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은 스피노자가 <윤리학>에서 확립하고 있는 추상 개념과 공통 개념 사이의 본성의 차이이다(2부, 명제 40, 주석1). 공통 개념은 서로 적합한 신체들, 다시 말해 법칙들에 따라 자신들의 각 관계를 결합하고 이 내적인 적합 혹은 결합에 상응하여 서로를 변용시키는 둘 혹은 여러 신체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적인 어떤 것에 대한 관념이다. 공통 개념은 우리의 변용 능력을 포함하며, 우리의 이해 능력에 의해서 설명된다. 반대로 추상 개념은 우리의 변용 능력 한계를 넘어서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하는 대신에 상상하는 것에 머무를 때 나타난다. 이때 우리는 서로 결합하는 관계들을 더 이상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며, 우리의 상상에 강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에 다른 것들을 무시하면서 우리가 본질적인 특징으로 내세우는 외적인 기호나 가변적인 감각 성격만을 간직한다(직립 동물으로서의 인간, 웃고 말하는 동물로서의 인간, 털이 없고 두 발을 가진 이성적 동물로서의 인간 등등). 우리는 결합의 통일성, 이해 가능한 관계들의 결합, 내적인 구조들을 감각적인 유연성과 차이들의 대략적 설정으로, 자연 속에서 연속성, 불연속성, 자의적인 유비를 확립한다.
어떤 의미에서 추상은 허구(fiction)를 가정한다. 왜냐하면 추상의 핵심은 이미지들을 통해서 사물들을 설명하는 것(그리고 신체들의 내적인 본성을 그 신체들이 우리 신체에 미친 외적인 결과로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의미에서, 허구는 추상을 가정한다. 왜냐하면 허구 그 자체는 외적인 결합(association) 혹은 변형(trans-formation)의 질서에 따라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넘어가는 추상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다(<지성개선론> 문단 62-64 : <인간이 짐승으로 변형된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것을 이주 일반적인 방식으로 말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는 어떻게 부적합 관념이 추상성과 허구성을 결합하고 있는지 보게 될 것이다. 허구적 추상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첫번째, 종차 혹은 유전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가변적인 성격에 의해 정의되는 강(綱), 종(種), 속(属)(개, 짖는 동물 등등). 그런데 스피노자는 종과 종차에 의한 정의 절차에 공통 개념과 연관을 갖는 아주 다른 절차를 대립시킨다. 그것은, 존재들을 그것들의 변용 능력에 의해서, 그것들이 가질 수 있는 변용들에 의해서, 그것들이 반작용 할 수 있는 자극들, 그것들이 견뎌낼 수 있는 자극들, 그것들의 힘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그것들을 변들게 하거나 그것들을 죽게 만드는 작동들에 의해서 정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능력에 따른 존재들이 분류를 획득하게 될 것이며, 어떤 것들이 어떤 것들과 적합한지, 어떤 것들이 적합하지 않은지, 무엇이 누구에게 영양물로 사용될 수 있는지, 누가 누구와 한 사회를 이룰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떤 관계들 아래서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인간, 말, 개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철학자와 술주정뱅이, 사냥개와 보초견, 경주마와 역마는 그것들이 변용 능력에 의해,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들이 자신들의 삶, 각자가 만족하는 삶(<윤리학>, 3부, 명제 57, 주석)을 실행하고 충족시키는 방식에 의해 구별된다. 따라서 종과 속이라는 추상 관념들과 동일한 기준을 가진 결코 갖지 않는 다소 일반적인 유형들이 존재한다. 속성들 또한 실체를 종으로 규정하는 종차들이 아니다. 그것들 자체 또한 자신들의 종(種) 속에서 무한하다고 말해지긴 하지만(여기에서 <종>은, 속성들이 양태들은 변용들 자체이기 때문에, 단지 실체로서 무한한 변용 능력을 구성하는 필연적인 존재 형식을 지시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종이 아니다.
두번째는 수(number)이다. 수는 추상관념의 상관자다. 왜냐하며 우리는 사물들을 강, 종, 속의 구성 부분들로서 헤아리기 때문이다. 수가 상상의 보조자(<편지 12, 메이으로에게>)인 것은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이다. 수는 그 자체가, 존재 양태들에 적용되는 한, 즉 존재 양태들이 실체로부터 따라나오는 방식과 그것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이 추상되는 한, 추상물이다. 반대로 자연에 대한 구체적인 시각은 도처에서 무한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 부분들의 수를 통해서는 아무 것도 무한하지 않다. 2, 3, 4....를 통과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무한히 많은 속성들로 구성된 것으로, 긍정될 수 있는 실체도 무한하지 않게 될 것이며(<편지 64>, 슐러에게), 무한히 많은 부분들을 가지고 있는 존재 양태도 무한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한성이 존재하는 것은 그 수에 의해서가 아니다(<편지 81, 취른하우스에게>). 따라서 수에 의한 구별은, 속성들 사이의 실제적 구별이 결코 수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체에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양태들에게도 적합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수에 의한 구별은 추상적으로만, 그리고 상상으로서만 양태와 양태적 구별을 표현할 뿐이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초월적인(transcendantaux) 개념들이다. 존재들 사이의 외적인 차이를 확립하는 요소로서의 특유하거나 유전적인 성격들이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 존재(Etre) 혹은 존재와 동일한 외연을 갖는 개념들이 문제가 된다. 사람들은 그것들에 초월적인 가치를 부여하며, 무(無)와의 대비를 통해 그것들을 확립한다(존재-비존재, 통일성-다양성, 진리-허위, 선-악, 질서-무질서, 미-추, 완전성-불완전성...). 사람들은 단지 내재적 의미만을 갖는 것을 초월적인 가치로 제시하고, 상대적인 대립일 뿐인 것을 절대적인 대립을 통해 정의한다. 이와 같이 선과 악은 좋음과 나쁨, 즉 특정한 존재 양태가 갖는 행위 능력의 변이에 방향에 따라 그 양태를 특징 짓는 추상 개념들, 따라서 특정한 존재 양태와 관련하여 말해지는 좋음과 나쁨의 추상 개념들이다(<윤리학>, 4부, 서문)
기하학적인 존재들은 특수한 문제를 제기한다. 기하학적인 도형은 어떤 의미에서 보나 추상들 혹은 이성들의 조재에 속하기 때문이다. 도형은 척도의 대상인데, 척도는 수와 같은 종류의 보조자이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무(無)를 함축하고 있다(<편지 50> 엘레스에게), 그러나 다른 이성의 존재들이 참된 원인들에 대한 무지를 함축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기하학적 존재들에 대해서는 적합한 원인을 ㅅ러정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한 도형에 특수한 정의(예를 들면, 중앙의 한 점으로부터 동일한 거리에 위치해 있는 점들의 자리로서의 원)를 발생적 정의로(한쪽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다른 한쪽은 움직이는 모든 직선에 의해서 그려지는 도형으로서의 원 : <지성개선론>, 문단 95~96, 혹은 반원의 회전으로 그려지는 도형으로서의 구 : 같은 책, 문단 72). 물론 그것은 추상적인 것과 허구적인 것과의 관계에 따르면 여전히 허구다. 왜냐하면 어떤 원, 어떤 구도 자연에서는 그렇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단일한 본질도 그와 같이 설정되지 않는다. 선이나 반원의 개념은 우리가 그것에 부여한 운동을 결코 내포하고 있지 있지 않다. 바로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이 유래한다 : 나는 자의적으로 원인을 구성한다( <지성개선론>, 문단 72). 그러나 실제 사물들이 관념들이 그것들을 표상하는 대로 생산될 때조차도, 관념들이 참인 것은 그것에 의해서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의 진리성은 대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자율적인 능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지성개선론>, 문단 71).
마찬가지로 기하학적 존재에 대한 허구적 원인은 우리가 우리의 이해 능력을 인식하는 데 사용하고, 신의 관념(선과 반원의 운동을 결정하는 신)에 이르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한다면, 조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신의 관념과 더불어 모든 허구와 추상은 중지되고, 단일한 현실적 사물들이 자신들의 질서에 따라 생산되듯이 관념들이 신의 관념으로부터 자신들의 질서에 따라 흘러나올 것이기 때문이다(,징성개선론>, 문단 73, 75, 76). 기하학적 개념들이, 그것들과 연관이 있는 추상을 꾸며내고, 또한 스스로를 꾸며낼 수 있는 허구들인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따라서 그것들은 추상 개념보다는 공통 개념에 더 가깝다. (중략) 기하학적 방법은 그 모든 의미와 그 모든 외연을 보존하게 될 것이다. (...)
- <스피노자의 철학>(질 들뢰즈 · 민음사 · 2001년 · 원제 : Spinoza.: Philosophie pratique) <제4장 윤리학의 주요 개념 색인> p.7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