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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 미개인과 야만인, 그리고 교환

by 이우 posted Aug 21, 2018 Views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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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 안에서 올바르고 진실된 구성의 시점을 찾으면서 불랭빌리에가 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는 구성의 시점을 법 안에서 찾기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자연 안에서 찾기도 거부하였다. 그것은 반법률주의이고 동시에 반자연주의였다. 불랭빌리에의 가장 큰 적수와 그 적수의 후계자들은 바로 이 자연, 즉 자연적 인간일 것이다. 또는 이런 종류의 분석의 가장 큰 적수는 자연의 인간, 즉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에서의 미개인이다. 그것은 법률가, 혹은 법의 이론가들이 사회체의 구성 요소로 보았던 자연인이다. 구성 시점을 찾으면서 불랭빌리에와 그 후계자들은 어떤 점에서 사회체에 선행하는 이 미개인을 찾지 않았다. 그들이 또한 회피하고자 했던 것은 미개인의 또 다른 양상, 즉 경제학자들에 의해 발명된 사상적인 요소인 이 또 다른 자연인, 다시 말해서 자신의 이해(利害)에 따라서만 행동하고 자기 노동의 산물을 다른 산물과 교환하는, 과거도 없고 역사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불랭빌리에와 그 후계자들의 역사-정치적 담론이 피해 가고자 했던 것은 계약에 의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숲에서 방금 나온 그 이론적·법률적 미개인, 그리고 교환과 물물교환을 하도록 운명지워진 호모 에코노미쿠스적 미개인이다. 미개인과 교환 행위의 이와 같은 짝짓기는 절대적 중요성을 지닌다고 나는 생각한다. 18세기의 법이론이나 법률사상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18세기 법이론에서부터 19세기와 20세기의 인간학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이 미개인과 교환의 짝짓기를 계속해서 발견할 수 있다.

  요컨대 18세기 법률사상에서나 19세기 또는 20세기의 인간학에서나 인간은 기본적으로 교환하는 사람이다. 그는 권리와 재화를 교환한다. 그는 권리의 교환자로서 사회와 군주의 권력을 창설하고, 재화의 교환자로서 경제 구성체이기도 한 사회 구성체를 구성한다. 18세기 이래로 미개인은 기본적 교환의 주체가 되었다. 그런데 불랭빌리에에 의해 정립된 역사-정치적 담론은 이 미개인(18세게 법이론에서 매우 중요한)에 대항하여 다른 인물을 내세웠다. 이 다른 인물은 법률가(그리고 이어서 인간학자)들의 미개인과 마찬가지로 중요하지만 그 구성방식은 전혀 달랐다. 미개인의 적수, 그것은 다름 아닌 야만인이었다.

  야만인은 미개인과 대립된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우선 미개인은 다른 미개인들과 함께 미개성 안에서 항상 미개인이다. 그런데 어떤 종류이건간에 사회와 관계를 맞는 순간부터 그는 미개인이기를 그친다. 그러나 야만인은 그가 편입되지 못한 한 문명과의 관계 속에서만 이해되고, 성격지어지고, 정의될 수 있다. 외부의 야만인을 격파한 어떤 문명의 지점이 없으면 더 이상 야만인도 없다. 야만인이 경멸하는 혹은 선망하는 그 문명의 지점에 대해서만, 야만인은 적대관계, 혹은 영구 전쟁관계를 맺는다. 야만인이 파괴하거나 제 것으로 가로채려 하는 문명이 없이는 야만도 없다. 야만인, 그것은 항상 국가들의 국경선을 짓밟는 자이고, 도시들의 성벽에 부딪치는 자들이다. 미개인과 달리 야만인은 그가 속한 자연의 배경 앞에 자리잡고 있지 않다. 그들은 사회를 건설함으로써 역사에 들어가는 거서이 아니라, 한 문명을 파괴하고 불지르고 거기에 침투함으로써만 역사에 편입된다. 그러므로 미개인과 야만인의 첫번째 차이점은 문명과의 관계, 다시 말해서 선행하는 역사와의 관계이다. 자기들이 방금 불태워버린 문명의 선행 역사가 없으면 야만인도 없다.

  두번째로 야만인은 미개인과 같은 교환의 매개가 아니다. 야만인은 근본적으로 교환과는 전혀 다른 어떤 것, 즉 지배의 매개수단이다. 미개인과는 달리 야만인은 장악하여 제 것으로 만든다. 그들은 영토를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장악하여 제 것으로 만든다. 그들은 영토를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약탈한다. 다시 말하면, 그들과 재산과의 관계는 부차적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봉사하도록 만든다. 남에게 땅을 경작하도록 하고, 말을 보살피게 하며, 자신들의 무기를 만들어 오도록 시킨다. 그들의 자유도 역시 타인의 잃어버린 자유 위에 놓여 있을 뿐이다. 그리고 권력과 맺는 관계 속에서도 미개인과는 달리 야만인은 결코 자신의 자유를 양보하지 않는다. 미개인은 넘쳐 흐르는 자유를 갖고 있어서, 자신의 생명과 안전·재산·재화를 지키기 위해 그것을 타인에게 양도한다. 그러나 야만인은 결코 자신의 자유를 양도하지 않는다. 그들이 스스로 왕이나 수장을 만들어 권력을 형성할 때도 자기 고유의 권리를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약탈과 훔치기에서 좀더 강자가 되기 위해, 그리고 좀더 힘센 침략자가 되기 위해 그렇게 할 뿐이다. 야만인이 권력을 옹립하는 것은 자기의 개인적인 힘을 가속화시키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하면, 야만인에 있어서 정부의 모델은 필연적으로 군사적인 정부이며, 미개의 특징인 민간적인 양도의 계약에 전혀 근거하지 않는다. 불랭빌리에의 역사가 18세기에 수립한 인간 유형이 바로 이 야만적 인물의 유형이었다.

  우리가 그들의 결점과 악의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대의 법률-인간학적 사상과 미국의 목가식 유토피아에서 미개인이 항상 선한 것으로 간주되는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확히 말해서 교환하고 증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왜 그들이 선하지 않겠는가? 이때 증여한다는 것은 물론 자기들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상호성의 형식 속에서이고, 이 형식 안에서 우리는 그만하면 괜찮은, 그리고 법률적인 선함의 형식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야만인은 우리가 그들의 얼마간의 장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악랄하고 악독하다. 그들은 거만하고 비인간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교환하는 인간, 자연의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역사 인간이고, 약탈과 방화의 인간이며, 지배의 인간이다. "자만심이 강하고, 난폭하고, 조국과 법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마블리는 말하였다. 그러나 그는 야만인들을 매우 좋아했다. (...)
 
 -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1976, 콜레쥬 드 프랑스에서의 강의』 (미셸 푸코 (지은이), 박정자 (옮긴이) · 동문선 · 1998년 · 원제 : Il Faut Defendre La Societe, 1997년) p.226~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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