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철학] 『담론의 질서』 : 나눔의 문제, 분절(articulation)

by 이우 posted Aug 05, 2018 Views 26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책_담론의질서.jpg


  (...) 나눔의 문제는 학문의 세계에서나 일상적인 삶의 세계에서나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의 철학적 사유가 처음으로 개화할 때 우리는 존재의 문제에 부딪힌다. '왜 존재할까?'라는 물음은 해결할 수 없는 궁극적인 물음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이 물음 앞에서 형이상학적 좌절을 겪는다. 그 뒤 우리는 또 하나의 기본적인 물음에 부딪힌다. 그것은 '무엇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이다.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긍정한 뒤 우리는 그 무엇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를 편견 없이 바라볼 때, 우리는 이 세계가 하나이면서 동시에 여럿임을 알게 된다. 우리가 '이 세계'라고 부를 때 우리는 이 세계가 하나임을 안다. 그러나 또한 우리는 이 세계가 오직 하나인 어떤 것이 아니라 여럿이 모여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된다. 세계는 나에게 차별성을 통해 드러난다. 하늘을 파랗고 대지는 흙빛으로 빛난다. 물고기는 헤엄치고, 말은 달리며, 원숭이는 나무에 오른다. 세계는 나에게 차이(差異)로서 그리고 다(多)로서 드러나는 것이다. 으리고 우리가 무엇인가에 생각하고 말할 때 우리는 이미 이 다(多)를 어떤 식으로든 규정하고 들어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사유하고 말하고 행동할 때 우리는 최소한 두 가지의 존재론적 전제 위에 존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하나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긍정이고 다른 하나는 뮤엇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 즉 다(多)를 어떻게 나누고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입장이다. 붉은 사과 세 개와 참외 네 개가 있을 때 우리는 누구나 일곱 개의 과일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간적인 응집성이 아닌 색을 가지고서 사물을 판단하는 어떤 동물이 있다면 여기에 두 개의 과일일 존재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와 같이 어떤 인식 주체가 인식 대상을 파악할 때, 그 대상의 존재함에 대한 긍정과 더불어 그 대상을 일단 무엇무엇으로 나누어 볼 것인가 하는 존재론적 분절(l'articulation ontologique)의 문제는 언제나 전제되는 것이다. (...)

  <말과 사물>은 서구인들이 그들에게 매우 낯선 나눔에 부딪혔을 때 느끼는 당혹감을 서술함으로써 시작하고 있다. 이 책의 발상은 보르헤스의 한 원문으로부터 유래한다. 즉 그의 원문을 읽었을 때 지금까지 간직해온 나의 사고―우리의 시대와 풍토를 각인해주는 우리 자신의 사고―의 전지평을 산산이 부수어버린 웃름으로부터 연유한다. 그 웃음과 더불어, 우리가 현존하는 수많은 생명체를 정돈하는 데 상용해 온 모든 정렬된 표층과 모든 평면이 해제되었은가 하면 오래 전부터 용인되어온 동일자와 타자 사이의 관행적인 구별은 계속 혼란에 빠지고 붕괴의 위협을 받았다. 이 원문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는 '중국의 한 백과사전을 인용하고 있다 : "동물들은 다음과 같이 부류된다. 1)황제에 속하는 동물, 2)향료로 처리되어 방부 보존된 동물들, 3)사육동물들, 4)젖먹이 동물들, 5)인어들, 6)전설상의 동물들, 7)주인 없는 개들, 8)이 분류에 포함되는 동물, 9)광인들처럼 소란피우는 동물, 10)셀 수 없는 동물, 11)낙타털과 같이 미세한 모필로 그려질 수 잇는 동물, 12)기타 등등, 13)물단지를 깨뜨린 동물, 14)멀리서 볼 때 파리처럼 보이는 동물들." 이와 같은 분류법, 우화를 통해 드러나는 것에 대해 경탄하는 가운데, 우리가 단번에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사고의 극한, 즉 바로 이것에 대한 사고의 불가능성이다.

  한 문화가 그에 익숙해져 있는 존재론적 분절과는 전혀 다른 분절법과의 만남, 사물들이 그 안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렬되고 있는 낯선 공간과의 부딪힘으로부터 야기되는 당혹감이 잘 서술되어 있다. 하나의 존재론적 분절 체계 속에서 다른 체계로 넘어가는 경계선, 하나의 동일자와 그에 대한 타자가 만나는 극한선상에서 푸코 철학의 문제 의식은 생성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존재론적 분절에는 매우 많은 종류가 있다. 우리가 일상적인 삶에서 전제하고 살아가는 분절들이 있는가하면 원자, 전자, 소립자와 같은 물리학자의 나눔, 남성과 여성 같은 생물학적인 나눔,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조아 같은 19세기 정치경제학의 나눔 등, 우리는 우리의 관점에 따라 무한히 존재하며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겪는 나눔의 복잡한 체계 속에서 살아간다. (...)

 - 『담론의 질서』(미셸 푸코 · 새길 · 1993년 dnjswp : L'ordre du discours, Gallimard, 1971년) 역자 이정우가 쓴  <제2부 푸코 사상의 여정> p.61~64










?

  1. 21
    Sep 2018
    01:52

    [철학]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 생산하는 몸체와 질료, 그리고 공백

    아이네아스*의 후손들의 어머니시여, 인간과 신들의 즐거움이시여, 생명을 주시는 베누스시여, 당신은 하늘을 미끄러지는 별들 아래 배들을 나르는 바다와 곡식을 가져오는 땅들을 그득하게 채워주십니다. 당신으로 인하여 목숨 가진 것들의 모든 종족이...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 file
    Read More
  2. 18
    Sep 2018
    02:52

    [철학] 자연주의 철학자들 · 2 : 에피쿠로스, 루크레티우스, 그리고 디오게네스

    (...) 객관적 진리에 집착하는 한 지식은 모조리 헛소리일 뿐이다. "진리를 묻기 전에 누가 진리를 묻는지를 물어라.' 이런 니체의 반지식적 입장은 이미 2천년 전에 배태된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신은 죽었다"는 말도 니체가 원조는 아니...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2 file
    Read More
  3. 18
    Sep 2018
    02:37

    [철학] 자연주의 철학자들 · 1 : 탈레스에서 데모크리토스까지

    (...) 메소포타미아의 고대인들이 불멸의 것에 큰 가치를 둔 이유는 현세 이외에 어딘가 내세가 있으리라는 종교적 믿음 때문이다. 같은 시기의 이집트인들이 죽은 사람의 무덤에 내세의 길잡이인 <사자의 서>를 넣은 것과 같은 이유다. 고대인들에게는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7 file
    Read More
  4. 07
    Sep 2018
    12:29

    [철학] 힐링(Healing)과 쇼펜하우어. 현대인은 '쇼펜하우어'이거나 '키에르케고르'일 지 모른다

    (...) 헤겔이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시절에 헤겔과 같은 강의 시간에 자신의 강의를 배정할 만큼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세를 보였던―수강생의 수에서는 심하게 밀렸지만―쇼펜하우어(Althur Schopenhauser, 1788~1860)는 헤겔과 정반대인 비관주의적 입...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63 file
    Read More
  5. 24
    Aug 2018
    13:22

    [철학] 『말과 사물』 : 유사(類似)와 상사(相似), 그리고 기호(記號)

    1. 네 가지 유사성 (...) 16세기 말엽까지 서양 문화에서 닮음의 역할은 지식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텍스트에 대한 주석과 해석을 대부분 이끈 것은 바로 닮음이다. 닮음에 의해 상징 작용이 체계화되었고 가시적이거나 비가시적 사물의 인식이 가능하게...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92 file
    Read More
  6. 21
    Aug 2018
    18:07

    [철학]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 규율권력 · 생물권력 · 인종주의

    (...) 생물정치는 규율적 메커니즘과 전혀 다른 메커니즘들을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생물정치에 의해 작동된 메커니즘은 우선 예측과 통계, 그리고 전체적인 측정 다음에 그런 특정 현상이나 개별적인 개인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반적이고 글로벌...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87 file
    Read More
  7. 21
    Aug 2018
    16:17

    [철학]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 미개인과 야만인, 그리고 교환

    (...) 역사 안에서 올바르고 진실된 구성의 시점을 찾으면서 불랭빌리에가 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는 구성의 시점을 법 안에서 찾기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자연 안에서 찾기도 거부하였다. 그것은 반법률주의이고 동시에 반자연주의였다.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60 file
    Read More
  8. 21
    Aug 2018
    15:22

    [철학]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 봉건제의 발생 · 절대왕정제의 탄생

    (...) 로마인 문제 다음으로 내가 불랭빌리에의 분석 예로서 들고 싶은 것은, 그가 프랑크족에 관해 제기한 문제이다. 골에 들어온 프랑크인은 과연 누구인가? 내가 방금 여러분에게 했던 질문, 즉 비교적 적은 숫자로 골에 침입하여 그때까지 강했던 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88 file
    Read More
  9. 19
    Aug 2018
    02:41

    [철학]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 주권의 문제 · 홉스의 리바이어던

    (...) 오늘은 16세기말과 17세기초에 어떻게 전쟁이 권력관계의 분석틀로 나타나기 시작했는지를 살펴보겠다. 물론 여기서 우리가 곧장 만나는 하나의 이름이 있다. 홉스의 이름이 그것이다. 그는 일견 전쟁관계를 권력관계의 원칙과 기초로 삼은 사람인...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0 file
    Read More
  10. 18
    Aug 2018
    06:49

    [철학]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 계보학 · 인종주의적 담론의 역사

    (...) 내 생각에는 중세의 전통적인 세 축 안에서 역사적 담론의 이 두 기능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계보학적 축은 왕권의 유구함을 말해주고, 위대한 선조들을 일깨워주며, 제국이나 왕국의 개국 영웅들의 위엄을 다시 발견하게 한다. 이런 식의 계...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18 file
    Read More
  11. 05
    Aug 2018
    12:45

    [철학] 『담론의 질서』 : 나눔의 문제, 분절(articulation)

    (...) 나눔의 문제는 학문의 세계에서나 일상적인 삶의 세계에서나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의 철학적 사유가 처음으로 개화할 때 우리는 존재의 문제에 부딪힌다. '왜 존재할까?'라는 물음은 해결할 수 없는 궁극적인 물음으로 다가온다. 우...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61 file
    Read More
  12. 02
    Aug 2018
    17:49

    [철학] 『담론의 질서』 : 배제(exclusion)의 과정(금기, 분할과 배척, 진위의 대립)

    (...) 어떤 사회든 담론의 생산을 통제하고, 선별하고, 조직화하고 나아가 재분배하는 일련의 과정들―그의 힘들과 위험들을 추방하고, 그의 우연한 사건을 지배하고, 그의 무거운, 위험한 물질성을 피해 가는 역할을 하는 과정들―이 존재한다. 유럽과 같...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39 file
    Read More
  13. 01
    Aug 2018
    22:57

    [사회] 『아케이드 프로젝트』 : 보헤미안 · 여행 · 산책자 · 구경꾼

    (...) "내가 이해하기로 보헤미안들이란 사는 것이 문제이고, 그들을 둘러싼 상황이 신화이며, 재산은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는 개인들의 계층을 가리킨다. 그들은 도대체 정해진 거처도, 공인된 안식처도 없다.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지만 어디에서든 만...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23 file
    Read More
  14. 30
    Jul 2018
    23:39

    [문학] 『아케이드 프로젝트』 : 보들레르

    (...) 나다르는 1843년~1845년에 보들레르가 살던 피모당 호텔 근처에서 그를 만났을 때의 복장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반작반짝 윤이 나는 장화 위에 바짓가락을 바짝 댄 검은 바지, 농민과 서민들이 입던 조잡하고 헐렁한 옷, 인부들이 주로 입는 ...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74 file
    Read More
  15. 28
    Jul 2018
    14:24

    [사회] 『아케이드 프로젝트』 : 도시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휴가 강박증

    (...) 나플레옹 3세 치하에서 파리의 근본적인 개조는 무엇보다 콩코르드 광장과 시청을 연결하는 선상에서 이루어졌다. 아마 70년전쟁(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은 파리의 건축상의 경관을 위해서는 하늘의 축복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플레옹 3세는 모...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85 file
    Read More
  16. 25
    Jul 2018
    12:25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양태(modus) · 변용(affections) · 감정(affectus, affects)

    (1) 변용들은 양태들 그 자체다. 양태들은 실체 혹은 그 속성들의 변용들이다(<윤리학>, 1부, 명제25, 보충 : 1부, 명제 30, 증명). 이 변용들은 필연적으로 능동적이다. 왜냐하면 그것드른 적합한 원인으로서의 신의 본성에 희해서 설명되는데, 신은 수...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82 file
    Read More
  17. 25
    Jul 2018
    11:09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추상(abstractions, abstractions)

    (...) 핵심은 스피노자가 <윤리학>에서 확립하고 있는 추상 개념과 공통 개념 사이의 본성의 차이이다(2부, 명제 40, 주석1). 공통 개념은 서로 적합한 신체들, 다시 말해 법칙들에 따라 자신들의 각 관계를 결합하고 이 내적인 적합 혹은 결합에 상응하...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82 file
    Read More
  18. 24
    Jul 2018
    16:57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슬픔과 기쁨, 나쁨과 좋음, 그리고 윤리(Ethics)

    (...) 슬픔에는 부정적이지도 외적이지도 않은 환원불가능한 어떤 것이 있다. 그것은 체험된 실제적인 이행, 지속이다. <나쁨>의 궁극적인 환원불가능성을 보여주는 어떤 것이 있다. 그것은 행위 능력 혹은 변용 능력의 감소로서의 슬픔이다. 이 슬픔은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00 file
    Read More
  19. 19
    Jul 2018
    09:27

    [철학] 『에티카』 : 신(神)에 대하여③

    (...) 일어난 모든 것이 자신들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킨 다음, 사람들은 모든 사물들 안에서 그들에게 가장 유용했던 것을 특별한 것으로 판단해야 했고, 또한 그들에게 가장 큰 이익을 주었던 것을 가장 탁월한 것으로 평가해야 했...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445 file
    Read More
  20. 19
    Jul 2018
    08:31

    [철학] 『에티카』 : 신(神)에 대하여②

    (...) 이제는 자연이 자신 앞에 설정한 어떠한 목적도 없고 모든 목적인은 인간이 꾸며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논의가 필요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며 정리161)과 정리 32의 따름정리2)들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이 편견이 그 기원을 ...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249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 18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