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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머니의 나라-오래된 미래에서 페미니스트의 안식처를 찾다』 : 모쒀 남자도 멋지다

by 이우 posted Jul 18, 2018 Views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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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말(편집자 주: 종난취뉘, 重男輕女)을 빌려와 약간만 바꾼다면 모숴 사회 속 여아와 남아의 지위를 가장 잘 드러낸 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종뉘부친난(重女不輕男)'이다. 문자 그대로 '여아를 중시하지만 남아를 경시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이 두 말은 동전의 앞뒷면이 될 수 없는데, 남자를 중시하고 여자를 경시한다는 말을 여자를 중시하고 남자를 경시한다는 말로 바꾸어 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쒸인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고 남성은 열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중국인들과는 달리 모쒀인들은 더 평등한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다. 모계 혈통을 이를 존재로서 여자아이들을 아끼지만, 동시에 남자아이들을 더 낮고 하찮게 취급하지 않는다.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과 같이 양지 바른 곳에 자신의 자리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을 더 올바른 맥락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쒀 남성이 가진 자리가 무엇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첫째, 모쒀 남성은 모쒀 여성과 같이 영원히 독신으로, 결혼이 없는 사회에서 살기에 남편이 될 수 없다. 둘째, 모쒀 남성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의미의 아버지가 될 수 없다. 모쒀 사회에는 아버지도 없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 살펴볼 모쒀 남성의 삶은 가부장제 사회 속 남성의 삶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상상력을 동원해야 이제부터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선 외부인인 우리가 처음으로 알아차리게 될 모쒀 남성들의 특질은 이들이 마마보이라는 것이다. "엄마랑 저녁 먹으로 가야 해." 이 말은 장거리 관광버스 운전기사로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이동이 잦은 남자인 나의 친구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다. '미안해. 엄마를 리장에 있는 의사 선생님께 모셔다드려야 해." 구미의 집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자 다른 남자가 말했다. 모쒀 남성을 마마보이라고 부르는 말은 사실상 적절한데, 왜냐하면 평생토록 모계 가정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기 때문이다. 그는 모계 가족 구성원의 어엿한 일원으로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다른 자매형제들, 그리고 어머니쪽 친척과 함께 산다. 이들에게 어머니, 그리고 나아가 할머니는 자신들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연장자들이다. (중략)

  모쒀 남성의 또 다른 자리는 자매들이 낳은 아이들에게 삼촌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모쒀 남성들은 자신이 아샤오로 낳은 아이들의 아버지로서의 어떤 의무도 지지 않지만, 어머니쪽 조카들을 돌보는 것에는 책임감을 지닌다. 남성인 삼촌으로서 그는 가족 내에서 아이들에게 중추적인 역할을 행사한다. 삼촌의 역할은 아이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전승하고 도덕의 잣대가 되는 전통 문화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들의 삼촌과 조카 관계는 언제 보아도 흥미롭다. 자시가 자신의 조카이자 나의 대녀인 라주와 함께 어울려 있을 때, 자시는 라주의 손을 잡고 그와 길게 이야기했다. 이런 따뜻한 관계는 구미의 오빠와 구미의 아들인 농부 사이에서도 똑같이 관찰되었다.

  모쒀 남성이 나이가 들어 집안에서 최고 연장자가 되면, 가장의 형제라는 자격으로 모계 가정에서 가모장과 공동으로 큰 어른 자리를 갖는다. 아하 가정에서 할머니 아래로 두 세대, 즉 자식과 손주들이 아하 할머니의 형제에게 깍듯이 예의범절을 갖추는 모습을 보았다. 가장과 더불어 집안의 큰 어른인 그의 목소리에는 가장 만큼이나 큰 권위가 실린다. 집 밖에서 그의 역할은 마을 회의와 같이 공동체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가족 대표로 참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남성은 모계 가정 내에서 적지 않은 입지를 갖는다. (중략) 모쒀인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정중함이 몸에 베어 있다. 주위에 모쒀 남성이 있을 때 나는 여행 가방을 혼자 든 적이 없었다.시장에서 여성이든 남성이든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이들은 내 장바구니를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모쒀 남성이 성인이 되면 자신의 주 역할은 가족 농장에서 고된 일을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체력과 근육을 사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구미의 오빠인 지주오의 일과를 들여다보노라면 마치 고된 노동이 모여 있는 카탈로그를 읽는 것만 같다. 어느 날이든, 지주오는 장작을 패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는 집을 둘러싼 진흙벽을 다듬는다. 나는 언젠가 마구간을 혼자서 증축하던 것을 보았다. 또한 그는 친척에게 자주 부름을 받기도 한다. 지주오는 친척에게 가서 새로 집을 짓는 데 주춧돌이 될 커다란 바위를 끌어준다. 논을 가로질러 소가 모는 쟁기를 밀기도 하고, 벼가 익고 나서 추수한 쌀포대를 집에 쌓아두기도 한다. 집 안팍에서 가장 힘을 써야 하는 일은 전부 그의 몫이다. (중략)

  모쒀 남성은 고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충분한 대접을 받는다. 가장인 할머니는 밤에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할 때면, 얼마 보이지 않는 고기 중 가장 큰 덩어리를 남자들의 몫으로 떼어준다. (중략) 힘들고 고된 일을 하는 틈틈이 모쒀 남성들은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한다. 그들은 '남자다운 남자'들이 하는 일을 하며 노는데, 그들은 주로 남자들끼리 먹고, 마시고, 술 마시고, 싸우며 시간을 보낸다. 중국 도시에서 청년들이 즐기는  여가와는 사뭇 다른, 과거로부터 온 듯한 취미들이다.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사냥이다. 사냥은 성인 의복을 갖추어 입도록 가장에게 허락을 받은 소년들만 할 수 있는 남자들의 스포츠다. 시작 신호로 모자를 떨어뜨리고 나면, 모쒀 남자는 뛰어오르고, 눈을 빛내며 사냥 도구를 모아 친구들과 함께 언덕을 달려간다. (중략)

  모쒀인들의 생활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가장 재미있고 핵심적인 역할은 바로 '종마(種馬)'이다. 인류학자 차이후아가 말했듯이, 남자의 역할은 땅에서 풀이 자랄 수 있도록 비를 내리는 것이다. 남자는 씨앗을 품은 여자에게 물을 주어 아이가 생길 수 있게 만드는 물뿌리개 그 자체다. 모든 여성은 모계 혈통을 이어나갈 아이를 낳고 싶어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풀에 물을 줄 남성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남성은 물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매우 행복해한다.

  바로 이 역할을 따내기 위해서는 모쒀 남성은 자신을 부지런히 갈고 닦으며 오디션도 열심히 보러 다닌다. 내 생각에 그들은 공작새를 본보기로 삼은 것 같다. 공작새 수컷은 암컷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 몇 가지를 한다. 우선은 짝짓기 철을 맞이해 몸치장을 하고, 키를 키우고 강해지며 당당한 걸음걸이를 연마한다. 수컷은 실제 몸집보다 큰 알록달록한 꼬리깃털의 화려한 자태를 뽐내면서 짝을 찾아다닌다.

  시장에 갈 때면, 정말 비유 그대로 공작처럼 자신을 뽐내고 다니는 남성에게 쏠리는 시선이 어마어마하다는 데 매번 놀란다. 젊은 남성이 주로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 남성은 튼튼한 몸집에 유행에 뒤처지지 않도록 검고 긴 머리를 하나로 묶었다. 내 앞에 성큼성큼 지나가는 또 다른 남성은 역시 키가 크고, 커다란 모자 아래로 잘생긴 얼굴을 드러내며 주위를 바라본다. 다른 남성이 눈앞에서 지나가면, 두드러진 근육질 몸매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다. 루구호를 찾는 여성들이라면 모쒀 남성들의 외모가 대체로 대단히 매력적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 비해서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 그들의 매력은 단순히 생김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기애가 강하고 스스로 뽐내기를 좋아하며, 자의식이 강한 그들의 남성성이 나머지를 채운다. (중략)

  "우와!" 어느 날 자시의 민박집에 묵던 신체 건장하고 젊은 일본 관광객이 자시의 손과 자신의 손을 비교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진짜 남자답네요!" 마치 배우처럼, 모쒀 남성들은 외모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모쒀 남성은 건장한 남자의 모습을 연출해야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남성성을 표출한 만한 태도와 몸짓을 익혔다. 또한 모든 자세와 행동에서 남성적인 면모가 뿜어져 나오도록 심혈을 기울여 연출한다. (중략) 

  노래로 구애하는 것은 모쒀 남성이 여성의 눈길을 끌기 위해 주로 쓰는 전략이다. 옛날에 모쒀 남성들은 작은 배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노를 저어서 가면서, 뭍에서 기다리는 연인에게 노래를 불렀다. (중략) 때로는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여흥을 즐기는 시간에, 오래된 방식의 연애를 기억하던 중년 나이의 모쒀인들에게서 유머스러스하고 낭만적인 사랑노래를 들을 기회를 얻기도 한다. 모숴인들은 노래와 춤을 매우 중시한다. 루구호 주변의 많은 마을은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밤바다 춤 공연을 열었다. (중략) 이 모든 몸짓이 쇼맨십이 실감나도록 펼쳐진다. 모쒀 남자들은, 정말 놀 줄 안다. (중략)

  "연애를 언제 시작했어?" 내가 물었다. "열여덟 살이요." 한 명이 말했다. "나는 열일곱 살." 다른 한 명이 말했다. "그럼 몇 명이랑 자봤어?" 둘 중 어린 남자에게 물었다. 그는 스물여덟 살의 관광버스 기사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본 경험이 있었다. 그는 덤덤히 대답했다. "얼마 안돼요. 고작 70~80명 정도예요." 얼마 안되는 수라고?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그는 말을 마친 뒤에 더 자신감 있고 요령 있어 보이는 서른 살짜리 자신의 친구를 가리키며 그가 아마 더 득점을 많이 했을 거라고 말했다. "몇 명인데?" 내가 물었다. "음... 어디 보자." 그가 머릿속에서 수를 세는 동안 침묵이 흘렀다. 드디어 대답이 나왔다. "200명은 넘을 거예요. 300명에 가까울 것 같아요." "와! 너희들 대단한다!" 나는 감탄을 했다. '여자를 볼 때 어딜 봐?" 내가 물었다. '예뻐야 해요." 빠른 대답이 돌아왔다."그리고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해요."
 
  두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이들이 어떻게 연애를 하는지 대략적으로 감을 잡게 되었다. 구애 상대가 반드시 예뻐야 할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건 상대의 외모가 이들로 하여금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지 여부였다. 나이가 많고 적고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옷을 잘 차려입을 필요도 없었다. 한 번 공작새의 눈길을 끌면 표적은 달아날 수 없었다. 그는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고 춤을 추고, 달콤한 말을 하고, 멋을 부리고, 구애를 했다. 여성의 눈길을 사로잡으면? 그는 여성을 두 눈에 담고 곧장 나아갔다. (중략) 상대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해도 문제될 것은 별로 없었다. 그들은 간단히 다음 상대를 찾아간다. 모쒀 남자들은 구애를 할 만한 기회가 생긴다 싶으면 절대로 놓치는 법이 없었다. (중략)

  이미 구애를 하기도 하고 받아보기도 한 입장에서, 모쒀인들과 함께 있을 때만큼 적극적인 대시와 제안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한번은 모쒀인 친구들과 다 같이 밥을 먹는 자리였다. 탁자 너머에 있는 한 젊은 남자가 특유의 눈빛으로 나를 지그시 응시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대경실색했다. 다른 때에는 누군가가 조용조용하게, 그러나 끊이지 않고 20분 동안이나 내 호텔 방을 두드렸다. 들여보내달라는 뜻이었다.

  하루는 구미와 시장에 갔다. 구미는 자신의 마을에서 농부로 일하는 인상의 중년 남성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한 나는 깜짝 놀랐다. 내 손바닥에 그가 삼연타 작전을 썼기 때문이다. 이 작전에 대해 이미 들은 바가 있었는데, 잠자리를 하겠냐는 뜻의 모쒀식 신호였다. 맞잡은 손을 세 번 두드리면 이에 응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나 그때 그 농부가 구미를 통해 내게 말을 전했다. "너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달래." 구미가 웃으면서 말했다. (중략) 비밀스러운 악수보다 더 혁신적인 구애도 받았다.부두에서 만난 잘 생긴 한 청년은 이렇게 물었다."내가 호수 너머로 물수제비를 세 번 뜨고 나면 대답을 줘." (...)

- 『어머니의 나라-오래된 미래에서 페미니스트의 안식처를 찾다』(추 와이홍 · 흐름출판 · 2018 ·년  · 원제 : The Kingdom of Women(2017년) <8. 모쒀 남자도 멋지다> p.19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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