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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 왕도정체 · 귀족정체 · 금권정체 · 참주정체 · 혼합정체 · 민주정체

by 이우 posted May 03, 2018 Views 59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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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장 정체의 종류

   (...) 정체(政體)에는 세 종류가 있고, 그것들이 왜곡된 또는 타락한 형태도 셋이다. 세 종류의 정체란 왕도정체귀족정체(aristokratia, 최선자정체), 그리고 세번째로 재산평가에 근거한 정체이다. 세번째 정체는 금권정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해 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혼합정체**라고 부르곤 한다. 이들 가운데 최선은 왕도정체이고, 최악은 금권정체이다.

  왕도정체가 왜곡된 것이 참주정체***이다. 둘 다 1인 지배 정체지만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참주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왕은 피치자의 이익을 추구한다. 자족적이며 모든 좋음에서 우월하지 않은 통치자는 어느 누구도 왕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을 것이며, 따라서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피치자의 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그러지 못한 왕은 이름만 왕일 것이다. 참주정체는 이런 종류의 정체와 정반대인데, 참주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참주정체가 세 가지 왜곡된 정체 가운데 최악임은 더 분명하다. 그리고 최악은 최선의 반대이다. 참주정체는 왕도정체에서 생겨난다. 참주정체는 왕도정체가 타락한 것으로, 사악한 왕이 참주가 되는 것이다.

  과두정체는 치자들의 악덕으로 빚어져 귀족정체에서 생겨나는데, 치자들은 공적을 무시하고 국가의 재원을 자신들에게 배분하여. 좋은 것은 모두 아니면 대부분 자기들이 보유하며 언제나 같은 사람들만 관직에 임명한다. 그들은 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최선자들 대신에 소수의 사악한 자들이 권력을 장악한다.

  민주정체는 금권정체에서 생겨나는데, 이 둘은 서로 이웃하기 때문이다. 금권정체도 다수자의 지배를 목표로 하는데, 재산평가를 충족하는 자는 누구나 동등하기 때문이다. 민주정체는 '혼합정체'에서 조금밖에 벗어나지 않아, 세 가지 왜곡된 정체 가운데 가장 덜 나쁘다. 이상이 가장 흔한 정체 변화이다. 약간의 변화만 생겨도 그러한 이행은 아주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정체들과 유사한 것, 또는 이런 정체들의 본보기는 가정에서도 볼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들의 공동체는 왕도정체 형태를 취한다. 아버지가 자식을 돌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메로스는 제우스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왕도정체의 이상은 아버지의 지배이니까. 그러나 페르시아인들 사이에서 아버지 지배는 참주정체적이다. 아버지들이 아들을 노예로 부리기 때문이다. 주인이 노예를 지배하는 것 역시 참주정체적이다. 거기서 주인의 이익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런 종류의 지배는 옳다고 생각되지만, 페르시아식 지배는 잘못된 것 같다. 피지배지가 다르면 거기에 맞춰 지배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부부간의 공동체는 분명 귀족정체적이다. 남편은 마당히 남편이 지배해야 할 영역에서 공적에 따라 지배하지만 아내에게 할당한 것은 아내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남편이 모든 것을 통제하면 그의 지배는 과두정치로 바뀌는데, 남편은 우월하지도 않으면서 공적을 무시하고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가 상속인이어서 아내가 지배할 때도 있다. 그럴 경우 아내의 지배는 과두정체에서처럼 공적이 아니라 부와 권력에 근거한다.

  형제들의 공동체는 금권정체와 비슷하다. 형제들은 나이 차이만 있을 뿐 동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형제들의 우애는 더 이상 형제다운 것이 못 된다. 민주정체는 주로  가장 없는 가정들과(그곳의 구성원들은 모두가 대등하기 때문이다) 가정의 우두머리가 약해 저마다 메멋대로 하는 가정들에서 발견된다. (...)

  ................
  * 금권정체 : timokratia, 이것은 플라톤에 따르면 최선자가 통치하는 '최선자정체' 또는 귀족정체와 소수의 부자들이 통치하는 과두정치의 중간에 있는 정체이다. 『국가』 545b 참조.
  ** 혼합정체 : politeia. 대개는 '정체'라고 옮기지만 여기서는 아리스토넬레스 『정치학』에서처럼 '혼합정체'로 옮겼다. 참고로 '공화제', '제헌정'으로 옮기는 이들도 있다. 아리스토넬레스의 politeia는 최하층민의 공민권이 배제된 중산층 민주정체를 의미하는 것 같다.
   *** 참주정체 : 일종의 군사독재 정권.

  - 『니코마코스 윤리학』(아리스토텔레스 · 도서출판 숲 · 2013년 · 원제 : Ethica Nicomacheia) p.317~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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