카도가 노동의 주체적 본성과 내적 추상적 본질을 발견하는데, 이들은 욕망과 노동을 객체들, 목표들 또는 심지어 우너천들에 결부해 왔던 모든 재현을 넘어 갔다. 따라서 리카도가 <단적인 노동 자체>를 뽑아낸 최초의 사람이듯, 프로이트는 단적인 욕망 자체를 최초로 찾아낸 사람으로, 이를 통해 이들은 재현을 실효적으로 넘어서는 생산 영역을 최초로 찾아냈다. 주체적 · 추상적 욕망은 탈영토화 운동과 뗄 수 없는데, 이 운동은 재현의 틀 속에서 욕망 내지 노동을 특정 인물 내지 특정 대상에 여전히 연계하고 있던 모든 특수한 규정 아래에서 기계들과 담당자들의 놀이를 발견한다.

  욕망 기계들과 욕망적 생산, 욕망의 심리 장치들과 욕망의 기계들, 욕망 기계들과 이 기계들을 해독하기에 적절한 분석 기계의 설치, 다시 말해 부분적 연결들, 포괄적 분리들, 유목적 결합들, 다의적인 흐름과 사슬들, 변환적* 절단들 등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자유로운 종합들의 영역, 그리고 무의식의 구성체로서 욕망 기계들과 이 기계들이 조직된 군중들 속에서 통계적으로 구성하는 그램분자적 구성체들의 관계, 이로부터 생겨나는 억압-탄압의 정치..... 이런 것들이 분석장(分析場)을 구성하며, 이 재현 아래 차원의 분석장은 오이디푸스마저 가로질러, 아직도 정 분석과 재현의 화해를 표시해 주는 신화와 비극마저도 가로질러 계속 살아남아 가능하리라. 이제 정신분석 전체를 가로지르고 있는 비극적 · 신화적인 가족적 재현과 욕망적 · 사회적 생산 사이의 갈들이 남는다.

  왜냐하면, 신화와 비극은, 욕망을 특수한 객관적 코드들―토지의 몸, 전제군주의 몸―로 여전히 데려오듯 특정한 외부조건들로 여전히 다시 데려와, 이런 식으로 추상적 내지 주체적 본질을 방해하는 상징적 재현들의 체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주목할 수 있었던 것은, 프로이트가 심리적 장치들, 욕망적 · 사회적 기계들, 충동 메커니즘과 제도 메커니즘 등에 대한 고찰을 으뜸가는 것으로 복원시킬 때마다 신화와 비극에 대한 그의 관심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으며, 이와 동시에 프로이트는 융에게서, 그 다음엔 랑크에게서, 객체적인 것으로서 욕망의 본질이 신화나 비극 속에서 소외된 채 외부적 재현으로 재건된다는 점을 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

  .....................

  * 변환(transduction) 개념은 시몽동에서 유래했다. 생산과 재현에 관해서는 "Interview / Flex Guattari," in Diacritics, a review of contemporay criticism, Fall 1974, p.39를 볼 것.  "기호들은 물질 못지않게 작동한다. 물질은 기호들 못지않게 표현한다. (...) 본질적으로 변환은 기호론적 표현의 사슬들과 물질적 사슬들 사이에서 뭔가가 유도되고 뭔가가 발생한다는 관념이다."

  ** 디디에 양지와는 특히 두 시기를 구별한다. 1906~1920년 시기는 <정신분석의 역사에서 신화론적 작업들의 위대한 시대>를 이루며, 그 다음은 프로이트가 두번째 장소론 및 욕망과 제도들의 관계들이라는 문제들로 방향을 바꾸어, 신화들의 체계적 탐험에는 갈수록 관심을 잃어 가게 되며, 상대적으로 평가가 하락한 시기이다.("Freud et la mythologie," in Incidence de la psychanalyse, 1권, 1970, pp. 126~129)

 - 『안티 오이디푸스』(질 들뢰즈 · 펠릭스 가타리 · 민음사 · 2014년  · 원제 : L’Anti-Edipe: Capitalisme et schizophrenie, 1972년) <3. 오이디푸스 문제> p.49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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