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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 분배적 정의(正義, justice)와 조정적 정의, 정치적 정의

by 이우 posted May 03, 2018 Views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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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니코마코스윤리학_900.jpg


  제3장 기하학적 비례에 따른 분배적 정의

  (...) 분배에서의 정의는 어떤 가치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누구나 같은 종류의 가치를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민주정체 지지자들은 자유민으로 태어난 것이, 과두정체 지지자들은 부나 좋은 가문이, 귀족정체 지지자들은 미덕이 가치 판단의 기준이라고 본다.

  따라서 정의는 일종의 비례이다. 비례는 추상적인 수뿐만 아니라 일반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례는 비율의 동등성이며, 적어도 4개 항을 포함한다. 불연속적 비례는 분명 4개항을 포함한다. 그러나 연속적 비례도 그 점은 마찬가지다. 연속적 비례는 하나의 항을 두 번 언급함으로써 2개로 다루기 때문이다. 예컨대 선분 A가 선분 B와 맺는 관계가 선분 B와 선분 C와 맺는 관계가 같다고 할 때, B는 두 번 언급되었다. 이처럼 B가 두 번 언급되었으니 비례항은 4개일 것이다. 정의 역시 적어도 4개항을 포함하며 그 비율은 같다. 사람들도 몫도 똑같은 비율로 나누어지니까. 그러면 A가 B와 맺는 관계는 C가 D와 맺는 관계와 같을 것이며, 이를 치환하면 A가 C와 맺는 관계는 B와 D가 맺는 관계가 같을 것이다. 그래서 A와 C의 합은 B와 D의 합과 같을 것이다. 분배는 이런 조합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며, 만약 항들이 이렇게 조합되면 올바르게 이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분배의 정의는 A와 C의 결합과 B와 D의 결합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바른 것은 중간이고, 불의한 것은 비례에서 어긋난다. 비례적인 것은 중간이고, 올바른 것은 비례적이니까. 수학자들은 이런 비례를 기하학적 비례(측지술)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기하학적인 비례에서는 전체가 전체와 맺는 관계가 각 부분이 맺는 관계와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비례는 연속적이지 않다. 이 비례에서는 사람과 몫에 다 적용되는 단일 항을 구할 수 없으니까.

  따라서 그런 의미에서 올바른 것은 비례적이고, 불의한 것은 비례에 어긋한다. 그러면 한쪽은 너무 커지고 다른 쪽 몫은 너무 작아진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 불의를 행하는 사람은 좋음을 너무 만히 가지고, 불의를 당하는 사람은 좋음을 너무 적게 갖는다. 나쁨의 경우는 그와 정반대이다. 더 작은 나쁨은 더 큰 나쁨에 비해 좋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더 작은 나쁨은 더 큰 나쁨보다 더 바람직하고, 바람직한 것은 좋으며, 더 바람직한 것은 더 좋음이기에 하는 말이다. 이상이 정의의 한 종류이다.

  제4장 산술적 비례에 따른 조정적 정의

  나머지 한 종류는 조정적 정의인데, 이것은 자발적 거래와 비자발적 거래 모두에서 발견된다. 이 정의는 앞서 언급한 분배적 정의와 종류가 다르다. 공공재산을 올바르게 분배하려면 언제나 앞서 말한 비례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재산은 각자의 기여도에 비례해서 분배될 테니까. 그리고 이런 유형의 정의에 상반하는 불의란 비례에 어긋나는 것이다.

  하지만 각종 거래에서의 정의는 균등함이고 불의는 불균등함이지만, 기하학적 비례에 다르지 않고 산술적 비례에 따른다. 훌륭한 사람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을 사취하든 보잘 것 없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을 사취하든 사취하기는 마찬가지고, 훌륭한 사람이 간음하든 보잘 것 없는 사람이 간음하든 간음하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은 위법 행위의 변별적 성격에만 주목하고 당사자들을 동등한 자로 취급하며 한쪽은 불의를 행하고 다른 쪽은 불의를 당했는지, 다시 말해 한쪽은 해를 끼치고 다른 쪽은 해를 입었는지 물을 뿐이다. (...)

  시비가 붙으면 사람들은 재판관에 의지한다. 재판관에게 호소하는 것은 정의에 호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관은 일종의 정의의 화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재판관을 중간적 존재자로 찾으며, 어떤 사람들은 재판관을 중재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자신들이 중간 것을 얻으면 올바른 것을 얻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판관이 그런 만큼 정의는 일종의 중용이다.

  재판관은 균등함을 회복하는 일을 한다. 그 방법은 마치 한 선분이 동등하지 않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졌을 때, 더 긴 선분에서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부분을 떼어내 더 작은 선분에 덧붙이는 것과도 같다. 그리하여 전체가 동등한 반쪽으로 나뉘어 양쪽이 동등한 몫을 가질 때 사람들은 자기들이 제 몫을 가진다고 말한다. 그런 까닭에 균등한 것은 올바른 것이라고 불린다. (...)

  산술적 비례에 따르면 균등함은 더 많음과 더 적음의 중간이다. 동등한 두 부분 중 하나에서 일정량을 떼어내 다른 쪽에 보태면, 그쪽은 앞엣것보다 그 일정량의 두 배만큼 커진다. 만약 일정량을 떼어냈지만 다른 쪽에 보태지 않았다면, 그쪽은 앞엣것보다 그 일정량의 한 배 만큼 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큰 것은 중간 것보다 그 일정량의 한 배 만큼 더 크고, 중간 것은 일정량을 떼어낸 첫번재 부분보다 그 일정량의 한 배 만큼 더 크다.
  우리는 이런 방법으로 더 많이 가진 쪽에서 얼마만큼을 떼어내 더 적게 가진 쪽에 보태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더 적게 가진 쪽에 중간 것이 그가 가진 것을 초과하는 만큼 보태주어야 하고, 가장 큰 서에서 중간 것을 초과하는 것만큼 떼어내야 한다. 선분 AA'와  선분 CC'가 같다고 하자. 선분 AA'에서 AE를 떼어내고 선분 CC'에 CD를 보탠다면, 선분 DCC'는 선분 EA'보다 CD와 CF를 합한 것 만큼 더 길다. 따라서 선분 DCC'는 선분 BB'보다 CD 만큼 더 길다. (...)
그림_조정적 정의.jpg
  제6장 정치적 정의

  불의한 자가 아니더라도 불의를 행할 수 있는 만큼 어떤 종류의 불의를 행해야 그 행위자가 저마다의 악행에서 불의한 자가 되는지, 이를테면 도둑이나 간통한 남자나 강도가 되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그런 유형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남자는 누군지 잘 아는 여자와 동침할 수 있지만 그의 행위는 숙고를 거친 랍리적 선택이 아니라 욕정으로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행위는 불의해도 그는 불의한 사람이 아니다. 말하자면 도둑질을 한다고 해서 도둑이 아니며 간통을 한다고 해서 간통한 남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점은 그 밖의 다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 그러나 우리는 우리 탐구의 주제가 정의 일반만이 아니라 정치적 정의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치적 정의는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 그러니까 자유롭고 비례적으로도 산술적으로도 동등한 사람들 사이에서 발견된다. 따라서 이런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정의는 없고 유사 정의가 있을 뿐이다. 정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법의 지배를 받는 곳에서 존재하고, 법은 사람들이 서로 불의를 행할 수 있는 곳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법적 정의란 옳은 것과 옳지 못한 것을 판결하는 데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불의는 불의한 행위를 내포한다. 그러나 불의한 행위가 언제나 불의를 내포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불의한 행위란 그 자체로 좋은 것은 자기에게 너무 많이 배분하고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자기에게 너무 적게 배분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법(logos, 이성적 원칙으로도 옮길 수 있다)이 지배하게 한다. (...)

제7장 자연적 정의와 법적 정의

  정치적 정의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자연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법적인 것이다. 자연적인 것은 어디서나 같은 효력을 발휘하며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좌우되지 않는다. 법적인 것은 처음에는 이런 형태를 취하기도 하고 저런 형태를 취하기도 하지만 일단 정해진 다음에는 구속력을 갖는다. 예를 들면 전쟁 포로의 몸값은 1므나라든가, 양 2마리가 아니라 염소 1마리를 제물로 바친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또한 브라시다스를 위해 위령제를 지내는 것과 같은 특수한 경우를 위해 통과된 법규들과 특별포고령에 따른 결의들도 이에 속한다. (...)

  관행에 따라 편익을 위해 정해진 정의의 규칙들은 도량형과도 같다. 포도주와 곡물 거래에서 사용되는 도량형은 어디서나 동일하지 않고, 도매에서는 더 크고 소매에서는 더 작으니까. 마찬가지로 자연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에게 옳은 것은 어디서나 동일하지 않다. 정체(政體)도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적 정체, 곧 최선의 전체는 어디서나 하나뿐이다. 모든 유형의 정의와 법규가 그것들에 맞게 행해진 행위들과 맺는 관계는 보편적인 것이 개별적인 것과 맺는 관계와도 같다. 개별적인 것은 많지만 보편적인 것은 보편적인 만큼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

  불의한 행위는 불의한 것과 다르고, 옳은 행위는 옳은 것과 다르다. 불의한 것은 자연적으로 그렇거나 법규에 따라 그렇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단 행해지면 불의한 행위이지만, 그러기 전에는 비록 불의하기는 해도 불의한 행위는 아니다. 이 점은 옳은 행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기서 정의로운 행동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는 반면 옳은 행위는 불의를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

  제8장 자발적 행위와 비자발적 행위, 의도의 중요성

  옳은 행위와 불의한 행위가 우리가 말한 바와 같다면, 누군가 자발적으로 행할 때에만 그의 행위는 옳거나 불의하다. 비자발적으로 행할 때는 우연히 그렇다면 몰라도 그의 행위는 옳지 않거나 불의하지도 않다. 그의 행위는 우연에 따라 옳거나 불의했으니까. 어떤 행위가 불의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자발적인지 비자발적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행위가 자발적일 때 행위자는 비난 받는데, 자발적인 경우에만 불의한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발성이 없으면 불의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불의한 행의가 아닌 어떤 것이다. 자발성이란 앞서 말했듯이 행위자에게 달려 있는 행위를 행위자가 알고서, 곧 누구에게 무슨 도구를 사용하여 무슨 목적으로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서 행하는 것을 말한다. (...)

  비자발적 행위 가운데 더러는 용서받을 만하지만, 더러는 용서받을 만하지 않다. 모르고 저지렀을뿐더러 무지로 인한 과오는 용서받을 만하다. 모르고 저질렀지만 무지가 아니라 본성에 어긋나는 비인간적 감정으로 인한 과오는 용서받을 만하지 않다. (...)

  - 『니코마코스 윤리학』(아리스토텔레스 · 도서출판 숲 · 2013년 · 원제 : Ethica Nicomacheia) p.1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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